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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마법소녀
Kakakim 2019-04-09 12:58:47 조회 : 254


 마법소녀가 되자!

 그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정말로 우리는 마법소녀가 되기로 했다. 그때 우리는 한창 꿈꿀 나이였고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우주대통령이든 천하대장군이든 다 괜찮았지만 마법소녀에는 보다 유별난 로망이 있었다. 이를테면 꽃잎 흩날리는 4월의 어느 날 연탄불에 구워 먹는 악어구이 같은 감성이었다. 상상력 풍부한 그 시절엔 그런 게 좋았다. 우리가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마법소녀가 되었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결국엔 해냈다. 우리는 정말로 기뻤다. 와 진짜 개좋아.

 “자 그럼 우리 뭐할까?”

 “악당들을 혼내주자.”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자.”

 “부정부패 뿌리 뽑아 사회정의 이룩하자.”

 “오홋 좋아.”

 우리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계획 속에서 세상은 자꾸만 살기 좋아졌다. 나중엔 우리 모두 그런 세상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하루 빨리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우리의 구상은 수포로 돌아갔다. 어른들이 우리를 가로막은 것이다. 그들은 특유의 재래식 어르고 달래기 수법으로 우리의 팀워크를 흔들었다. 우리의 엔트로피는 완전히 증가해버렸다.

 마법소녀 생활은 좌절과 실망만 남긴 채 끝나고 말았다. 우리는 생기를 잃고 나날이 죽어갔다. 어른들은 우리의 그런 모습은 또 꼴 보기 싫어했던 것 같다. 그들은 우리를 불러다 누렇게 바래고 갈라진 옛 사진을 몇 장 보여주었다. 사진들 속에선 꽃미모를 가진 소녀들이 샤방샤방 샤랄라한 자세로 열심히 뽀짝거리고 있었다.

 “우리도 한때는 너희들처럼 마법소녀가 되고 싶어 했단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았어. 어른이 되어서도 마법소녀로 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우리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신음하다 결국 평범한 어른으로 돌아오고 말았지.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들이 우리처럼 실패하고 고통 받길 원치 않아. 너희를 말리는 우리의 마음도 아프다는 걸 조금이나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은 수염이 덥수룩했고 근육질 몸매에 메탈 징이 박힌 라이더 자켓을 걸친 모습으로 할리데이비슨 팻보이의 시동을 걸고 있었다. 우리는 충격을 받았다. 한편에선 다른 어른들이 무거운 목소리로 우리에게 충고를 해주고 있었다.

 “어린 날의 꿈이란 좋은 것이지.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두는 것도 좋아. 어차피 어른이 되면 다들 똑같이 살아가게 될 테니까.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마법소녀 같은 건 사는 데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는 걸 깨닫는 날이 올 거야.”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 또한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상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스즈키 하야부사를 몰고 불타는 석양을 향해 떠나갔다. 그건 그거대로 충격이었다. 와 진짜 개싫어.

 우리는 마법소녀의 꿈을 완전히 단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고 선대 마법소녀들과 같이 털 많은 마초맨이 되었다. 때때로 우리는 철딱서니 없이 날뛰던 옛날 옛적을 회상해보곤 한다. 그러다 한숨을 쉬며 먹고사는 일로 눈을 돌리고, 여전히 나타나는 어리고 수줍은 차세대 마법소녀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충고를 건넨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너희는 다르게 살 거라고 생각 마라. 너희라고 별수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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