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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군

최정화
2017년 06월 26일
새벽에 깨어 화장실에 가다가 커튼이 쳐진 거실의 한 구석에 누군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처음에 그게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 채 자리에 멈춰 서서 어두컴컴한 그 무언가를 향해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분명 얼빠진 짓이었다. 그것이 나에게 대답을 해주리라고 생각하다니 잠이 덜 깨었든지 무의식 중에 무언가가 집에 침입할 거라고 생각했든지 둘 중 하나가 분명하다. 그게 아이나 남편이었다면 나는 존댓말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누군가 집에 들어온 거라면 내가 그렇게 묻는다고 해서 순순히 자기가 누군지 대답할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입에서 누구세요,라는 말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나는 전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아랫집 여자와 마주쳤을 때처럼, 아니 그보다 아침에 아이의 방문을 열었을 때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영우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웠다. 왼손은 어둑한 형체를 향해 뻗어 있었으며 내 목소리는 어둠 속에 웅크린 것을 어르기라도 하듯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웠다. 그림자는 성인의 키 반절 정도로 몸집이 크고 늘씬한 사냥개와 같았고 그 형체는 분명 두려움을 주었지만 떼라꼬따 조소작품처럼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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