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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시골 성묘 정서
구름밭 2018-10-09 17:07:45 조회 : 155

 해마다 가을에 고향으로 성묘 가는 것은 즐거운 여행이다. 올해는 시원한 가을 기운에 접어들면서 다녀왔지만, 때를 훨씬 미루어 늦가을에 가면 단풍든 산 경치를 보게 되고 잎 떨어진 감나무마다 주렁주렁 달린 감들을 감상하며 다 익어 맛이 든 감이나 홍시를 따먹는 재미가 좋다.

서울의 4형제 부부와 대구의 5형제 삼촌. 숙모, 사촌들이 모두 시골 산소에 모인다. 서울에서는 8 명이 두 대의 차로 나누어 타고 새벽에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 평창휴게소에서 아침에 두 팀이 만나는 기쁨에 나도 덩달아 형수와 하이파이브(흥손치기)를 했다. 준비한 간식을 먹고, 여자(동서) 넷은 얘기하는 재미로 한 차에 몰려 타고 간다. 동해안 길을 달려 내려가다 보면 드디어 산뜻이 내미는 푸른 바다 수평선!

그리고 삼척에서 곰치국을 먹는 것을 지나칠 수 없다. 생선모양이 곰 같아 곰국인데 이 지역에선 특히 김치를 넣어 별미로 곰치국이라 하는바, 국그릇에 담긴 큰 생선토막의 하얀 고깃살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삼척항 수산시장의 단골집에 미리 주문한 생선회와 대게 박스를 싣고 울진까지 가서 고모님이 주문한 찰떡을 찾아 고모, 고모부도 차에 태우고 50 리를 더 가서 산골 마을 '갈마전' 동네 앞 정자 옆에 차를 대고, 대구에서도 막 도착한 여러 친척들과 반가운 인사 악수를 한다. 그리고 내 살던 집에 들어가서 할매가 된 아지매의 손을 잡는다. 올해는 고추, 마늘 농사가 어떠냐고 묻는 것은 필수항목이다.

차례 음식은 오촌아재 집에서 마련했고 마을의 산자락에 있는 다섯 기의 산소 벌초도 해놓았다. 그러나 그 선영에 가기 전에, 재를 넘는 높은 산에 위치한 산소에 먼저 갔다 와야 한다. 우리보다 5대 위의 조상, 즉 증조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묘인데, 농가 차량으로 험한 소방도로를 타고 산등성이까지 올라가 차에서 내려 길도 없는 높은 산비탈을 힘들게 올라가면 우거진 나무 숲 안에 '비선 묘'가 있고, 또 다른 산에 그 분 배우자의 묘가 따로 떨어져 있다. 먼 선대 조상들은 '높풀(고초령)'이라는 산마을에서 살았기에 그 근처에 매장된 것이다.

그 두 산소에는 이젠 가지 말자고 형님이 말해도 큰 삼촌은 본인은 가지 못하면서도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어릴 때 그 묘에 갔었지만 다리가 아픈 후로는 가지 않았는데, 그토록 멀고 오래된 산소에 성묘한다는 것은 등산함으로써 얻는 건강 효과는 있을지언정 조상숭배라는 윤리가치성은 시시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번에 그 묘를 찍은 사진의 비석을 보고는 아! 하는 일말의 충격을 받았다. 내려앉은 무덤은 안중에 없고 고색창연이 짙은 비석이 참 진귀해 보였다. 사진을 확대하니 생생하게 드러나는 비문의 조상 이름 석 자는 불현듯 내 마음에 그윽한 유정을 일으켰다.

바로 그 아래 대 선조의 묘까지 하여 세 곳에 분산되어 있는 산소에 세 팀으로 나누어 각각 다녀 온 후에 모두가 함께 마을 뒤쪽의 가까운 선영에 가는데 넓은 묘역에 들어서면 가장 돋보여 눈에 띄는 것은 가장자리에 아담하게 서있는 황금편백나무들인데 그 빛깔이 좋아서 잎을 만지면 감촉 또한 살갑게 부드럽다.

그리고, 개울 건너편에 다가앉은 산들의 자태는 인자하듯 우아하다. 묘 잔디에 앉아 그 산을 바라보며 "그림 같다"고 혼잣말하니 옆에서 들은 삼촌이 말했다.

"저거 그리기 원 쉬워. 시푸른 물감을 붓에 듬뿍 묻혀 종이에 산 모양을 칠하고 옆으로 몇 개 덧붙이면 된다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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