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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검은 개(2)
송승훈 2017-06-28 23:44:10 조회 : 68

 아무튼 한껏 짓눌려진 듯한 둔덕들에게서 나는 어미개로서의 중력을 느낀다. 멍울이 검버섯처럼 짙게 배여있고 이 무덤들에서 몇번을 빨고 물다 버린 담뱃재 같은 향이 날것만 같다. 담배를 피지 않는 나에게는 약간의 혐오감이 생길 것만 같다. 그러니 조금 더 초라한 생각을 해보자. 저 노파는 불쌍해야한다.

 

그렇다면 살갗을 시커멓게 덮어 쓴 저것은 때일지도 모른다. 식물인간 같은 현실이 자신으로서의 의식을 차릴 때까지는 모두에게 환상이라는 먼지가 쌓일테니. 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성공은 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깨닫기까지 수 십년. 피부에서 벗겨내지 못한 때는 부전나비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날개가 아름답다는 말도 원래는 다 거짓말이고 가까이 본다면 나비, 그건 단지 보기 흉한 벌레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환기가 되지 않는 텁텁한 방 위로 날라다니는 먼지들의 구십 퍼센트가 인간의 각질이라는 이야기도 믿을 만한 것 같다.

 

그건 이 어미개도 마찬가지겠지. 저 여자는 도대체 몇 명의 자식을 슬하에 두었는지, 차라리 두 명이면 좋았을 것을. 저 불쌍한 개는 자신의 생(生) 동안 몇 번의 수태에 걸려서 넘어지고 물리고 빨리며 늙어간 것일까. 갈수록 더러워졌고 그에 비례해서 언젠가 그녀를 길가로 내몬 원래 주인 또한 개가 모르는 어딘가에서는, 마찬가지로 초라해졌을 것이다.

 

무성해진 이파리로 인해 짙은 초록이 짙은 나무는 그만 탄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 여름이 끝나고 나며는 그녀의 주름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먼지-이파리가 갈색으로 시들고 나뭇가지에는 오돌토돌하게 종기같은 열매들도 자랄 것이다.

 

한 다발로 자란 열매들이 이번에는 여섯 개인지, 여덟 개인지 모르지만 시기에 어울리지 못하게 시리고 파랗다. 추워보인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계절에 수긍해나가는 것일지도, 그러나 그것을 한 없이 품는 나무는 어릴 적 자신의 여린 줄깃대도 잊어버리고 어떻게 하면 더 크게, 더 딱딱하고 무겁게 자라나야 제 자식을 보낼 수 있는 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씨앗을 퍼트리는 것은 다름아닌 새다!

 

이렇다할 효도도 못누리면서 모든 열매를 새를 통해 날려보내고 오로지 자신으로 남을 때에, 모든 힘을 잃었다는 거칠은 질감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짓을 매해마다 반복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섣부르지만 놀랍기만 하다.

 

치매끼가 있는 듯한 노파는 누군가를 향하여 짖어대기도 한다. 막 새로 생긴 카페인지 인부들 두 셋이 철제 사다리에 올라탄 다른 인부에게 간판을 올려다 주고 있다. 그냥 개인의 변덕이겠거니 하고 지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언뜻 보이는 간판의 제목이 낯설지가 않았다.

 

전에 자주 가던 카페와 이름이 같았다. 아뿔싸, 속았다.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카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점심마다 열심히 볕이 드는 창가에 눌은 글을 떼던 곳이 사실 주인의 주머니사정을 고려한 아주 작은 평수의 지점이었다니... 그 회사의 브랜드 명마저 전국적 지명도가 떨어지는 지방색을 띈,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사소한 데가 분명하다.

 

쓸데없는 인디병이 다시 도지는 모양이었다. 침해된 나의 고유성. 그러나 이제 나는 인디를 위시한 배후나 심지어는 널리 퍼지고 돌출된 문학도 사랑하지 않을 다짐을 하고 있었으니까, 앞으로 이런 모든 일이 나와는 상관없다. 나는 내가 접하는 모든 일에 쓸데 없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쓸데 없는 생각을 좋아하니까 할 뿐이다. 연기(緣起)와 쇠락을 믿는 사람이기에. 인간의 몸과 검은 문(門)이 그 자체로 먼지투성일거라는 생각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다만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저 개가 약간 얄미워졌다. 저 개가 짖어서 나는 관심도 없었던 카페의 간판을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나는 아주 약간의 창피와 수모를 느낀 것 같다. 아무래도 그 애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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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개(1) 컵 속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