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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밝은 표정, 웃는 얼굴
구름밭 2018-10-17 12:39:43 조회 : 101

엘리베이터 안에서 유모차에 앉은 아이의 얼굴을 보는데 아이도 나를 쳐다봤다.

아이 엄마가 "안녕하세요, 해" 하니까 아이는 머리를 옆으로 살래살래 저었다.

엄마는 웃으며 "안할 거야?" 하고, 나는 "의사 표시가 분명하네. 아닌 것은 아니다. 어른들은 안하는 인사를 애한테 왜 시키나, 이거지." 했다.

아파트 홈카페에서 누가 "우리 서로 엘리베이터에서 보면 인사합시다"라고 했지만 어디 그렇게 되는가. 아침에 엘리베이터 안팎에서 서로 마주쳐도 "안녕하세요" 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모르는 사람도 길에서 보면 인사를 한다고 이미 옛날에 들었다. 예전에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 오스트리아(잘츠부르크)에 거주한 적이 있는데 정말 그랬다. 동네 길에서 사람을 보면 "그뤼스 곧!" 하고 인사를 하기에 그에 익숙해져 내가 먼저 인사를 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굿 모닝"은 굳어진 아침 인사로서 날씨가 나빠 안 좋아도 "굿 모닝"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건성이 아닌, 반가운(?) 인사를 하면 나를 아는 사람인가 싶어 "저를 아세요?" 하고 물어보기도 뭐해서 그냥 "예" 하고 답례하고 말지만 궁금하다.

대개 여성들이 인사를 하는데 내가 머리도 좀 희고 노인으로 보이니까 공대하는 인사겠지 하면서도 젊은 여자의 인사를 받으면 기분 좋다. 인사를 하는 사람은 대개가 밝은 표정이며 기분 좋아 보인다.

어느 날 나는 아파트 길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일부러 관찰해 보았는데 하나같이 그늘진 얼굴들이었다. 사실 나 자신도 길을 가면서 우울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두 사람이 얘기를 하며 갈 때는 밝은 표정들이다. 그리고 아기 손잡고 가거나 유모차에 태우고 갈 때도 그렇다. 내가 아파트 안에서 보는 제일 좋은 광경은 유모차를 밀고 가는 모습이다.

대학생 때였던가. 버스에 올라 뒤쪽으로 가는데 중간에 앉은 아가씨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앞쪽의 무엇을 보고 웃는 것 같았은데 버스 안에서 보고 웃을 건 없을 테고 그냥 시선을 앞으로 하여 뭔가 기분좋은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이 예사로 안 보였다. 어쩜 저리도 자연스레 미소가 우러날까?

그게 부러웠던 이유는 내 자신의 얼굴표정에 핸디캡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내 얼굴표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었다. 영어회화시간에 미국인 선생이 나를 보고 "Mr. Yong, Smile. Weather is good." (웃어요, 날씨도 좋은데) 하기에 왜 그러나 했는데 훗날 생각해보니 내 표정이 침울했던 모양이다.

스냅으로 찍은 사진의 내 얼굴이 우울상인 것을 보고 깨달았다. 회사에서 세미나 행사를 할 때 안내데스크에 앉아 긴장하여 준비정리하고 있는데 실장이 와서 보고 "용형, 화났어요?" 하고 염려하듯 말하기에 내 얼굴이 또 그렇게 됐나 했다.

결혼식 때 나는 이걸 의식해서 하객들 앞에서 의도적으로 내내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자연스런 웃음으로, 적어도 어색해 보이진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입사동기가 "그 미소 참 일품이더라."고 하기에 의외로 소기 이상의 성과를 냈음에 기뻤다.

단학수련 때 밝은 얼굴 만들기 훈련을 했는데,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라고 했다. 대규모 집회에서 단학고수가 내 얼굴은 비장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했다.

내 아들을 단학선원에 데려갔을 때 (TV프로 "아빠와 함께 세상체험" 촬영차) 원장이 아들 등에 손을 대고는 기운이 어둡다고 하기에, 아들이 밝고 명랑한데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나이 들면서 경직된 얼굴에 웃음이 없다.

다시 인사 얘기로 돌아와서, 어린이가 인사를 하면 참 기특해 보인다. 부모(선생?)가 가르쳤구나 생각되지만, 어색하지 않은 올찬 인사라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도 같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면서도 나를 쳐다보며 인사하기에 대답을 안했더니 다시 "안녕하세요?" 묻는다.

한번은 아이가 나를 보고 안다는 듯이 인사하기에 누구냐고 하니 자기를 몰라봐 서운한 듯이 "8층"이라고 하기에 알았다. 어느 날 위층에서 내는 소리가 너무 커서 인터폰을 하니 아이가 받았다. 왜 이렇게 시끄럽냐고 하니 겁먹었는지 아무 말도 안했다.

그날 저녁 현관 벨소리에 문을 여니 여인이 아이와 같이 서있었다. 낮에 시끄러웠던 것은 아이 생일이라 동무들이 와서 놀았는데 부모는 외출하고 저들 맘대로 뛰놀았다고 했다. 집에 오니 아들이 고백하기를, 친구들이 쿵쿵거려서 아래 집 아저씨가 전화로 꾸중하기에 죄송해서 애들을 원망했다고. 하지만 구태여 이렇게 와서까지 미안하다며 음료수를 주니 민망스러웠다.

사실 나는 평소에 위에서 소리가 나면 좀 거슬리지만 "어린이가 지금 재미있게 노는 구나" 하고 너그럽게 생각했었다. 그 후로는 위층 식구들 누구와도 밖에서 보면 친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나는 지금도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이웃끼리 말로 인사하지는 않더라도 밝은 표정, 웃는 얼굴을 보이며 인사를 대신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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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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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하나 - 꽃이었으면 좋았으련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