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이란 주제를 놓고 한참 고심했다. 보아하니 지금의 날 있게 한 책 한권을 꼽으라는 말 같은데, 머릿속으로 스치는 책이 너무 많아서 쉽게 고를 수가 없었다.
이 책을 고르면 저 책이 서운할 거 같고, 그 책으로 올리면 나머지 책들은 뭐가 될까?
평상시의 소심함이 이런 간단한 선택도 망설이게 했다.
사실 여태 읽은 모든 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탐독한 어린왕자, 데미안, 성장통을 앓게 한 태백산맥과 외딴방 등.. 제목만 적으래도 공책 서 너장은 금세 채워버릴 것 같다.
그래서 몇 날 며칠 고민한 끝에 나는 이 책으로 결정했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엄지를 척 내미는 고전명작은 아니다. 두고두고 회자되며 팔리는 스테디셀러에도 들지 못한다. 아마 제목을 말해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플 때마다 혹은 사람에 치어 혼자 있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을 꺼내 읽었다. 내 심정을 그대로 적은 문장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리며 스스로 정화하는 시간을 갖곤 했다.
슬프고 아플 때만 꺼내 봐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 책이 슬픔을 덜어주어 내 인생은 조금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시는 그래서 좋은 것 같다. 아무 때고 꺼내 읽고 함께 울 수 있는 것이어서. 늘 내 옆에 자리한 친구 같아서....
저의 소중한 인생 친구, 김재진의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를 소개합니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한 마음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려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사람과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의 눈을 끌듯
한 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이듯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 한 마음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보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 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 몸에 바람소릴 챙겨 놓고 떠나라
김재진의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