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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배정받은 그 미소의 양
리세.첸 2020-01-27 11:23:34 조회 : 110
차창 밖의 줄지은 나무들이 고슬고슬하게 이어진 풍경을 즐긴다. 애인에게 손 한 짝을 내준 채,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으면 마음속으로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감상을 공유하는 데서 예술이 성립된다고 하는데, 정아는 딱히 예술가라는 호칭도 별로 안 어울리는데다 태생이 이기적이라 마음속에 꽂아둔 앨범에 오직 자신만의 풍광을 모아둘 뿐이다.


“펜션에 도착하면, 방 안에 나무로 만든 탕이 있을 거야.”


“정말? 멋지겠다. 수고 했어요” 애인의 손을 쓰다듬으며 웃어 보인다.

애인은 정아의 이마에 다정한 키스를 하고, 온기가 있는 눈빛으로 들여다본다. 뜨겁게. 마치 소유의 인장을 찍듯.

확신에 찬 그 강한 눈빛을 살며시 피했다. 괜히 애인의 손을 이리저리 살피고 사둔 간식거리를 애인에게 물려준다.


“거의 다 왔는데, 역에 들려 볼 거야?”

익히 알고 있는 습관이지만, 애인은 언제나 성실하게 물어본다. 애인은 결코 정아의 일을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주차하자마자 신이 나서 먼저 차 문을 열고 나갔다. 듬직한 RV형으로 정아의 차지만, 운전대에 앉은 적은 딱 서너번 정도. 그게 안쓰러운지, 애인은 자주 산책시켜주려 하기 때문에 정아는 성취감을 느낀다.

한산한 역사로 다가가자 맑은 공기가 허무하게 느껴진다. 기차역의 풍경은 정아의 눈높이가 훨씬 낮았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입사를 했을 당시에 머물며 시대를 빗겨가는 촌스러운 역무원들에 어린시절의 시간으로 온 미래인이 된다. 이런 기차역이라면 조카만한 자신과 마주쳐버리지는 않을까.하는 괜한 걱정을 하게 된다.


“여기 언덕만 넘어가면 금방이야.” 애인이 믿음직스럽게 말했다. 단단한 팔로 운전대를 잡는 늠름한 모습에 한껏 신뢰의 눈길을 담는다. 그를 찬미하는 감상에 가깝다.

“저기, 화원 보이는데, 당신 가볼래?” 문득 애인이 비닐하우스를 가리켰다.

“좋아. 가자.”


숙소로 가는 것이야 얼마든지 늦장을 부려도 된다. 이것저것 소소하게 즐기는 것을 특권처럼 여긴다. 여유롭고, 느긋하게.



일찍 깨우겠다던 애인의 예고가 무색하게, 실컷 잤다. 정아의 커다란 침대가 아닌, 여행지의 바스락거리는 낯선 침대 속에서는 마음 놓고 애인의 곁에서 잠든다. 방에 마련된 멋스러운 원목 통에 뜨거운 물을 받아(애인이 장미를 한가득 띄워주었다) 한껏 몸을 풀어서 그런가 유난히 나른했다. 정아의 몸에 숨어있던 근육이 새삼스레 움직이기 귀찮다는 듯이 멍하게 붙어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애인의 제안 대로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산책을 하고 돌아왔을 텐데 결국 정아의 승리다. 그렇지만 침대에 한없이 누워 애인을 꼭 껴안고 있고 싶어 아침 산책이 마음에 안들었던 건데 애인은 일치감치 샤워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반절로 줄어버린 승리에 김이 샜다.

요새 정아에 대한 애인의 걱정이 부쩍 늘고 있는데 특히나, 건강하지 않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 모습에 정아는 알사탕같은 애인의 노파심만 쏙쏙 빼서 따로 보관해두고 있다.


애인의 큰 손이 머리를 쓸어주는 것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새 다시 잠들었었나 보다 하고 잠기운 사이를 헤엄쳤다. 예전 그 어느 때처럼, 기분 좋은 촉감에 눈꺼풀을 반쯤 뜨고 애인을 올려다보았다.

아직도 반쯤 잠긴 저음으로 “잘 잤어?”하는 물음과 딱 그만큼의 건전한 미소. 이박 삼일동안 애인과 둘이서 지내며 정아는 몸이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야말로, 건강식이다. 잠이 덜 깬 애인의 그 건전한 미소는 테라피 효과가 있다고 확신한다.


또한, 그러기에, 일 년에 한두 번 여행지에서나 그 얼굴을 볼 수 있는 정아는. 병뚜껑 하나 제대로 못 여는 신세라고.


좀 억울하지만, 배정 받는 그 미소의 양이 적으니까.

그러니 한껏 바라봐야지. 지금만이라도.

#오후햇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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