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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모자랐던 것은 용기였을까, 애정이었을까
아메리카노 2017-02-04 12:52:03 조회 : 416

타지에서 자취를 하던 나는 책을 읽다 밤을 샌 어느 날이나 혹은 아무렇지 않게 양치를 할 때 
문득문득 밀려드는 외로움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원룸의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한 열 발짝만 걸으면, 내 고향 집이 나올 것 같기도 했다.


잠옷차림 그대로 버스를 타고 냅다 달려가고 싶은 충동도 들었지만, 몸은 침대에 붙박여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전라도에서 멀리 떨어진, 경상도의 어느 도시에 있었다. 그 둘은 사투리의 억양 만큼이나 먼 지역이었다.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3시간 반을 꼬박 달리고, 다시 1시간을 가야 겨우 읍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도 30여 분이 남아 있었다. 하루 반나절을 도로 위에서 보낼 생각을 하면, 아득했다.


그래서 나는 텅 빈 눈의 노인이 나처럼 외롭게 있을 고향 집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거리가 너무 멀어, 차비가 너무 비싸, 시골은 와이파이가 안되잖아, 학원 자료 준비해야 돼, 나 복학생이야, 내가 늘어놓는 핑계들이란, 모두 궁색한 것들 뿐이었다.

내가 어머니였어도 그랬을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 멀리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 하는 곳에 딸이나 손자를 두고 온 여자였어도, 수많은 핑계를 대며 만나기를 꺼려했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르면 어머니가 되었을 때, 그 답을 말할 수 있을 터였다.

그 전까지 나는 그저 못난 딸, 못난 손녀로 남아 있는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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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아지몬 2017-02-05 00:47:03
이 생각과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이 당신은 그리 못난 딸, 못난 손녀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용기든 애정이든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마음을 조금만 편하게 가졌으면 좋겠어요.
온전히 편안해졌을 때야 비로소 제대로 보이고, 움직일 수 있는 것 같거든요!
민콩 2017-02-05 23:30:22
못난 손녀라는 이야기에 뭉클해요. 저도 요즘 느끼고 있는 감정이거든요. 이제 훌훌 털어내고 앞으로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려구요.
잘 지내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