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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좋은 습관
엽편 2018-11-14 23:11:15 조회 : 414

[좋은 습관]

 

“사람을 쉽게 믿는다는 건 좋은 습관은 아니죠. 하하.” J의 웃음소리에 K는 이제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K는 눈을 감으며 J와의 첫 만남을 곱씹어보았다.

 

A국에서의 출장스케줄을 힘겹게 소화한 K,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공항에 들어섰다.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있었으므로 K는 간단한 요기나 채울 요량으로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주문한 샌드위치를 받아 막 한입을 베어 물었을 때, 뜬금없이 그의 자리 맞은편으로 안경잡이 샌님 하나가 앉았다. “하하하 E국 국민이시죠? 저는 J입니다. 저도 E국에 살다 이곳으로 이민 온 지 몇 해 안 되었습니다.”

업무로 녹초가 된 K는 이 상황이 짜증스러울 뿐이었다. 이 인간은 왜 나에게 아는 척일까. K는 끓어오르는 짜증을 참아내며 대꾸하였다. “…. ….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저희가 살갑게 얘기 나눌 만큼 구면은 아닌 것 같은데요” K는 가시 돋친 말을 뱉어내면서, J가 제발 눈앞에서 없어져 주길 기도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하는 자그마한 부업이 하나 있는데…. 이것 좀 도와주십사, 하고 말씀 좀 붙여봤습니다. 하하하그런 K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J는 넉살 좋게 자기 할 말을 이어나갔다. “선생님, 여기 E국과 A국은 면세 협정이란 게 체결이 되어있다는 건 아시죠? 양국 국민에 한해서 면세품 800불까지는 서로 검사하지 않겠다, 이 말입니다. 선생님. 하하하. , 그래서 제가 여기서 E국으로 면세품들을 쪼개서 반입을 시키고 이걸 E국에서 제값에 파는 자그마한 부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K J가 하는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J가 불법적인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하나는 확실히 이해하였다. K J가 말끝마다 붙이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이 더욱 거슬리기 시작했다.

“간단합니다. 선생님. 이 향수 하나만 선생님 짐에 같이 싸서 귀국 해주십쇼. 어차피 나가실 적에 면세 협정 때문에 검사도 없을 겁니다. 도착하면 저희 쪽 사람이 선생님께 조그마한 사례금도 드릴거고요. 이건 뭐…. 착수금 같은 겁니다. 하하하.”

J는 테이블 위로 고급 향수 한 통과 흰 봉투 하나를 슬그머니 K에게 건넸다. 호기심에 착수금 봉투를 열어본 K는 금액이 자신의 한 달 치 월급에 맞먹는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J의 말대로라면 단순히 향수 한 통만 들고 귀국하면 K는 한 달 월급을 받는 셈이었다. 그 어떤 위험을 부담하는 일 없이. “도착하시면 그 돈의 두 배를 받으실 겁니다. 선생님. 하하하. 이게 이래 봬도 꽤 남는 장사라서요. 하하하.” J의 웃음 뒤로, 돈봉투를 집은 K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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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근데…. 제가 뭘 믿고 이런 걸 합니까? 걸리지 않는 거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만일이라는 게 있는 거 아닙니까.” 돈 봉투 앞에 반쯤 마음을 굳힌 K, 마지막 남은 의구심에 물었다. “꼼꼼하시네요, 선생님. 하하하. 사람을 쉽게 믿는다는 건 좋은 습관은 아니죠. 하하.”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J가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제가 이래 보여도 A국 공항 직원입니다. 이민 와서 팔자 폈죠. 하하하.” J가 꺼내 들은 표찰에는 A국 공항 직원임을 나타내는 표시와 보안 검색요원이라는 직함이 크게 적혀있었다. “선생님 짐 검사를 제가 하게 될 겁니다. 하하하. 이제 좀 안심이 되나요?” A 국 공항 직원이 하는 면세품 밀수. 면세 협정 때문에 걸리지도 않는 완전 범죄. 받게 될 돈은 석 달 치 월급. K의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갔다. “하죠. 그 일. 이 향수만 들고 타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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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출국심사를 진행하며 연신 긴장감에 땀을 훔쳤다. 생전 처음 해보는 범법행위라는 점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어느덧 K가 검색대를 지날 차례가 되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주변을 살펴보다, 보안검색대를 지키는 J와 눈이 마주쳤다. J K를 안심시키려는 듯,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K의 짐이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을 때, K의 눈에 전광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A국 언어로 적혀 있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몇 명의 A국 공항 직원들 사진 한 가운데에 J의 얼굴이 크게 떠 있었다. 우수직원을 표창하는 듯 보였다. K의 시선이 다시 J에게 꽂힐 때 즈음, 보안검색대가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되었다. K의 직감이 미친 듯이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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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국 공항 직원 몇 명이 K를 꼼짝 못 하게 붙잡는 와중에, J K의 짐을 마구 파헤치기 시작했다. J의 손에 끌려 나온 고급 향수 뚜껑 바닥에, 조그마하게 하얀 가루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가 붙어있었다. TV에서 보던 마약 탐지견 몇 마리가 뛰어오더니, 냄새를 맡곤 미친 듯이 짖어댔다. K가 소리쳤다. “저 안경잡이 새끼가 시킨 일입니다! 저는 잘못이 없다고요!” K는 목이 터지라 소리쳤지만, A 국 공항 직원들이 이를 이해할 리 없었다. K의 손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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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국 공항 직원들에게 어디론가 질질 끌려가는 K의 곁으로 J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J를 죽일듯이 쳐다보는 K에게, J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이민 와서 이 자리까지 오는게 저라고 쉬웠겠습니까? 다 선생님 같은 분들 덕분에 올라온 거죠. 하하하. 전광판 보셨죠? 선생님 덕분에 이번달도 제가 우수 직원으로 뽑힐 예정이랍니다. 하하하. 드렸던 돈은 제 감사의 표시로 생각해주시죠. 하하하.” K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느새 J K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는 J, K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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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쉽게 믿는 다는 건 좋은 습관은 아니죠. 하하.” J의 웃음소리에 K는 이제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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