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3+

뒤집힌 이야기(문학몹333 후기)
관리자 2018-04-20 17:11:39 조회 : 1159

글쓴이: 김상화


‘문학몹333’은 창비서교빌딩에서 올해 처음 시작된, 매년 3월마다 [문학3]이 진행하는 3일간의 축제였다. 그리고 아직도 믿을 수 없지만, 나는 ‘문학몹333’의 유일한 개근자였다.

처음부터 개근할 생각은 아니었다. 여느 행사 참가자들의 소심한 변덕이 그러하듯 나는 마음만 바뀌면 3일 중 언제든 불참할 의사가 십분 있었다. 문학을 배우는 나였지만 처음에 ‘문학몹333’은 그저 호기심을 끄는 데 그쳤기 때문이었다. ‘이건 또 무슨 행사일까’ 정말 그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어쩌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맹렬히 이 축제를 만끽하게 됐는지. 사실 이 글은 그 과정을 담은 나의 3일 치 짧은 일기와 같다.

-

첫날부터 나는 난데없이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날은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 공동체 상영 및 감독과의 만남이 있었다. 영화는 용산참사로 수감되었던 철거민들의 석방 이후를 다루고 있었는데, ‘공동정범’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다만 하나 의문이었던 점은 행사 제목이 “페미니즘으로 보는 「공동정범」”이라는 것이었다. 말마따나 상영 직후 객석에선 제목과 관련한 질문이 들어왔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나는 허리를 곧추 펴게 됐다. 김일란 감독은 먼저 ‘페미니즘은 남성성의 해체도 포함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주인공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방식, 그리고 주인공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페미니즘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이다. 또한 그녀는 결정적으로 자신과 이혁상 감독이 페미니스트였기에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제작 현장에서 이혁상 감독과의 페미니즘 연대의식은 자신이 단순한 여성을 넘어서 감독으로서 이 영화를 만드는 데에 큰 힘이 됐다고 말이다. 나는 이날 작품 이면, 즉 창작자의 태도가 어떻게 작품 속으로도 깊게 스며드는지를 분명히 체험했다. 더불어 그 힘이 작품을 보는 이에게까지 얼마나 섬세하게 전이되는지도 여실히 느꼈다.

“우리는 경험하지 않아도 고통의 연대, 기억의 연대로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 같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비로소 붕괴되었던 인간성과 공동체의 회복을 말할 수 있다.”

이날 김일란 감독의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다. 이 말은 비단 용산참사에만 그치는 말이 아닐 테다. 나는 올 때보다는 조금 무거우면서도 시원한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그 발걸음 그대로 둘째날도 창비서교빌딩으로 향했다.

-

둘째날엔 망원글방과 함께하는 낭독회 “뭐라도 읽는 저녁”이 열렸다.

이십대 ‘선생님’ 이슬아와 삼사오십대 여성 회원들이 모여 글을 나누던 모임을 하루만 옮겨와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한 행사였다. 서로 너무나 정답게 글을 나눠온 망원글방 구성원들을 보며 나는 건강한 질투가 일었다. 그들이 참 부러우면서도, 무엇보다 그들에게 고마웠다. 이날 나는 글을 읽을 공간과 사람만 있다면 낭독회는 어떻게든 이뤄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더불어 언젠가 나도 작은 글방을 만들어보자는 마음 하나가 움트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고무된 나는 어쩌면 무모하게도, [문학3]을 읽지도 않고 친구를 다섯이나 데리고서 셋째날도 창비서교빌딩으로 향했다.

-

“문학-삶 만들기”. [문학3]의 독자편집회의가 시작됐다.

기획위원으로부터 받은 질문지에는 예상대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문학3], 이대로 괜찮은가요?” 나는 이대로 괜찮은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저는 모릅니다. 그러자 기획진은 괜찮다며 문학잡지를 만든다면 해보고 싶었던 기획이 있느냐 물었다. 나는 여기서 희망을 보았다. 그런 것은 아주 많았다. 나는 곧 떠오르는 대로 생각해오던 아무 기획들을 열심히 말했다. 한줄 이어쓰기, 밤샘 독서캠프 등등…… 그뒤로는 [문학3]을 꼼꼼히 읽어오신 다른 분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어느 순간 그곳에 ‘어떤 우리’가 형성됐다. 이 ‘어떤 우리’는 대부분 서로 초면인 사람들로 이루어졌음에도 종국엔 시간이 부족할 만큼 문학에 대해 충분히 떠들고 또 경청했다. 우리가 한 것은 그뿐이었는데도 그렇게 회의를 마치자 장내의 분위기가 아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문학몹 333’의 제목 그대로 그곳은 독자와 편집자가 뒤집혀 있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으나, 나는 함부로 고귀해진 기분이 들었다. 회의가 끝나고 [문학3]을 읽어 가지 못한 부끄러움이 크게 일었는데, 그 마음까지도 어쩐지 전부 고귀해지는 느낌이 들어 집으로 가는 내내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

문학이 어떻게 삶을 만들 수 있을까. 올해의 ‘문학몹333’을 모두 체험한 내게 아직 남아 있는 질문 하나다. 금방 답이 내려질 것 같진 않다.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적어도 내게는 이런 고민을 함께할 ‘문학몹333’이 생겼고 그래서 기쁘다. 이곳에서라면 앞으로 이 물음의 답에 조금 더 가까워져볼 수는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년 3월이 기다려진다.

106
댓글
'문학몹 333'을 시작합니다 뭐라도 읽는 우리, 가지런히 듣는 우리(문학몹333 낭독회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