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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지 2호를 만들며: 다시 일상의 정치, 상상력의 과제

김미정
2017년 06월 27일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시간이다. 2016년 가을 처음 점화된 촛불은, 기어이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탄핵국면 및 촛불 네트워크가 시작될 때만 해도 우리의 상상력은 헬조선, 수저론 등의 자조담론 속에서 공회전하고 있었다. 촛불의 힘이 조기 정권교체까지 이루어내리라고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촛불 네트워크 속에서 몇 계절을 보내는 동안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고, 우리는 시스템 안에서 변화의 주체가 되었다.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이때 광장이 탄핵, 정권교체를 향한 단일한 목소리의 장소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광장은, 삶의 다양한 의제와 감수성들이 발해지고 공유될 수 있던/공유되어야 했던 장소였다. 그럼에도 광장에서조차 시민일 수 있거나 시민일 수 없는 사람들이 구분되곤 했다. 분명히 존재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는 것처럼 지워지는 일도 있었다. 또한 평화나 준법의 가치에서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광장을 지배하기도 했다.

한편, 광장이라는 표상이 한국사회의 중앙중심주의적 심상지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즉, 촛불과 광장의 성취와는 별도로, 일상정치의 장에서 다루어야 할 의제나 감수성에 우리는 자주 직면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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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지 2호의 ‘주목’란은 이런 점을 생각하며 지난 세 계절의 ‘광장’을 주목했다. 마침 1917년 러시아혁명 100주년, 1987년 민중항쟁 30주년이라는 역사적 ‘문턱’의 순간들이 환기되는 때이다. 이때 지금 우리가 경험한 광장을 각별히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이번 광장에서 이전의 광장들과 다른 점을 경험했다면 그것이 무엇일지, 2008년과 2016년의 광장이 비슷하면서 다르다면 무엇 때문일지, 무엇이 촛불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속시키는 데에 역할을 했는지, 혹은 하지 못했는지와 같은 질문들은 정치적, 사회과학적 시각과 분석틀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 삶의 변화와 이행에 대한 실질적 체감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곱명의 필자가 각자의 키워드에 대한 옥고를 보내주셨다. 광장에서 이것은 작은 목소리였을지 모르지만, 지금 그 울림들은 깊고 크다.

시, 소설 창작란에는 김명수 김사이 박상순 전문영 김수 김연수 유채림 최정화 작가, 그리고 일반투고를 통해 처음 인사드리는 김다연(시), 정고요(소설)의 작품을 게재했다. 이번 문학지 2호부터 등단 여부에 관계없이 시, 소설란의 지면을 열어두었다. 함께 읽고 써나가는 과정에서 ‘모두의 말이 모두의 것이 되는 순간’의 문학이 체험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문학은 제도적 절차에 종속되지 않고, 잡지는 그런 문학의 플랫폼이다. 독자들이 직접 꾸리는 시·소설 중계 좌담뿐 아니라 이번 호 게재 작품들이 문학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현장란은 메가스포츠 이벤트를 수식하는 ‘세계평화’라는 말이 기만적·이율배반적으로 기능해버린 강원도 가리왕산의 비극(윤상훈), 지금은 철거되어 사라진 성매매집결지 여성의 일상과 삶(김애령), 식민지-냉전의 한복판에서 이용되고 버려진 사람들과 그 유족의 외로운 싸움(심아정)을 다룬다. 심층적으로 문제를 진단, 비판하는 윤상훈의 글뿐 아니라, 우정과 연대의 듣고-쓰기를 암시한 김애령, 심아정의 글들은 ‘누가 쓰는가’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특별한 자극과 영감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시선란에 선보이는 ‘Gate22’의 용산기지탐색사(事), 앙꼬의 만화도 우리 삶을 보는 특별한 감각을 던져준다.

한편 〔문학3〕은 문학지(종이)뿐 아니라 문학웹(웹), 문학몹(현장활동)이라는 세 축의 시스템을 동시에 운영하는 플랫폼임을 표방한 바 있다. 문학웹(www.munhak3.com) ‘3×100’ 코너에서는 박민정, 최민우의 연재가 끝나고 조우리의 「라스트 러브」와 금희의 「황금성」이 연재 중이다. 또한 기획코너인 ‘키워드3’에서는 첫 주제로 ‘문단-(  )-문학’을 마련해 투고작을 포함하여 여섯편의 글이 릴레이 방식으로 게재되었다. 새로 시작될 두번째 주제에 대해서도 치열한 논의와 투고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그외 인권에세이 「김태권의 불편한 그림 읽기」 연재, 독자참여 공간인 ‘그냥 올려본다’ ‘테마글쓰기’ ‘독자편집회의’, 〔문학3〕의 콘텐츠를 친근하게 선보이는 팟캐스트 ‘문학3 중계방송’ 등도 독자와 소통 중이다.

〔문학3〕은 지난 넉달 동안 집담회 및 독자와의 만남 형식으로 두번의 문학몹을 열었다. 특히 ‘#문단_내_성폭력, 문학과 여성들’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문학몹 첫번째 현장에서는, 한국문학계의 성폭력 문제를 의제화하여 사법적 해결에 그치지 않는 연대적 해결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문제의식이 문학계를 넘어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와 연동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여성, 소수자 혐오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 대선과정에서 유력후보들의 보수화 경쟁이 뚜렷이 보여주었듯 소수자에 대한 상상력이 심각하게 폐색된 상황은 〔문학3〕이 궁극적으로 어떤 연대와 활동을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현재 한국사회의 여성주의 의제-감수성의 (재)점화 및 운동의 물결 속에서 〔문학3〕은 지속적으로 문제의식을 연결, 확장시켜갈 것이다.

한편, 〔문학3〕은 이러한 기획을 운영해가던 와중에 독자들께 심려를 끼친 바 있다. 문학웹을 통해 사과문과 해명문을 게재한 바 있지만, 문학지 1호에 발표된 작품이 문학웹의 ‘장르교환 창작’ 코너에서 구현되는 과정 중 저작권 문제를 확인하지 않고 진행시킨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관련 작가와 독자들께 다시금 사과드린다. 후속조치는 정리되는 대로 문학웹에 공지할 예정이다. 또한 향후 이와 같은 중대한 실수, 과오가 재발되지 않을 것을 이 지면을 빌려 다시금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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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전체가 다시 다른 삶과 세계를 상상하고 그 조건을 만들어가는 시간에 문학지 두번째 책을 내보내는 것이 두렵고 한편으로는 설렌다. 현실정치의 조건은 달라졌으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이 모든 변화를 둘러싸고 있는 더 큰 시스템, 이데올로기와 이제 다시 정면대결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일상 속 여성, 소수자 혐오는 물론이거니와, 노동자 총파업이나 폭력시위에 결코 광장을 내어주면 안 된다는 목소리,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반대한다는 목소리 등은, 이제부터 다시 우리가 넘어야 할 문턱들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오랜 세월 우리는 각자도생의 세계에서 계속 내부의 타자와 적을 만들고, 서로에게 ‘억압이양’ 하는 감수성의 회로에 공모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 회로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타인의 얼굴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드는 조건들을 따져보아야 한다. 구체적 타인과의 관계들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안전하게만 상상되는 타자의 이미지는 ‘나’의 도플갱어일 뿐이다. 위험하고 불온한 이미지의 타자와 그의 삶에 대한 상상력이 멈춘 곳에 혐오와 배제의 악무한이 있다. 이것은 공감과 이해의 문제이기 이전에 상상력의 문제이다. 광장의 정치에서 일상의 정치로 돌아오는 지금, 이 상상력은 너무도 소중하다.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시간 속에서 타인, 관계, 우정, 사랑에 대한 상상력이 작동·활성화하는 데 〔문학3〕이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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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문학평론가. 문학3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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