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테마글쓰기

데미안, 방황을 함께 해준 소중한 책
장인수 2017-03-06 22:13:24 조회 : 614

  중학교 3학년 때 [데미안]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친구가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세계 문학이라니. 당시 내 또래 여자아이라면 으레 그러듯 나 역시 인터넷 소설과 판타지 소설에 빠져있었다.


할아버지가 그려져 있는 책이, 그것도 "데미안"이라는 이름의 책이 끌릴리가 없었다.


그런데 무심코 펼친 책 첫 장에서 나온 문장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그건 바로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라는 문장이었다. 친구에게 책을 돌려주고 그 길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다. 


당시 난 사는 게 녹록치 않은 애였다. 누군가 이 기간을 두고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던데, 모르는 소리였다.


내 인생 자체가 질풍노도였다. 어렸을 땐 부모님이 이혼을 해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며 살고, 12살부터는 아빠가 술만 먹고 오는 날엔 집안 물건이 남아나질 않았다. 내 하루 일과는 집으로 날라오는 가압류 관련 우편들을 아빠가 보지 못하게 숨기는 것이었다.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간다? 너의 미래를 그려라? 다 헛소리였다. 당장 오늘을 살기도 힘들었다.


꿈과 미래가 있다면 당장 아빠가 술을 먹지 않고 들어오길 바라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내 삶에 개입해 나를 이 상황에서 끄집어내주길 원하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잘 사는데 나만 이래야 되나, 하는 억한 심정 또한 있었다. 


그런 나에게 헤세는 "사람은 모두 자연이 던진 돌"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방황하는 싱클레어와 그를 이끄는 데미안의 이야기를.


싱클레어가 대학을 갔을 때가 가장 공감됐다. 싱클레어는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이듬해 봄에 나는 대학으로 가게 됐다. ... 그렇지만 완벽하게 무력했고 목표가 없었다. ...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걸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해내는 것은 나도 모두 할 수 있었다. ... 단 한 가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내 안에 어둡게 숨겨진 목표를 끌어내어 내 앞 어딘가에 그려내는 일,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될 것이며, 그러자면 얼마나 걸리고, 그것이 어떤 장점을 가질 것인지 정확하게 아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려내는 일, 그것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그런 무엇이 될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내가 그걸 안단 말인가. 


 


 첫 문장에 반해서 읽기 시작했을 땐 삶의 답이 책 속에 있길 바랐다. 물론 답은 쓰여있지 않았다.


다만 위안을 얻었다. 내 무기력함이, 갈피를 잡지 못함이, 고민과 답답함, 거기서 파생되는 괴로움이 다 사람으로 살기 위한 것이란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 힘으로 어찌할 수없는 삶의 소용돌이에서 "나"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아직도 내 삶은 불안정하다. 예기치 못했던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나는 그 때마다 데미안을 펼친다. 아니면 싱클레어가 그러했듯  나 자신의 속으로 내려간다.


그럼 완벽하진 않아도 나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책을 방황하는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프랑스 작가 카뮈가 스승 그르니에의 책 서문을 쓰면서 썼던 표현처럼 


나도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감동을 떠올리면, 처음으로 "데미안"을 열어보게 될 누군가가 부러워진다.


>> 인코딩이 깨진건가요ㅜㅜ? 다 날라가서 다시 올립니다 흑흑


101
댓글
함확 2017-03-07 15:23:10
저도 "데미안"을 고1 때 처음 읽었는데, 그땐 잘 모르겠더라구요. 다시 대학 입학 후에 읽었는데, 그땐 푹 빠져서 밤새 읽고 말았어요. 그리고나서 정한 나의 길, 나의 목표들을 하나씩 이루어가면서 오늘까지 분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나에게 다짐해 봅니다. 하나의 알 껍질을 깨야 돼. 내 몸의 일부인 껍질이 깨지지 않으면 새로운 세계는 열리지 않아...마법의 주문처럼, 싱클레어가 되어, 그렇게 알 껍질을 깨뜨리면서 하나씩 새 일에 도전하고 있답니다.
하안 2017-03-09 13:23:47
저도 중3 때 데미안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인간 관계 뿐 아니라 내면으로도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항상 들었거든요. 공감이 가는 문장들이 참 많았고, 주인공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 책을 읽었더니 책을 덮고 나서는 확 와닿는 게 있더라고요.
지영아 2017-03-29 11:03:45
이 책때문에 헤르만 헤세를 좋아했는데...
특히 입시에 갇힌 학창시절의 빛 같은 작품이었어요..
저도 참 많이 좋아했던 책입니다~
새는 알까기? 껍질탈출기! 곱씹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