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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의 삼
송승훈 2017-04-12 23:18:36 조회 : 369


*이 삼은 입술의 관한 글이다. 


입술의 주름, 그녀의 강렬함, 얇은 표피 안에서 새빨간 피가 대류하는, 그러나 오히려 그녀에게 탄력을 부여하는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팽배한 입술.그때가 그녀를 만날 때; 아랫입술 윗입술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포개진 삼 분의 접촉, 그 짧은 시간동안이다.


그때의 입술은 각자가 서로의 것. ㅎ발음이 폐부에 직접 닿는 음성. 그 공간, 벌어진 틈새로 단 꿈이 떨어질 때 주고받은 ㅎ은 각기 다르게 움직인다. 그것을 위해서, 서로를 위해서, 때로는 의도치 않은 주고 받기가 있을 수도 있다.


가끔씩 그녀에게서 특유의 허망함이 나는데,
사실 이 입술이란 게 언제고 떼어낼 수 있지 않니. 사랑이나 그것의 말이 멀어질 때 내 입술은 단지 달콤한 시간의 토막으로 남아, 그렇게 쓸모없어진 부위로 메아리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므 -므 하고 그녀가 굳건한 신음을 흘릴 때였다. 그때에 모든 것이 떨렷다.

 

ㅎ과 육성 간의 차이는 확연했다. 혼자는 메아리조차 되지 않는다. 몸은 울림통. 단지 지형일 따름이라서 몸에는 들판이거나 산악, 울퉁불퉁한 구릉이 있고 깊은 곳에 열기를 가진 사구가 덩그러니 놓여있거나, 얕은 뭍에는 카르스트가 들쭉날쭉한데, 그 곳에서는 어떤 호흡을 내쉬어도 제대로 발음되지 않고 흔히들 목이 쉬었다고 말하는 노인의 가쁜 숨소리만 있다.


 이 몸은 홀로 그 노인의 것이다. 넓고 좁은 공간에 그 혼자 살고 있었다. 그에게 진정 목소리라고 뱉어낼만한 것, 입술이 달짝거리고 혀가 잘게 떨리며 걸음을 내딛는 소리는 필요하지 않았는데. 노인에게 그것이 왜 필요하지? 소리 없이도 노인은 그 자신일 뿐이다. 그에게 필요한 일은 오로지 들이마쉬고 내쉬는 숨, 그것만으로 그는 있을 수 있기에, 몸의 세계에서 그는 아주 오래 산다. 호흡만으로  그는 천 해를 가뿐히 넘겼다. 


 그러나 육성은, 지금도 귓가에 가까이 머무는 신음성은 이 모든 지형에 던져지는 ,  세계 밖에서 전해지는 기이성-조음에 의해서만 "생생하게" 전해질 수 있었다. 침과 함께 울대뼈가 넘어가고  아랫니 세계의 뒤편으로 내밀어지는 치조음ㅅ을 짓이기고 들먹이는 결과로,  우리 사이에 새어나오는 육즙은 그들이 두 개의 송곳니로 찢어지고 어금니에 달궈지고 혀뿌리에 되새겨지기까지 흐르고 넘쳐서,  입술도 넘어서 목께에 흐를 지경이다.


이로써 나의 삶에 죄의 의미가 있다. 자신의 몸을 팔아넘긴 대가로 향유의 노예가 되어, 젖가슴이 시커먼 개를 따라다니는 한껏 젊어진 노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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