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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여자의 주머니
plastic 2018-02-25 16:05:40 조회 : 614

결국에 망가지고 만 톱니들이 엇갈리게 계속 돌고 있다. 달그닥 거리는 소리는 더욱 심해지고, 하나씩 부서지고,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그러다가 결국 깎이고 깎여 소리조차 나지 않고, 맞물리지 않게 되고 그렇게 돼버렸다.


눈물이 거꾸로 흐르는 여자가 있다. 여자는 여자 앞에 서있을 때면 항상 거꾸로 눈물을 흘렸다.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자는 항상 울었다. 가끔은 머리를 뽑아대기도 하고, 가슴을 움켜쥐기도 한다. 그렇게 여자는 항상 운다. 눈물은 어김없이 거꾸로 흐르고 마르지 않는다. 마른다 하더라도, 다시 눈물은 거꾸로 흐르고 떨어지지 않는다.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는 순간 여자는 한가지 확신한다. '오늘은 느낌이 좋아.' 여자에게 오늘은 느낌이 좋은 날이다. 적어도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여자는 그랬다. 여자는 다시 여자 앞에 설 수밖에 없다. 여자는 다시 울 수밖에 없다. 고인 빗물에서 서늘한 불행을 마주한다. 기억엔 오류가 생긴다. 주파수가 엉망이 되어버린 채 다시 주저앉는다. 빗물에 젖은 아스팔트에 바지가 젖어온다. 소용없다. 지금 여자는 울고 있다. 


사람들이 떠들고 있다. 여자는 사람들 앞에 서있다. 혼자 서있는 건 아니다. 앞에 여자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제각기 편한 자세로 쇼파나 침대에 걸쳐있다. 커플도 있다. 둘은 꼭 붙어서 누워있다. 여자 앞에는 여자가 있다. 방은 약간 어두컴컴하다. 시선은 아래로 향했다 정면으로 향했다 천장으로 향했다 다시 아래로 향한다. 고개를 든다. 따뜻하고 얼얼한 촉감이다. 소리는 점점 아늑해진다. 여자는 울고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자의 눈물은 아래로 흘렀다. 귀에선 삐- 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는 울고 있다. 양쪽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여자는 울고 있다. 고개는 좌우로 내쳐진다. 여자는 울고 있다. 사람들은 웃고 있다. 여자는 울고 있다. 멈추지 않는다. 여자는 울고 있다. 여자는 화장실로 향한다. 그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여자를 따라나오지 않았다.


여자는 다시 기억을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주머니 속에 들어찬 폭풍은 여자의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 손끝에 전해지는 바람과 빗물이 답을 한다. 처량한 웅덩이로 남은 채 아스라이 묻기로 한다. 여자는 엉망이 된 주머니 속을 슬쩍 바라보고 이내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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