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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도축장 가는 길
김영주 2018-01-05 07:28:40 조회 : 219

중매인 장씨에게 괜찮은 소가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였다. 소값은 킬로그램당 단가 9800원 황소 시세가 요즘 세다는 말과 함께 오후에 매장으로 오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3시 46분 시계바늘이 그쯤을 가리키고 있을때 장씨가 매장에 도착했다. 트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에서 내린 그는 왼손에 쥔 장갑으로 옷을 툭툭 털며 작업장으로 들어왔다.

"어우 춥어레이, 커피 한잔 안주나?"

"아, 예 잠시만요."

그는 평소에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넉살좋은 아저씨란 인상이다. 뜨거운 믹스커피를 후루룩 마시고는 차에 올랐다. 그 옆좌석에 내가 올랐다.

그의 차는 여전히 지저분하고 지겹지도 않은 지 같은 테이프만 계속 듣고있다. 트롯트 메들리, 차가 출발하는 동안 요즘 소값이나, 그날의 날씨 이야기 말고는 딱히 할 이야기가 없다. 오늘은 소주인이 제법 깊은 곳에 살아 들어갈려면 한참을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알았다고 말한 뒤 차창에 머리를 기댔다. 언제나 보던 풍경이 눈앞에서 스쳐 간다. 그중에는 지난 번에 소를 사러갔던 집도 보인다. 하아 하고 차창에 입김을 불어 본다. 그리고는 씨발이라고 적으려다 유치하다는 생각에 손으로 김서린 창을 닦는다. 카오디오에서는 트롯트 메들리가 지겹도록 나오고 있었다. 떠나간 사랑이 야속하고, 서방이 좋아 어쩔줄 모르겠고 미련 따윈 가지지 않는 멋진 여자가 되겠단다. 익숙해진 노래를 듣고 있다 깜빡 잠이 들었다. 꿈도 안생길 짧은 쪽잠....

장씨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다왔다며 일어나라고 했다. 정신을 차리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눈을 비비며 차에서 내리니 열댓마리의 소들과 개 한마리가 우리를 경계하듯 울어대고 짖어댔다. 우사 주인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고 부르셀라 검사증을 확인했다. 실어 갈 소가 어느 소인지 물었다. 주인은 우리가 오기전에 이미 우사를 정리하며 오늘 팔 놈만 격리 시켜놓았다고 한다. 소를 본다. 배가 처지고, 머리가 작다. 등판도 제법 넓은 걸 보니 등급은 제법 나오겠다 싶었다. 차에서 끈을 챙겨서 왔다. 우리가 소 목에 줄을 거는 동안 주인은 담배에 불을 붙히고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 목에 줄을 걸고 재빨리 쇠기둥에 줄을 묵었다. 이미 눈치를 채도 늦었다. 소를 상차하는 작업은 이게 시작이자 반이다.

나일론 끈이 목을 조여오자 소의 저항이 매섭다. 눈은 히번득 거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동공은 뒤집어져 있고 엉덩이에 힘을 잔뜩 주고 버티고 있어서 소를 실어야 하는 우리는 연신 땀을 흘리며 애를 먹고 있다. 두려움에 대소변을 연신 흘리고 있었다. 소는 누가 들어도 어떤 의미인지 알법한 소리로 울어대고 장정 둘이 소목에 줄을 걸고도 꼼짝을 못하고 있으니 보고 있던 소 주인이 답답했던지 직접 소 뒤로 가서 꼬리를 꺽는다. 그제야 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트럭에 소를 실고 끈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목과 다리등을 꽁꽁 묶었다. 늘 마주하는 광경이지만 한 마리가 실려가도 다른 소들은 절대 끌려가는 동료를 위해 덤벼든다든지의 어떠한 저항의 의사도 표시하지 않는다. 다만, 차에 실려 끈에 메어있는 친구를 애써 외면 할 뿐이다. 낯선 인간들이 빨리 사라지길 바랄뿐, 우사 지킴이로 있던 개가 마치 제 새끼 떠나 보내는 어미인양 울어댄다.

상차를 마치고 소 주인과 함께 개량소로 간다. 소를 실은 차를 개량기 위에 두고 우리는 사무실로 가서 중량을 확인한다. 680kg

"와, 씨바 뭐 이리 쪼매빠이 안나오노, 저울 고장난거 아이가? 허허허"

아쉬운 마음에 소 주인이 농을 친다. 커피 한 잔하고 가라는 개량소 사장의 인사를 뒤로 하고 우리는 도축장으로 차를 몬다. 차에 실린 소는 두려움에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내지르며 옆발질을 해댄다. 꽝 소리가 나면서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위험하다는 판단이 선 우리는 차에서 내려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다. 나중에 하차를 할 때 불편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도축장에 도착을 하고 나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소리가 돼지들의 비명소리다. 좁은 곳에서 먼저 간 녀석들의 두려움이 담긴 배변 냄새와 차가운 철판 바닥 돼지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없겠지 차가 도착하면 도축장 직원이 하차를 위해 입고실 문을 연다. 그럼 내가 줄을 풀고 소는 차에서 풀리자 마자 입고실로 달려든다. 하지만 본능적인 감각이 이곳이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하는 듯 움직임을 멈추고 꼼짝을 하지 않는다. 도축장 직원은 "아이 씨, 개기고 지랄이라 "라고 말하며 천장에 달린 파이프를 잡고 소의 머리에 발길질을 가한다. 소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기전 힐끗 뒤를 한번 돌아보고는 지정된 계류공간으로 가게 된다. 나오면서 옷에 베어든 냄새를 맡아봤다. 냄새에는 울음소리가 묻어있는듯 했다. 비릿하고 진하게 올라오는 똥내, 짐승의 털에서 풍기는.... 비좁은 우사에 태어나 고기가 되기위해 정해진 사료만 먹고 자랐을 텐데도 죽는 다는 건 역시 두려운 거구나 싶었다. 내일이면 저 소는 고기가 되어 나올 것이다. 나는 그것을 받아 토막내고 잘게 썰어서 돈으로 만들 겠지 이짓을 한지도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언제 떠나야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어 본다. 해질 무렵의 공기는 차가웠고 느린 걸음을 옮기는 동안 장씨는 담배 한대를 맛나게 빨고 있었다. 내가 가자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땅바닥에 비벼 끄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매고 차 유리에 기대어 하아~ 하고 입김을 불었다. 장씨가 테이프 재생버튼을 누르고 다시 트롯트 메들리가 재생 되었다.

" 사는 거 별거있나요. 마음 맞춰 사는 것이 인생이랍니다."

차안은 오늘 작업한 소냄새와 트롯트 메들리가 흘렀고 장씨는 그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나는 무심히 백미러에 비치는 도축장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거울에 쓰여진 글자가 눈에 띄었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점점 멀어지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웬지 내가 그 광경을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가 시 경계를 넘을 때쯤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팀장님, 다와가요? 지금 점장님께서 찾으시는데,"

"예, 다와갑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창밖을 보니 산 뒤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조금 더 가니 매장이 보이고 아까 무슨 고민을 했던가가 생각나지 않았다. 마트 점장에게 오늘 잡은 소에 관해 보고를 하고, 매장에 밀린 일을 처리하며 소 주인에게 입금을 하기 위한 서류를 작성 해야 한다. 퇴근이 좀 늦어질듯 하다.

저녁은 뭘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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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니가 흐르는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