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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려본다

첫사랑, 프로포즈 거절, 그리고 불임
리세.첸 2020-02-01 15:45:02 조회 : 143
간밤에 꿈을 꾸었다.

꿈이라기 보단, 못된 악몽이었다.


삭막한 탑 위에 홀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양이가 탑을 기어오르는 바람에 너무 놀라, 어느 순간부턴가 정아는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열심히 쫓아오는 고양이에게서. 달리고. 또 달리고. 마침내 깨어나자, 잠옷이 질척할 정도로 땀에 젖어 있었다.


텅 빈 천정을 향해 가쁜 숨을 고랐다.

울고 싶었지만, 울음을 터뜨릴 갈피를 잡지 못했다.






와인 셀러를 열어보니, 텅 비어 있었다. 딱히 집착을 하는 건 아니지만, 원하는 순간 없게 되면 사람은 금단현상과 같은 과민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물을 부르는 바다라도 되는 듯, 정아의 혈관 곳곳에서는 와인을 향해 갈고리를 세우고 있었다. 몸의 집념에 상당히 괴로웠다. 와인샵으로 달려가다 시피 했다. 그 친절한 주인장에게 맡겨뒀던 와인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어쩌면, 와인이 고파진 탓에 더 사버릴지도 모른다. 평소 같은 머뭇거림 없이 바로 동작이 이어진다. 문에 손을 대자마자 과감히 열고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낯선 공기에 정아는 선뜻 들어서지 못했다.


“저... 여기 계시던 남자 분은?”


깍듯한 미소를 띤 여종업원이, 머리를 말끔히 묶은 채 공손히 서있었다. 어긋난 그림에 당황을 한다.


“아, 사장님 말씀하시는 건가요? 잠시 홍콩에 가셔서 당분간 못 오실 거 같은데”, 그런데 어쩐 일이시죠?라는 친절한 얼굴을 하고.


“와인을 좀 맡겨 놔서.”


“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윤정아 요.”


“드디어 오셨네요.”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사장님이 특별히 당부해두셨거든요. 지금 바로 꺼내 드릴게요.”


언제부터 이 가게에서 와인을 사기 시작했지. 특별히 비싼 와인을 사거나 수집가는 아닌데, 이름을 익힌걸 보니 와인을 사놓고 찾아가지 않은 꽤나 고약한 고객으로 기록이 남은게 아닐까 싶었다.


“저...”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신가요?”


“그건 아니고...

홍콩에 왜 가신 거예요? 사장님 말이에요.”


어째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변하지 않는 그로서리의 풍경처럼 이곳의 풍경 또한 그대로 일거라는 어떠한 신념이 배신을 당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쪽을 상대로 무역을 하시는 분이라 원래 자주 가세요.

저도 원래 사무실 직원이거든요. 출타 중이실 때 종종 샵을 맡지만요. 와인은 사장님 취미고요.”


정아의 얼굴에서 납득이 되었다는 표정이 나올 때까지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깔끔한 포도 문양이 찍힌 쇼핑백을 들고 나오며 생각에 잠겼다. 하필 홍콩으로 갔다는 말에 궁금해진 걸지도.



***


우든 로즈의 카운터 뒤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등을 쬐던 난방기가 자취를 감춘지 한참이지만 담요는 고이 접혀 의자에 걸쳐 있다. 담요를 치우지 않는 것은 일종의 습관일 것이다. 없으면 불안하니, 딱히 쓰임새가 없더라도 있는 편이 낫다. 로즈의 분위기와도, 있는 편이 어울리니까.


해의 각도가 조금씩 내려앉을 시각이 다가왔다. 겨울에 그렇게 인디언 가면 형제를 보내고, 쓸쓸하던 차에, 새로운 물건이 들어왔다. 매를 본떠 만든 아주 커다란 조각인데, 위압적인 풍채와는 달리 머리가 작아 제법 귀여웠다. 뾰족한 부리를 쓰다듬는 것이 정아의 소소한 취미가 되었다.


“어이. 한량씨.”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가끔씩 걸걸한 말투를 흉내 낸다. 친구의 우아한 형체와의 부조화로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 언니가 와인이 마시고 싶은데 말이야. 오랜만에 거기 가볼래?”


“거기?”


“그래. 야, 솔직히 안가본지도 오래됐잖아? 궁금하기도 하고. 그 사장 늙어 가는 게.”


‘거기’란, 대학시절 자주 가던 와인 바를 의미했다. 정아가 너무도 탐내하던 몸짓을 가진 주인장이 와인을 따라주는 그 곳.


“좋아. 그럼 그 선배도 부르자.”


“선배? 누구?”


“우리보다 두 살 위 그 선배 있잖아. 여자 선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 그 웨이브 머리에 맨날 아르마니 선글라스 쓰고 다니던?”


선글라스는 잘 모르겠지만, 웨이브 머리는 맞을 것이다. 굉장히 풍성한 머릿결이었으니까.


“야, 거의 이십년이 다 돼간다. 하여간. 또 뜬금이다.

어쨌든 가자. 언제 괜찮아?”


약속을 잡고, 잡다한 일상사 몇 마디 나눈 후에, 나머지는 안주로 아껴두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라는 교감작업이 남긴 여운에 빠져 눈길은 어느새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멍하니. 서서히 빛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유유히. 여유롭게 유영하는 먼지의 형체들이 빛 안에서 반짝인다. 그 우아한 몸짓을 감상해준다. 동화되어, 함께 공중을 부유하듯.


‘어이. 한량씨.’


정아는 누구에게나 공중에 머무는 먼지 같은 존재인가보다. 애인의 말처럼, 자신만의 시간 속에, 어이없을 정도의 속도로.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어른이 되어서도 떠돌고 있는 건, 애인이 봐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정아를 감상해주는 애인이 있기에 허공에 남아 떠돈다.


강인한 턱으로 웃음 지으며 뜨거운 눈을 하는 애인이 있어 다행이었다. 달콤한 말에 휩싸여. 두둥실 떠다닌다. 애인의 숨결을 타고. 그의 눈길 아래서 느긋한 춤을 춘다.




와인바 안에 들어서자, 사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허리춤에 손을 얹은 그의 눈가에는 주름이 잡히는 모습을 본 정아의 뱃속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인간의 얼굴에는 결국 시간이 내려앉는다. 숨을 참고 후 불어도 흩어지지 않는 그 배려없는 존재가 사장의 얼굴에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그만 집에 가고 싶어졌다.


“반가운 손님이 왔네요.” 정아를 발견한 사장이 익숙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른답게 맞받았다.


“그대로네요.” 사장의 눈에는 22살의 정아가 있었다.


“제가 뭐랬어요. 쟨 똑같다니까요. 전 이렇게 때가 탔는데.” 와인 잔을 든 친구가 농을 쳤다.


“때라니. 그저 성숙해진 것 뿐이죠.” 와인 바의 수호자다운 대사를 한 사장이 곧이어 우스개소리를 가장한 뼈를 던졌다. “걱정마요. 때는 안탔어.”


“역시. 이래서 사장님 찾아오게 된다니까요?” 잠시 말이없던 친구가 호탕하게 웃었다. “조심해야겠어요. 때는 안타게.”


“응원할게요.” 사장이 윙크를 했다. “그래서, 두 사람. 테이블 만들어드릴까요?”


“바? 테이블?” 친구가 정아를 향해 물었다. 정아가 망설이자 사장이 매끄러운 동작으로 테이블 자리를 가리켰다.


“편한 곳에 앉으시면 자리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오랜만에 사장의 추천을 받았다. 특별히 바쁘지 않고서야 사장은 들어가는 포도와 포도가 나고 자란 지역 뿐 아니라 꼭 그 와인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해준다. 이곳 사장 때문에 정아는 그게 당연한 줄로만 알았는데, 대학가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들과 와인을 마시게 되면서 그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애인조차, 품종과 지역 정도로 만족한다. 그저 유독 하나의 와인, 그것만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가져오곤 한다. 그야, 왠지 모르게 정아를 닮았다는 이유로.


“이건 제가 드리는 겁니다.” 주문한 안주와 함께 탄산이 든 가벼운 화이트 와인을 한 잔씩 내온 주인장이 다시 윙크를 했다.


“때 묻지 않은 맑은 기운의 스파클링 와인이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다시 바 뒤로 간 사장을 보며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해묵은 이유가 떠올랐다. 그건 비단 와인을 따는 사장의 몸짓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학생이던 정아와 친구에게 그는 오늘 처럼, 와인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곤 했는데 그 중에는 와인병 안에는 술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들어있다는 멋진 말도 있었다.


시간을 마신다. 제각각 병안에 꼭꼭 담긴 시간을 자신의 몸에 담는다는 생각에 와인 한 병 한 병이 설렜다. 딱 한 번이지만 그 순간의 정아보다도 오래된 와인을 맛본 적도 있었다. 왠지 혈관 사이사이가 묵직해진 기분이었다. 이렇듯 시간을 담은 와인에 대해 아쉬운 것이라면 미래의 시간을 맛보지는 못한다는 것 정도.


“나, 홍콩에서 처음 애인 만났을 때. 둘이서 바에서 와인 마시고, 애인 집으로 가서 또 마셨다?”


친구가 눈썹을 꿈틀거린다. 그녀는 정아에게만 유독 보수적이다.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는 그만큼 정아를 애지중지 여긴다.


“이 기집애가... 겁도 없이.”


그러며 와인을 들이켰다. 오래전 일인데도 온 몸을 다해 표현을 해준다. 아이의 비행을 뒤늦게 알아낸 엄마의 속상함으로. 정아도 입술을 축였다.


“그럴 리는 없었어.”


“이 순딩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물가에서 물장구치는 애도 아니고. 너 요즘도 그러고 다니는 건 아니지?” 잔뜩 잔소리를 할 기세였다.


“요새도 안 그러고. 그 때도 안그랬어.”


“그럼 그 날은 왜 그랬는데?” 그래서 애인이 중학교 동창이고, 몇 달간 짝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로 안심을 시켜준다. 친구는 한숨을 토해냈다.


“빨리도 말해준다.”


한참을 말없이 잔만 비웠다. 상당히 서운한 눈치여서 정아는 자책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한다. 그녀에게 그렇게 중요한 말이었다니.


“첫사랑이야?”

의외의 질문에 고민을 조금 했다.


“전혀” 확실했다. 그건 아니었다. 근데,


“응. 내가.”


“네가 그의?”


“응.”


“넌 아니고?” 다시 ‘응’이라 대답했다. 다행히 친구는 좀 누그러졌다.


“좋겠네. 남자의 첫사랑이라니”


괜히 빈 꼬치 하나를 들고 크루통을 찍어 모은 그녀가 하나씩 빼먹었다. 정아는, 어째서? 라는 표정을 짓는다.


“왜 그런 말 있잖아. 남자는 첫사랑이고, 여자는 끝 사랑이라고.

남자의 첫사랑은 평생 간다잖아.” 그러면서 일부러 ‘좋겠다!’라며 걸걸한 소리를 했다.


“근데 그 인간도 참 대단하다. 그치 않냐? 프로포즈를 그런 식으로 거절한 여자를 어쩜 아직도 그렇게 어여삐 여기실까.”



프로포즈 거절.

즉각적이고. 맹렬했다.


“우리 윤정아가 매력이 좀 있긴 한데. 그 정도인가? 어디 더 숨겨놓은 거야?” 친구가 정아의 주머니를 뒤지는 시늉을 했다.


“그런거 아냐.” 주문한 와인을 마셨다. 어떤 유명 평론가가 ‘유년기 집에서 발견한 오래된 열쇠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을 들게한 와인이라 표현했다는 사장의 말이 친구의 호기심을 발동시켜 주문한 와인이었다.


“근데 그 평론가도 참. 이거 끝에 약간 메탈릭 맛 나는 걸로 그런 서사를 끌어내다니. 아티스트야 아티스트. 언제 한 번 지면에 모셔야겠어. 우리 싸모님 구독자들 보시게.”


“그러게. 대단하네.” 그 금속성의 씁쓸함에서 열쇠를 떠올리다니. 정아였다면 피를 떠올렸을 텐데.


다시 한 입 머금어보았다. 그 금속성의 끝맛을 보며 생각한다. 역시, 정아에게는 그게 입술에서 피가 났을 때의 맛에 가까웠다.



애인의 프로포즈는 잠시 한국에 나와 지내다가 다시 홍콩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사건은 언저리에 금색으로 삼각형이 그려진 태양 같은 접시를 쓰는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일어났다.


“결혼하자.” 그것이 유독 길었던 그 날 저녁의 결론이었다. 애인의 말에 너무 놀라 체기가 돌았다. 정아의 안색에 걱정된 표정으로, 애인의 손이 다가오자 식탁보를 쥐느라 피가 돌지 않던 자신의 손이 앨범 한 구석에 박혀버렸다. 손끝을 더듬어보면 아직도 당시의 흔적이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못해. 결혼.”


당황스러워 보였지만, 정아가 놀란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고 차분히 기다릴 요량인 애인의 얼굴에 다시 한 번 확실히 했다.


“결혼은 못해.”


애인이 맥 빠진 표정으로 물러났다. 늘 견고하던 그의 눈동자 속에서 무언가 무너져내린 모습이 선명했다. 그 정도의 단호한 목소리였다. 애인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애인과 정아 모두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든 건 전적으로 애인의 책임이었다. 머리가 맑아지며 의식이 또렷해졌다.


정아는 매순간 그럴 수 없음을 알려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인은 정아의 곁에 있기로 했다. 그러니 프로포즈는 반칙이었다.



“결혼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그의 눈을 직시했다. 무너진 자리를 자신이 원하는대로 복구하고자하는 의지가 담긴 애인의 눈을 보며 물었다.


“왜 그런 소릴 하는 거야”


“대답해줘.”


애인이 머뭇거리다, “그야, 함께 가정을 이루는 거잖아?”라고 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난 주부가 될 수 없어.” 긴장이 풀린 듯 애인이 굉장히 크게 웃었다.


“설마. 내가 당신한테 그런 걸 해달라고 할까봐?

나 벌만큼 번다고. 그런 건 사람 쓰면 돼.” 그가 다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당신은 그런 걸 바랄 거잖아. 참아주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거라고.”


애석하게도 애인은 완전히 부정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잠시간 애인의 심장이 멈췄다는 걸 안다. 신체의 기능적 문제 같은 걸로 이해해버린 애인은 특유의 바른 정신 탓에 말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물론, 그 이야기는 한 참 뒤에 제대로 전했다. 그러니까 정아의 몸이 그 정도로 건강하지 못한 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해 애인의 자책과 쓸데없는 고민을 치워두었다. 어쨌든, 애인과의 그림차이로 결혼은 가망 없이 무산되었다. 무산 시켰다. 완고하게.



“부럽다. 아주. 번쩍번쩍 빛나는 골드 미스가 되려다, 혹해서 결혼했더니,

쿨 한 생활? 그런 건 개나 주라해. 나도 영화의 환상에 휘말렸지. 절대 안 된다 그거? 거기다 매일 보고 앉아 있잖아 그것도 질리고.”


와인으론 성이 안차는지 친구가 양주를 주문했다. 사장은 친구의 주문대로 하얀 라벨을 두른 병을 들고와 손가락 만한 잔에 반쯤 따랐다. 사양을 한 정아는 그저 얌전히 앉아 그녀를 마주했다. 양주를 그대로 입으로 털어넣은 친구는 사장에게 한 잔 더 요청했다. 사장은 다시 같은 양의 양주를 따른 후 직원에게 견과류를 조금 더 내주라는 말을 전하고 바 뒤로 돌아갔다.


밝게 감사 인사를 한 친구가 두번째 잔을 손 안에 가지고 놀며 구경만 하다 입을 열었다.



“저번에 말했지?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고.”


친구의 말에 정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처음에는 결혼만 해주면 원 없겠다더니, 아이가 갖고 싶다고 덤벼들잖아. 그건 못한다고. 진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그런 거...”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충만한 자아감에 아름다운 그녀가 자존감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친구는 독한 잔에 입을 맞추며 반쯤 마시고는 멋대로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남자는 욕심쟁이 나쁜 놈이야”


정아도 반쯤은 동의하는 바였다. 애인이 늘 정아의 어리광을 받아주고, 한없이 베풀어주는 것 같지만, 어쩐지 욕심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웃으며 노래하는 친구의 모습에 잠시 생각을 지웠다.


그녀와 정아. 이 안 어울리는 조합을 주위에서 신기하게 여기곤 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둘은 끔찍이도 붙어 다녔다.둘이서 연애라도 하는 것이 아니냐며 돈독한 관계를 진기하게 여기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런 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친구가 아닌 동지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정보단, 동지애이기에 다른 여자친구들처럼 틀어지지 않는다.


친구와 정아는, 둘 다. 정신적으로 불임이다.

#오후햇살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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