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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바 일기
이상우_1 2017-04-19 14:32:40 조회 : 1031

제 블로그입니다.
멋글과 생산적 피드백 환영


6월 20일 오전 7:15 ·
호스트바 1일 차
호스트바 일을 시작했다. 첫날은 허탕 쳤다.
호스트바 2일 차

오늘도 허탕 쳤다.
가게는 장사가 꽤 잘된다. 주로 실장들의 영업을 통해 손님들이 오는 듯했다. 영업시간은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이다.
손님이 '초이스'를 요청하게 되면 룸에 들어가는 호빠 인원을 칭하는 '선수'들이 4~5명 정도씩 조를 맞춰 방에 들어가 인사를 하고 이름을 이야기한 후 '즐거우세요'라는 멘트로 인사하고 퇴장한다. 이름은 가명으로 해도 되는데 나는 그냥 상우로 했다. 그리고 손님이 즉석 해서 혹은 서로 토론을 한 후에 원하는 남성을 골라 함께 술을 마시게 된다. 이 성사를 '메이드'라 칭한다. 지급 금액은 시급 3만 원을 받아 1만 원을 담당 실장(마담)에게 떼어주는 방식이었다. 시급을 TC라 칭하는 것 같았다. 그 외의 팁은 자신이 챙기게 된다. 나는 어제오늘 허탕이었기에 한 푼도 못 벌었다. 돈 지급 방식을 생각해보면 꽤 합리적이고 합당해 (술집, 가라오케, 룸살롱에서의 돈 관련 문화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던 내게는) 색달랐다.
키와 얼굴, 나이는 제각각이었다. 키는 내가 마지노선 정도인데, 나 정도 되는 키를 가진 애들은 얼굴이 아이돌 스타일로 잘생긴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그렇단 말 아님) 얼굴은 잘생긴 친구도 있고 오만하지만 꽤 못생긴 친구도 있었다. 성형 티가 좀 나는 애들도 있었다. 엄청 잘생겨서 입이 딱 벌어지는 정도는 없었다. 나이는 20살부터 30대 초중반까지 있었다. 연차에 따른 계급 같은 건 없어 보였다. 일을 잘하거나 싹싹하게 인간관계를 하게 되면 키워져서 실장급으로 올라가는 듯 했다. 실장이 되면 거의 초이스를 들어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위의 직급은 아직 잘 모르겠다.
직원들 서로 간 분위기는 자연스럽고 친근했다. 살벌할까 봐 걱정했던 스스로가 약간 쑥스러웠다.
방에 초이스 받으러 들어가면 "니 와꾸 주제에 무슨 호빠냐"하는 시선이 느껴져 자존감에 큰 상처가 되었지만, 어제 온종일 대기실에 있으며 시원한 에어컨과 카페를 방불케 하는 적당한 소음, 은은한 조명 덕분에 꽤 괜찮은 독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아 오늘은 장정일의 빌린 책 산책 버린 책 3을 읽었다. 대기실에서 책을 읽으면 실장들이 너 뭐냐, 공부 좀 하냐, 대학 어디냐와 같은 뻔한 질문을 하리라 예상했고 귀찮고 번거로울 듯해 달갑지 않았으나, 시간과 분위기가 아까워 책을 읽었고 쉽게 읽히지 않던 책이었는데 꽤 술술 읽혔다. 예상대로 출신 등을 질문받았고, 생각과 달리 "왜 이런 일 하냐"와 같이 깊은 질문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사장이라는 사람이 내가 서강대 출신이라고 하니 방에 따로 불러 학교 애들을 모아서 가라오케 바이럴 마케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다음 주 내로 일을 진척시켜 보기로 했다.
방 안에선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소프트한 느낌이었다. 손님의 타입으로 그 종류가 나뉘는데, 그냥 술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타입, 노래만 계속 부르게 하는 타입, 그리고 신체접촉을 원하는 타입(직원 사이에선 물빨이라고 칭해졌다.) 정도가 있었다. 실장이 이야기한 대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룸 안에서 퇴폐적이거나 섹스를 비롯한 도 넘는 행위 등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할 듯한데, 생각보다는 수위가 낮은 듯했다. 물론 룸 이후에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들었다.
선수들이 담배를 자주 피워서 간접흡연을 한다는 점이 좀 그렇지만, 돈을 못 번다는 점 빼고는 책도 마음대로 읽을 수 있고 자유로워서 꽤 좋은 알바인것 같다. 그런데 돈을 못 버는데 알바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호빠 3일 차

담당 실장(마담)의 말에 따라 매일 열한 시 반에 출근하는데 내가 언제나 1등이고 2등은 한 열두 시 반쯤에 온다. 열한 시 반에 오는 게 쓸데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실장에게 좋게 보이기 위해서 정시에 출근하고 있다. 딱히 집에 있어도 할 일도 없고 빈둥댈 것 같아 일찍 가서 책이라도 읽으려는 것도 있다.
일찍 출근해서 대기실 문을 여는데 웨이터가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해서 "일하러 왔는데요." 하니까 "일하러 오셨다구요?"라는 말과 함께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갔다. 그리고 그냥 에어컨 틀고 진중권의 현대 미학강의를 읽었다. 열두 시가 넘어 한시가 다 되어가도 선수, 손님이 한 명도 안 왔는데 전날 사장이라는 사람이 "일요일은 손님 없을 거니까 와도 되고 안 와도 돼" 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그냥 책도 보고 피제이 새 앨범도 듣고 그랬다. 빈지노 트랙이 참 잘 뽑혔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세시가 됐다. 그때가 되어서도 손님, 선수 모두 아무도 없었다. 이미 책도 다 읽어버렸고 현자타임이 와서 그냥 집으로 갔다. 책은 아도르노에 관련된 챕터가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내가 진짜 개삽질 하고 있는 건 아니구나'하는 안도감을 주었다.
그리고 일기를 쓸까 말까 하다가 썼다.



호빠 4일 차

옷을 샀다. 원래 패션 테러리스트 혹은 단벌 찌질이 등으로 유명한 ..아니 그렇게 회자될 친구가 없기 때문에 유명한 건 아니고 암튼…. 그랬는데 초이스 되기 위해서 타이트한 날티나는 셔츠를 샀다. 그리고 그냥 나이키 신발에 깔창을 끼는 정도로 갔었는데, 위기감을 느껴 5센치 정도 되는 키높이 구두에 깔창을 넣어 신고 갔다. 슬리퍼 수준이었다.

효과는 꽤 있는듯했다.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던 실장들이 내게 한마디씩을 하기 시작했다. 한 실장은 초이스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샛노란 내 머리를 보며 "머리 까만색으로 염색하고 앞머리 깔끔하게 정리하면 초이스 되겠네. 앞머리 넘긴 게 너무 어거지잖아."라고 했고, 내 담당실장(마담)이 와서 나를 보더니 몇 마디 했다. "초이스 들어갔냐?"라고 물어서 "아직 일 못 했습니다." 라고 하니까 "원래 처음엔 그래."라고 하고 "담배피냐?"라고 물어서 "아니요. 근데 괜찮습니다." 하고 쭐래쭐래 흡연실로 따라갔다. 그는 "좀 이따 새벽에 형이랑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자."라고 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대기실에서는 주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는데, 실장들이랑 좀 친해져야 할 것 같아서 괜한 질문들을 몇 개 던졌다. 만나는 실장마다 바보 같은 사투리 억양으로 "아 근데 실장님 일요일은 원래 출근 안 하는 건가요? 어제 출근하니까 아무도 안계셔가지고요."라고 물었고 실장들은 "아 원래 하는데 손님은 거의 없어. 선수들은 어제는 다 PC방 가 있어서 없었던 거야."와 비슷한 대답을 했다. 그러곤 "심심하지?"라고 물으며 다른 선수들이랑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 선수들과의 관계에서 친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인간관계를 진짜 못하기 때문에 초반에 친한 척 했다가 나중에 제대로 관리 안 해서 욕먹을까 봐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냥 알겠다고 했다.
선수들은 대기실에서 주로 한게임당 5,000 ~ 15,000원 내기 포커를 치거나 핸드폰을 만지거나 서로 헛소리를 주고받거나 한다. 12시부터 4시까지는 지하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와중에 초이스가 시시각각 진행되며, 4시 이후에는 한 층 위 룸방으로 자리를 옮겨 이후에 오는 손님들을 받는다. 4시 이후에 옮기는 방에서는 흡연구역이 따로 없어 방에서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간접흡연을 많이 해서 딱히 좋지 않다.
위층 대기실로 올라가 책을 조금 읽고 있는데 담당 실장에게 카톡이 와서 잠시 올라오라고 했다. 그래서 올라가니 차에 나를 태우고 홍대로 향했다. 그는 나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해줬다. 기억나는 몇 가지들.
"일 할만하냐? 원래 처음엔 다 그렇다. 선수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지금처럼 계속 성실히 나와라."
"너 공부만 한 타입이냐? (또래 사이에선 공부 손 놓은 사람 취급받는데 대학 입학 직후 이후에 이런 태도들이 오랜만이라 묘했다) 원래 이 바닥에 양아치들이 많은데 너 같은 착한 이미지가 필요하긴 하다. 대신에 착하더라도 방에 들어가게 되면 소심하게 굴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손님들에게 막대한다는 심정으로 대해라."
"원나잇 해봤냐? 무슨 살면서 원나잇도 안해봤냐? 순딩이 새끼. 내가 너를 밤의 황제로 만들어 주겠다."
"형은 33살인데 일 자체를 좀 늦게 시작했다."
뭐 이런 정도였다.
그리고 홍대 술집 앞에 차를 대고 들어갔다. 들어가니 누가 봐도 굉장히 잘생기고 키도 크고 등빨도 좋은 실장이 한 명 더 있었다. 그 실장은 어리바리 타는 나에게 내게 "너 전역한 지 얼마 안 됐지?" 라며 인사를 했고 그렇게 모인 셋은 소주를 먹었다. 키 크고 잘생긴 실장은 "내가 사는 거니까 아무거나 막 시켜."라고 했는데 나는 뻘쭘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고, 비싼 거라도 시키는 줄 알았는데 결국 닭 안주 하나랑 소주 2병만 먹었다. 그는 서른 살이었는데, 토목공학과를 다니며 다음 학기에 졸업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오늘) 코에 필러를 맞을 거라고 했다. 6개월 전에 한번 맞았었는데 다시 맞을 때가 되었다고 했다.
(내가 일하는 곳 말고 자신이 예전에 일하던 "윈저"라는 곳의 선수 물이 더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호빠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뭔가 진지한 일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거라고 생각한 내 기대와 달리 술자리 대화는 매우 실없었는데 실장 둘은 끊임없이 카톡 혹은 전화로 손님들을 영업(가게로 오라고 꼬시는 것)하는 와중 연신 소주를 넘기며 가벼운 이야기들을 던졌다. 그들은 나에게 니뽄 스타일이라고 하기도 했는데, 머리를 까만색으로 염색하라는 말 같았다. (니뽄 스타일이란 말은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겹고 의도한 바도 아니고 외모 비하 같아서 달갑지 않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감이란 말을 하며 초이스 돼서 들어가면 아무 말이나 막하고 절대 말없이 앉아있지 말라고 조언했다. 남자는 자신감이란 말은 원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 중 하나인데, 그냥 아 네네 그렇고 말구요 하면서 비위를 맞췄다.
나는 남자들끼리 모여서 실없는 헛소리나 찍찍 해대는 술자리 같은 걸 굉장히 싫어하는데 시간이 아깝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자가 끼어 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실없는 이야기가 오가는 술자리는 싫다) 작년에 인간관계가 많이 끊어질 때도 이런 나의 호오가 많이 작용했다. 그런데 그런 인간관계를 끊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겠다고 나와 이런 술자리에서 똥꼬나 빨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웃겨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들이 담배 피우러 나갔을 때는 혼자 빵 터져서 낄낄댔다.
그들은 결국 한 손님을 전화로 영업했고 우리는 술자리를 끝내고 다시 가게로 향했다. 잘생긴 실장이 4만 원을 꺼내고 "내가 돈을 꺼내고 있는 이유는 형(내 담당실장)이 돈을 낼까 봐 그런 거야."라고 해서 무슨 소리인가 생각하다가, '나보고 돈 가지고 가서 계산하고 오란 이야기구나' 생각되어서 돈을 받아서 계산하고 왔다. 술값은 3만 5천 원이 나왔다. 내 담당 실장이 다시 운전해서 우리는 가게로 향했다. 음주 운전에 대한 거리낌은 별로 없는듯했다.
그리고 가게로 돌아왔는데, 담배 연기 꽉 찬 대기실에선 선수들 간의 포커 열기로 뜨거웠다. 정확히 말하면 포커는 아니고 몇 가지 카드놀이를 번갈아가며 하고 있었다. 어제는 손님이 별로 많지 않아서 초이스 못 받은 선수들이 꽤 있었는데, 그런 날이 종종 있는 듯했다. 그런데도 나오는 이유는 그냥 심심해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초이스가 아닌 자신을 보러온 손님(지명이라 칭한다.)과 따로 보기 위함도 있는 것 같고, 카드놀이로 돈을 따러 오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좀 앉아있다가 7시가 되어 담당실장에게 가겠다고 연락했다. 그는 내게 잘생긴 실장과 함께 집에 가라고 했고 나는 그와 함께 가게를 나섰다.
집에 오는 길에 해장할 라면을 사 갔다.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는데 앞서 말한 이유와 더불어 내 인생이 너무 병신같아서 혼자 낄낄대며 웃었다. 그러자 옆방에서 조용히 하라고 주먹으로 벽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수현한테 내 인생 병신같고 웃기다고 카톡을 했는데 이수현은 자신의 이런 인생이 지루하고 싫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갑자기 나도 더 이상 이런 삶이 웃기는 게 아니고 스스로 비참하게 느껴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라면을 다 먹고 야동을 보고 잤다.
내일은 호빠의 가격 및 영업 실태 등에 대해서 쓰겠다.



6월 24일 오후 8:14 · 수정됨 ·

호빠 5일 차

호빠가기 전 몇 가지 일이 있었다. 우선 오늘은 일어나서 까만색으로 염색하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눈 뜨니까 네 시였다. 도영이 공간에 모임을 가야 해서 염색은 그냥 다음에 하기로 하고 대충 씻고 갔다. 도영이 공간에서 하는 예술가 모임은 꽤 재밌었다. 열의도, 재능도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잘 모인 것 같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어 매우 흡족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메일함을 열어봤는데 한 대안공간에 냈던 개인전 제안서가 수락되었다는 메일이 와있었다. 개인전이라니...개인전이라니......가슴이 너무 뛰어서 차마 걷지 못하고 지하철 복도를 미친개처럼 뛰어서 환승하러 갔다.

지하철을 내려서도 집까지 마구 뛰어왔기에 땀범벅이 되었는데, 어제 필러 맞는다던 잘생긴 실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밥을 안 먹었으면 밥이나 먹고 들어가자며 그랜드 마트 근처 할매 순댓국집으로 오라고 했다. 공간 모임에서 밥을 먹었지만, 기분도 하늘을 날아갈 것 같고 해서 곧장 뛰어간다고 했다. 뛰어가니 그 실장이 기다리고 있었고 또다시 땀범벅이 된 나는 냉면을 시켰다. 그는 내게 필러가 잘 된 것 같냐고 물었고 별로 티가 안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티 많이 난다고 하면 안 좋아할 것 같아서 티가 잘 안 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실장은 아 티가 안 나? 하면서 밥 먹는 계속 아~ 티가 나야 되는데. 짜증 나네. 돈 아깝네. 뭐 이런 식으로 찡얼댔다. 그래서 아 옆에서 보니까 콧대가 오똑하게 선 게 티가 나네요. 자연스럽게 이쁘게 잘 되신 것 같은데요 하면서 비위를 맞췄다.

실장과 밥을 먹고 가게로 들어갔다. 역시 1등이었다. 빈둥대고 있었는데도 선수가 몇 명 빼고는 거의 오지 않았다. 실장들이 선수가 몇 없는 걸 보고 선수들 게을러빠졌다고 욕을 해댔다. 그런데 손님도 한 팀도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다 세시가 돼서 손님이 두세 팀 정도 와서 초이스를 받으러 갔는데 어떤 실장이 새로 온 애는 빠져라 하면서 나를 뺐다. 손님이 좀 능숙한 사람을 좋아하나 보다 싶어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다음 세 명이서 온 손님 방에 선수 전체가 초이스('올초'라 칭한다.)를 들어갔다. 난 맨 앞줄에 섰는데 이름 이야기하는 도중에 약간 술에 취한 손님 하나가 “나는 얘” 하면서 나를 골랐다.

깜짝 놀라서 “저요?” 그랬는데 “응 그래 너”라고 해서 뻘쭘하게 옆에 앉게 되었다. 이 손님들을 맡은 실장은 앞서 나를 빠지라고 했던 실장이었는데, 초짜인 내가 뽑혀서 당황한 눈초리였다. 나머지 손님 두 명은 좀 더 회의를 하다가 다른 선수 둘을 골랐는데 한 사람만 들어오고 한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다.

초이스가 될 때 기분은 참 묘한데, 지명되자마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고, 손님 옆에 앉으니 ‘헐 이제 뭐 해야 되지.’ 이런 생각이 머리에 가득해졌다. 그런 와중에도 알량하게 ‘내 외모가 쫌 되지.’ 이런 생각도 들었다.

파트너는 예쁘고 체구가 자그마했다.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손님들이 업소에서 일하는 여자들임을 알게 되었다. 업소에서 일하며 술을 한잔 걸치고 온 모양이었다. 나는 긴장한 와중에 바보 같은 사투리를 써가며 뻔한 대구 레퍼토리로 친근해지고자 노력했다. 아래는 내 파트너와 나눴던 대화 조각들.

“술 따라 드릴까요?” “네? 뭐라구요?” “아 제가 대구사람이라서 사투리를 많이 써요.” “꺄르르 저 대구 좀 잘 알아요. 대구 아이가~” “오 진짜요? 대구 어디요?” “내는 황금동 잘 안다 아이가~” “오? 황금동! 거기 어떻게 잘 알아요?” “(살짝 웃으며)음.... 친척, 친척. 친척이 거 산다 아이가~.” (황금동은 대구 유흥가인데 대구 유흥업소에서 일을 했던 것 같았다)

“몇 살이에요?” “저 스물여섯 살이요.” “엥? 거짓말 치고 있네! 열여섯 살 아니야? 꼬마 같은데?” “아닌데요. 민증보실래요? 그쪽은 몇 살인데요.” “누나야. 누나. 술 따라.” (느낌상 나보다 어린 듯 했다.)

“대구에 미남이 많다더니 맞는 말인가 보네.” “아니요 누나도 이쁘신데요.” “거짓말 치고 있네.” “아니에요. 누나 진짜 이뻐요. 도회적으로 생긴 거 같아요.” “뭐? 도회적?” “아 네 서울 깍쟁이처럼 세련되게 생기셨다고요.” “뻥치네. 뻥쳐.”

“너 이방이 처음 들어오는 거지?” “아니에요. 두 번째에요.” “뻥치고 있네. 잔 세팅 하는 거 보니까 완전 초짜구만 이거.”

머 이런 식의 병신같은..... 대화를 하며 임페리얼 두 병을 따르고 마시고 했다. 룸에서 술을 마셔 보는 게 처음이라 어떻게 따르는지도 헷갈렸다. 양주 뚜껑을 직접 따서 먹는 건 처음이었는데 뚜껑을 여니까 속 마개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속 마개를 따고 따라야 하는 것 같아서 속 마개를 암만 빼려고 해도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내 손님에게 좀 따달라고 했는데 손님이 잘못 알아듣고 “응? 따라 달라고?” 하고 내 양주를 가져갔다. 그래서 내 잔에 술을 따라줬는데, 속 마개는 원래 없었고 그냥 조그만 구멍으로 따르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충격받고 손님들 글라스에 양주를 따라줬다.

내 손님은 원래 좀 취한 상태로 룸에 왔는데 임페리얼을 샷으로 몇 잔 마시자 거의 인사불성이 됐다. 치마는 말려서 팬티와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났고 내 어깨에 머리를 파묻고 헛소리를 뱉어댔다. 나는 어깨를 감싸고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손님 얼굴이 점점 내 얼굴에 다가왔다. 그 와중에 나는 여자친구에게 하던 버릇이 나와서 키스를 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신이 버쩍 들어서 ‘내가 무슨 미친 짓을.’ 하면서 고개를 휙휙 저었다. 손님은 취해서 웨이터에게 순대를 시켜달라고 했고, 순대가 배달되자 나에게 간을 먹여달라고 했다. 그래서 간을 맛소금에 찍어서 먹여주니 한입 베어 물고 나에게 먹으라고 해서 나도 한입 먹었다. 그렇게 간을 대여섯 입 정도 먹고 쓰러져서 내 무릎을 베고 잤다.

(안주 정보 - 과일 안주가 기본으로(?) 나오는 것 같고, 그 외에 메뉴에 없는 걸 시키면 그냥 웨이터가 밖에 나가서 사오는 방식으로 서빙 되는 것 같다,)

나 말고 들어온 다른 선수도 초짜이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이번이 두 번째 초이스이고 이 방 담당 실장의 수하(새끼라고 표현된다. 누구누구 새끼)였다. 그는 중간에 화장실 갈 때 같이 나와서 나에게 자기 이야기를 해줬는데 스물세 살이고 외국에서 유학하다가 와서 한국 대학 편입 준비 중 이라고 했다. 예전 대기실에서 내가 어떤 실장에서 서강대라는 걸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하며 자기도 서강대학교 편입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나는 힘 내라고 했다.

손님 세 명 중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는 실장이 계속 지명한 선수를 넣어주지 않았는데, 점점 그 대장은 짜증이 나는 듯했다. 그런데 나 말고 들어온 다른 선수 역시 초짜고 자기 파트너에게 집중하느라 내가 믿고 의지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라도 대장의 기분을 띄워주려고 옆자리에 가서 술도 따라주고 예쁘다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다행히 그 손님 역시 이미 약간 취해있어서 가벼운 이야기에도 나머지 친구와 웃으며 신나했다. 담당 실장은 자주 방을 드나들며 초짜 선수만 있는 이방이 불안하다는 눈빛을 줬다. 그러다 갑자기 나에게 누구 새끼냐고 그래서 나는 내 담당실장 이름을 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다시 들어와서 나를 불러냈다. 그리고 나를 밖에 세워두고 안에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좀 하더니 나에게 파트너가 꽐라가 됐으니 일은 끝났다고 1시간 일한 것으로 치겠다고 했다. 나는 갑자기 일이 끝나고 나만 나가는 게 좀 의아했지만, 그냥 알았다고 하고 대기실로 갔다.

다시 대기실에 가서 첫 초이스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 실장이 내가 있던 방에 다시 초이스를 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무슨 소리지 하면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가서 들어갈 준비를 하는데 실장이 나보고 빠지라고 했다. 그래서 나 빼고 초이스를 봤다. 그리고 잠시 후 방에 함께 있던 애를 화장실에서 만났는데 그 애가 “형 왜 안 들어와요. 안에서 손님들이 형 얼마나 찾았는데요. 돈 안 벌고 뭐하는 거예요.”라고 했다. 그제야 조금 상황이 이해가 갔다.

내 담당 실장은 항상 가게에서 볼 수 없고 외근을 나가서 PR을 하는데(밖에서 전단지 돌리기, 밖에서 전화, 카톡으로 손님 유치하기) 가끔 나를 볼 때마다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 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내 담당실장은 나이만 많지 가게에서 권력이 없는 실장이고, 그 실장 밑에 새로 들어온 초짜가 다른 경력 있는, 자기 밑에 있는 선수들을 놔두고 돈을 버니까 그 방 담당실장이 나를 빼고 다시 고르게 해서 다른 사람을 방에 넣은 것이다. (라고 추측한다. 뭐 아닐 수도 있음;;) 대충 이런 식으로 이해가 되니까 좀 어이가 없었다. 아니 무슨 호빠일하면서도 정치질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내가 책 꺼내 읽고 서강대라고 말한 것 때문에 잘난 척한다고 미운털이 박혔나 싶기도 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초이스 받아보겠다고 며칠 동안 기다리고 나름 노력해서 드디어 일하게 됐는데 정치질로 일거리까지 빼앗기니 정말 열 받았다. 이래서 담당실장이 나에게 실장, 선수들이랑 친하게 지내라고 했구나 깨닫게 되었다.

(막간 정보 - 호빠 일은 대개 선수들의 소개로 다른 선수가 수급 되는 방식이다. 인원이 부족할 경우 가끔 인터넷으로 선수를 뽑기도 하는데, 나는 인터넷으로 지원했다. 소개로 수급되는 방식의 경우 선수가 되자마자 실장들과 다른 선수들과 친분이 쌓이기 때문에 형님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게 되는데 인터넷으로 지원할 경우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 담당 실장이 잘 챙겨주지 않거나, 자신이 처음에 친해지려고 엄청 노력하지 않는다면 은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를 만약 삼국지 게임 장수 캐릭터로 만든다면 아마 정치력은 -100 정도로 정해지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내 고유한 마성의 매력으로 내 편이던 사람까지 적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나의 저질 정치력이 또 한 번 내 뒤통수를 갈긴 것이다. 잘난 척하면서 조용히 책 읽고 있지 말고 선수들한테 말이라도 좀 걸어볼 걸 싶기도 하다가 ‘아니 도대체 내가 뭐 큰 잘못을 했다고 하늘은 이런 시련을 주는 건가?’ 하면서 분노가 가득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너무 짜증 나서 그냥 집으로 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계속 이런 상황하에서 일하면 스트레스받을 일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에 회의가 왔다. 개인전 때문에 좋았던 기분이 매우 불쾌해졌다.

짜증 나서 곧 바로는 못 자고 2~3시간 있다가 자서 오후 6시에 깼다. 잠을 푹 자고 나니 화가 좀 가라앉았다.


6월 29일 · 수정됨 ·

쓰기 귀찮다. 이제 나오는 내용은 대충 인터넷, 호빠 관련 책 등에서 다 나오는 내용일 테기 때문에 쓰는 나도 크게 흥미 없고 읽는 사람의 흥미도 떨어질 듯하다. 대충 쓰고 나중에 혹시 필요하면 살 덧붙이겠다.

6일 차

가서 그만둔다고 담당실장에게 말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하는 와중에 호빠에 도착해서 대기실에 있으니까 담당실장이 와서 어제 1시간 일한 돈 (3만 원) 을 줬다.

(시급은 3만 원이고 2시간을 하게 되면 실장에게 1만 원을 뗀다. ex-1시간 3만 원 2시간 5만원....아직 정확한 계산법을 잘 모르겠다)

지갑에 돈을 넣어놓고 대기실 밖에 나가서 그만두는 게 좋을까 아니면 좀 더 있어 볼까 고민을 하며 바람을 쐬다가 다시 대기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지갑에 3만 원이 없어져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대기실 선수들에게 "여기 3만 원 누가 가져갔어요?"라고 했는데 아무도 대답도 안 하고 들은 척도 안 했다. 화는 나는 데 힘이 쭉 빠져서 범인 찾아낼 힘도 없고 찾아낼 방법도 없고 그냥 하…. 하면서 누웠다.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게 명확해 보였다.

바이럴 마케팅을 제안한 사장이 나를 따로 불렀다. "일 할만하냐?" 라고 해서 "텃세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니까 "니가 처음부터 책보고 그래서 그런 거 아니냐. 너무 튀잖아. 책은 나중에 봐도 되니까 처음에는 이야기도 많이 걸고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 그리고 바이럴 마케팅 진행 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더 굴뚝같아졌으나, 한 영상팀과 호스트 바 관련 작업을 하기로 이야기해서 그만두지 못하게 되었다. 초이스는 못 됐다.

며칠 있다 보니 정말 잘생기고 키 크고 그런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호빠일을 꽤 오래 한 사람들이라 자기 지정손님(지명이라 칭한다.)들로만 장사(뭐라 칭해야 할지 모르겠다.)를 해도 충분히 돈이 되기 때문에 굳이 일찍 나와서 초이스 보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순진하게 초이스만 보고 '나는 잘생겼으니까 뽑히겠지.' 이딴 생각으로 있으면 돈을 절대 못 버는 구조였다. 어떻게든 선수들 실장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손님 챙겨주는 것도 받고 같이 손님도 끌어모으고 해야 되는 것이었다. 정치력이 필수인 곳이었다. 뭐 물론 정치력이 필요 없는 곳이 어디있겠냐만..

 

7일 차

일하러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담당 실장이 나를 불렀다. 담당 실장이 손님을 데리고 왔는데 그냥 초이스 없이 나를 꽂아 준 것이다. '빨리도 꽂아준다.'라고 생각하면서 접대를 봤다. 30대 중반 정도 되는 마르고 작은 여자였는데 실장의 오랜 친구라고 했다. 바에서 일한다고 했다.

(호빠에 있으면 체감상 손님의 90%는 실장들의 친구 혹은 아는 사람들이 주변 사람을 엮어서 데리고 오는 것이고 10%는 그냥 길거리에 전단지나 인터넷을 보고 찾아오는 느낌다. 그리고 손님의 70~80%는 유흥업소 혹은 접대를 하는 술집 혹은 성행위 업소 여성들이며 나머지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오는 것 같다)

그래서 대충 이야기를 하면서 술 마셨다. 담당 실장이 옆에 좀 있어 주면서 손님에게 나를 소개하기도 하고 몇 가지 실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또 손님을 영업하러 나갔다. 그러자 손님이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조각들

일 처음이죠? 이 일 처음이면 안 하는 게 좋아요. 여기서 있으면서 돈 벌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사람들 엮여서 빠져나가기 힘들 거예요. 얼른 그만둬요.

너는 예쁘게만 생겼다. 그리고 솔직히 강남쪽에 호빠가면 잘생기고 키 크고 그런 애들 있는 곳 많다. 그러니까 여기 있어 봤자 경쟁력도 없고 빨리 그만둬라.

나는 너 담당실장이랑 정말 오랜 기간 친구였다, 그래서 나는 그 실장한테 지갑도 맡길 수 있는 사이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양주 좀 먹으니 쓰러졌다. 그래서 담당실장에게 꽐라됐다고 이야기하니까 잘 챙겨주라고 했다. 그래서 대충 소파에 눕히고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술주정이 심해서 계속 바닥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래서 바닥에 내려가려는 걸 다시 소파에 계속 올린다고 엄청 힘들었다. 방에 가끔씩 얼음 갈아주러 오는 웨이터도 보고 깜짝 놀라서 올리는 걸 도와주기도 했다.

그렇게 몇 시간 지나고 손님이 잠을 깨서 실장에게 알렸다. 그래서 실장이 왔는데 손님이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해서 일단 기다렸다. (룸방 안에는 작은 화장실이 있다.) 그렇게 나랑 실장은 손님이 화장실에서 나오길 기다렸는데 계속 안 나왔다. 그래서 실장은 다시 영업하러 가고 화장실에서 나오게 되면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기다렸는데도 안나왔다. 그때쯤 실장이 전화가 와서 화장실 열어보고 괜찮아지면 챙겨서 나오라고 했다. 그래서 열어봤는데 팬티를 내리고 변기에 앉아있었다. 대충 그렇게 또 기다리다가 나는 너무 지겹고 빨리 일 끝내고 싶어서 손님에게 계속 괜찮냐고 물었고 손님은 괜찮다고 하면서 일어나다가 다시 앉아서 오줌을 조금 누고 그러다 다시 일어나서 팬티를 올리려고 하다가 다시 앉아서 오줌을 조금 누고 이렇게 반복했다. 나는 손님이 계속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맘 같아서는 그냥 내가 팬티 올려버리고 빨리 집에 보내고 대기실에 가서 좀 쉬고 싶었지만, 실장의 친한 친구라고 해서 막 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오줌 누려다 마는 행위를 보고 있다가 대충 손님이 정신을 차리고 나오니 실장이 택시를 잡아주라고 했다. 그래서 손님을 모시고 밖으로 나왔다. 이미 아침 해가 떠 있었다. 술 취해 품에 안겨있는 손님과 날티나게 옷 입은 나를 신촌 길거리에 많은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봤고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침이라 택시가 잘 안 잡혔다. 손님이 횡설수설하다가 "너 나랑.."하다가 "아니다 아니다."라고 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섹스하자는 걸까? (술 접대 이후 손님과의 섹스를 선수들 사이에서 "꽁씹"이라고 부른다. 공짜로 섹스한다는 이야기이다) 아니면 뭐 집까지 데려다 달라는 걸까? 혼란스러워서 그냥 못 들은 척 했다.

얼마간 기다리다가 택시를 잡고 태워 보냈다. 실장에게 보고하고 대기실에서 좀 기다리다가 퇴근했다.


8일 차

출근 시간이 되니 담당실장에게 전화가 와서 신참이 온다고 했다. 신촌역 7번 출구에서 만나서 데리고 오라고 했다. 29살 형이었다. 백화점 일을 한다고 했다. 대화를 좀 하다가 내가 이런 쪽의 초짜인 것을 알고 나에게도 백화점 일을 같이하자고 했다. (신입은 호빠일은 처음이나 이런 계통 일에 빠삭하고 눈치도 잘 보는 사람 인듯했고, 이미 들어올 때부터 실장의 친구 소개로 온 것이라 나같이 어리버리하지 않았다) 백화점 일은 그냥 사람들 눈치 보면서 인사 잘하고 그러면 되는 거라서 호빠 일하는데에도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했다. 아마 백화점에서 물건 파는 건 아니고 뭐 관계자 비서? 같은 일인 듯했다. 나는 괜찮다고 하며 거절했다. 그렇지만 신입이 착하고 싹싹하고 일도 잘하는 형이라서 편하고 좋았다.

대기실에서 좀 기다리니 담당실장이 와서 어제 일한 돈 11만 원을 주었다. 이번에는 절대 도둑질당하지 않으려고 지갑에 돈을 넣고 지갑을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실장에게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니까 기분 좋아하며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선수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뭐 다른 실장들한테 잘 보이는 게 좋다. 이런 이야기였다. 남자들끼리 친해지는 데는 여자 이야기가 제일 좋다면서 여자 이야기를 많이 하라고 했다. 방학 때는 뭐하냐며 취미생활을 물었는데, 뭐 게임이나 여자 이딴 이야기를 하려다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이어갈 말재간도 없고 해서 그냥 예술, 미술 관심 있다고 그랬다. 그러니까 “너도 참 고상하다.” 라고 하고 대화가 급 끊겼다.

좀 기다리니 실장이 콜이 왔다고 하며 나와 신입, 그리고 두명의 선수를 차에 태워 데리고 갔다. 콜이라 함은 내가 일하는 호빠 말고 다른 가게에서 선수를 원해서 그곳에 선수 몇 명만 초이스 받으러 가는 것이다. 원정 출장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근처 성인 나이트클럽? 암튼 룸 형식의 술집에 갔다. 룸에 들어가니 아저씨 대여섯 명과 아줌마 두 명이 있었다. 아줌마 둘이 분위기를 띄우려고 선수를 부른듯했다. 초이스를 보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실장이 와서 나에게 오른쪽의 아줌마 비위 잘 맞춰주라고 했다. 그리고 고민하다가 신입형에게 다른 아줌마를 잘 보필하라고 했다. 아마 자기 밑의 새끼들을 챙겨주는 모양이었다.

들어가 내 파트너 아줌마와 인사했다. 착하게 생긴 걸 좋아해서 뽑았다고 했다. 룸 분위기는 내가 일하는 호빠 분위기랑 좀 달랐는데, 호빠는 좀 정적이라면 (아닌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다) 그 방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노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나와 신입 형은 분위기를 띄워야 했다. 그래서 뭐 대충 트로트 부르고 했다. 나는 잘 못 하고 신입 형이 분위기를 잘 띄웠다. 내가 좀 어리바리 타고 있으니까 내 파트너 아줌마가 "너 왜 이렇게 애기 같냐 호호호"하며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그리고 거기 아저씨들이랑 같이 안으면서 춤추고 했다. 자기는 이제 고깃집을 열려고 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했다. 그 자리에는 SBS 기자. 검찰 쪽의 간부, 고기 체인점 사장 등등이 있었다. 내 파트너 아줌마는 나에게 사람들을 많이 알아 놓는 게 인생 사는 데 매우 좋다며 나중에 자기 고깃집 열게 되면 놀러 오라고 했다.

그렇게 대충 두시간 정도 분위기를 띄우다가 아줌마 아저씨들이 집에 간다고 해서 일이 끝났다. 나오니 그 가게 데스크에서 일 인당 7만 원, 총 14만 원을 줬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다시 호스트바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신입 형이 나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너 잘 못 놀더라. 룸에서 놀아본 적 없어? 나는 어릴 때 축구하다가 부상입어서 그만두고 그때부터 일하고 있는 건데, 어릴 때부터 나이 많은 사람들 비위 맞추면서 노는 거 많이 해서 잘한다. 나한테 많이 배워라.

아마도 저기 있는 아저씨들이 아줌마들 스폰서일꺼다. 아까 보니까 고위직도 있고 그렇더라.
댓글
이상우_1 2017-05-19 02:19:42
외 아무도 멋글 안달아 주새용?ㅠㅠ 힝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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