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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 <섬>
이주원 2017-03-12 00:51:50 조회 : 337

장 그르니에, <섬>

내가 이 책을 살 때 쯤, 나는 패배주의에 빠져있었다. 내가 선택한 일은 내 적성에 맞는 것 같지도 않고, 도와줄 사람도 없었으며 앞날은 캄캄하기만 했다.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쯤, 장 그르니에의 <섬>을 샀다.

왜 샀는지 돌이켜보면 몇가지 생각나는 이유가 있다. 첫번째 이유는 신경숙의 <외딴방>에 등장한 문장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과시용이었던 것 같다 ...(그 쯤에 카뮈나 사르트르같은 어려운 책을 잔뜩 샀다.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다 정말 구토를 할 뻔한 뒤로 책들은 고대로 책장에 꽂아놨다)그런 불순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산 이후로 거의 매년 이 책을 읽어왔다 (내가 여러번 읽은 책은 많지 않다!).


꽤나 지겹고 어려운 책일 것 같지만 나는 이 책을 해외로 여행을 많이 다녀온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여행기인 것처럼 가볍게 읽었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럴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런데도 이 책을 여러번 읽었던 이유는, 정말로 내가 "혼자가 되어"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동기와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으며, 또 해 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가지고 있었던 막연한 불안감들이 당연한 '긴장감' 정도로 여겨지게 됐다. 책을 읽고나면 할아버지를 따라 이곳 저곳을 여행한 기분이 드는데, 어쩌면 그 기분이 장 그르니에가 뜻한 이 의미일 지도 모르겠다.

"<자기 인식reconnaissance>이란 반드시 여행의 종착역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그 자기 인식이 이루어지고 나면 여행은 완성된 것이다.  (행운의 섬들, 97)"

우리가 여행을 가며 스스로에게 진지한 물음을 하는 것처럼, 이 책은 장 그르니에의 여행기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 그 물음에 답을 찾길 도와주고 있다 (물론 그도 묻고, 답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존재에 대한 물음은 죽기 전까진 끝날 것 같지 않고, 그르니에도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는 내가 직접 답을 찾으러 떠나야 할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충동적으로 나홀로 여행을 계획하고야 말았다 !).


아참,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중 첫번째가 신경숙의 <외딴방>에 등장한 문구 때문이라 했는데, 그 문구는 다음과 같다.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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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어도 나는 위로가 필요하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우리가 쏘아올린 폭죽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