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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우리는 많이 먹는다
고타래 2019-11-18 00:23:56 조회 : 190

집배원이 된 때는 12월 한겨울이었다.

시골 우체국이라 나까지 포함해서 집배원은 전부 일곱 명. 다들 짧은 머리에 새까맣게 탄 얼굴에 옷을 무슨 곰처럼 껴입고 있어서 무척 무서웠다. 거친 손으로 악수를 청하며 투박한 사투리로 “지원상입니다”, “박도균입니다” 이러는데, 나는 너무 주눅이 들어서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집배실장은 나더러 오늘은 출근 첫날이니까 나가지 말고 집배실에 있으라고 했다.

도시처럼 큰 건물이 없는 시골은 한겨울에 바람 소리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만큼 춥다. 그 추위 속으로 집배원들이 “으 추워. 또 얼른 갔다와볼까!” 하면서 오토바이를 몰았다.

시골 집배원은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가기 위해 10km 이상 떨어진 거리를 시속 70km 넘는 속도로 달리기도 한다. 배달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더 빨리 달리기도 하고.

물론 한겨울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시속 70km 이상으로 달린다.

그럴 때면 체감 온도 영하 20도 날씨에 발가벗은 채로 달리는데, 누가 가늘고 뾰족한 얼음송곳 수천 개로 온몸을 마구 찌르는 것처럼 춥다. 살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춥다. 그러니 곰처럼 껴입어도 춥다.

첫날은 혼자 집배실에 남아서, 집배실 청소하고 수살우체국이 담당하고 있는 구역들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은 1층에 있는 사무실 직원과 함께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었다.

사무실 직원은 30대 중반이었는데, 이곳 수살우체국에 온 지는 1년 조금 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여기 짜장면이 인이 박이다시피 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먹어야 한다고 했다. 나 역시 당연히 먹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고.

오후 네시가 넘자 집배원들이 한 명 두 명 들어왔다. 다들 얼굴이 추위에 얼어서 빨갛다 못해 까맸다. 온몸이 얼마나 얼음처럼 차가웠는지, 집배원 한 명 들어올 때마다 집배실 전체에 한동안 냉기가 돌 정도였다.

집배원들은 들어오자마자 서둘러 내일 배달할 우편물들을 배달 순서대로 차곡차곡 분류했다. 만일 내일 배달할 집이 열 군데라면, 그 집에 가는 순서대로 우편물을 미리 정리해 놓는 것이었다.

우편물 정리까지 다 마친 집배원들은 나를 위해 회식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우체국 근처 백반집으로 가서 제육볶음과 (손)두부찌개를 시켰다. 둘 다 일인분에 팔천 원. 밑반찬만 열 가지가 넘었다. 그걸 또 두 개의 테이블에다 차렸다. 그러니 반찬 그릇만 스무 개가 넘었다.

반찬을 왜 이렇게 많이 준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다들 오늘 하루 배달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면서 그 많은 반찬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 그러고는 심지어 더 달라는 소리까지 했다.

나는 또 주눅이 들어서, 진짜 뭐 이런 곰 같은 사람들이 다 있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물론 며칠 뒤에는 내가 필요해서 주인아주머니한테 반찬을 좀더 달라고 부탁했지만.

날이 추워져서 동료 집배원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지금은 집배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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