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테마글쓰기

읽는 내내 설레고 먹먹한 (한 스푼의 시간 / 구병모)
은희영 2017-03-08 17:10:07 조회 : 1256



구병모 작가님을 처음 만난 건 많이 알려진 청소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다.

그 후 작가님은 꽤 다작을 하셨는데, 챙겨 보질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에 출간한 <한 스푼의 시간>을 만나고 나서는 차트를 역주행하는 것처럼, 구병모 작가님의 글을 부지런히 찾아 읽고 있다. <아가미>와 <파과> 등 읽을 때마다 애틋하고 먹먹해지는 건 작가님의 반짝이는 이야기가 가지는 대표적인 특징이 아닐까.

한마디로 구병모 작가님의 "왕팬"이 되었는데, 그 길목의 맨 처음에는  <한 스푼의 시간>이 있다. 펼치는 쪽마다 받아적고 싶은 문장이 있는 이 마법같은 소설은 주위 사람에게 책을 선물하게 하는 깜짝 친절까지 가져다주었다.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었지만 '은결'이라는 로봇(아들)이 생긴 '명정'과 만나면 안아주고 싶은 소녀 '시호', 무뚝뚝하지만 속깊은 소년 '준교', 좋은 날만 있기를 바라는 아픈 등장인물 '세주'까지. 오래된 빌라 골목, 세탁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첫장부터 마음을 끌어당긴다. 내 이야기가 아닌데 내 이야기처럼 아프다. 내 이웃이 아닌데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옆집과 아랫집에 사는 내 이웃같다.


로봇 '은결'이 사람들과 섞여 사는 모습, 그리고 '은결'이 관계 맺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읽을 때마다 먹먹하다. 그래도 반복해서 읽는 이유는 몹시 따뜻하기 때문에.



 "봐라, 네 안에는 물리학과 생물학뿐만 아니라 화학 천문학까지 들어 있지.

너는 지금까지 사람이 밝혀낸 한도 내에서 우주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을 거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을 조금 넘나 그렇다지.

그 우주 안의 콩알만 한 지구도 태어난 지 45억 년이나 되고.

그에 비하면 사람의 인생은 고작 푸른 세제 한 스푼이 물에 녹는 시간에 불과하단다.

그러니 자신이 이 세상에 어떻게 스며들 것인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나면 이미 녹아 없어져 있지." 

                                                                    ㅡ 구병모, <한 스푼의 시간>, p.184




네 번째 정독을 앞두고 있는 지금.

푸른 세제 한 스푼이 녹고 있는 중인 나는 세상에 어떻게 스며들어야 할지, 신중해진다.


작가님의 차기작을 애타게 기다린다.


148
댓글
연어,라는 말 속에서는 강물 냄새가 난다. 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