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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머리 속에서
박민 2019-02-13 23:49:55 조회 : 203

머리 속에서




그/그녀가 내 머리를 내려쳤다.


내 찢어진 머리로부터 잔잔한 음악 소리가 흘러 나왔다. 

자신을 죽여달라는 칼의 소리가 들렸다. 칼은 왜 스스로를 찌를 수 없게 태어난 걸까. 쭈글거리는 검버섯 핀 손이 칼을 막아섰다. 누군가는 빛내달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무엇을 빛내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고음을 내보려 하지만 찢어진 소리만이 날 뿐이다. 채식하는 구도자들이 닭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내 찢어진 머리로부터 이미지들도 쏟아져 나왔다. 

네가 녹아내린 그 자리를 해가 따스히 비추고 있었다. 이미 녹아버린 네 배 속에 생명을 잉태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해는 끈질기게 너의 배를 동그란 스포트라이트처럼 쪼아댔다. 너의 피부만이 황태채처럼 길쭉하고 거무죽죽하게 남겨져 있었다. 그걸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으며 음미하고 싶었다.


내 찢어진 머리로부터 욕구도 쏟아져 나왔다. 

삶에 대한 굶주림과 포만감 사이의 쓴맛이 쏟아져 나왔다. 내 혀가 고통스러워하며 울부짖었고 내 위는 그 소리를 들었다. 나는 구토를 했다. 내 토사물은 머리 속에서 쏟아져 나온 수 만가지 소리와 이미지 안으로 섞여들어가 냄새를 만들어냈다.


나는 쏟아져 나온 것들을 주워 담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뭉탱이진 물감들처럼 서로의 색을 유지한 채 섞일 뿐이었다.

 

소리는 이미지가 되었고,

이미지는 욕구가 되었다.

욕구는 다시 소리가 되었다가 또 이미지가 되었다.

이미지는 다시 쓴 맛을 유발했다.

생각을 자극하고 망상을 유발해 감정을 자극했다.


"멈춰" 외쳐보지만, 멈춰지지 않아, 나는 오래된 주문을 다시 외워보았다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로 시작해서 또 다시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로 끝이나는 그 주문을. 


그러나 주문은 오래 전 그 힘을 잃었고,

쏟아지는 것들은 쏟아져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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