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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평선은 처음이구나(시 중계)

문학3
2017년 10월 16일

 

왼쪽부터
 

하마무 /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다. 그림 그리고, 시 쓰고, 사진 찍는다.


김유미 / 보고 듣고 말하고 쓰고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권나무 / 음악가.


조혜은 / 시인. 시집 『구두코』 『신부 수첩』이 있다. 
 



3 안녕하세요? 오늘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본지에 수록된 시 작품들을 재료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좌담에는 아무 형식이 없습니다. 편하게 꼬리를 물며 이야기 나눠주세요. 욕을 하셔도 상관없고요.(웃음) 친구들과 시 읽고 수다 떤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대화를 시작하는 차원에서 어떤 시가 가장 인상적이었는지 여쭤볼까요? 자기소개와 함께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유미 안녕하세요? 아침에 눈을 뜨면 무슨 글이든, 글 한장씩 쓰는 게 목표인 김유미라고 합니다. 저는 심지아 시인의 시를 제일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중에서도 「가가호호」라는 시가 좋았고요. 이 시가 딸이 엄마에게 하는 이야기잖아요. 제목 때문인지 정말 집집마다 곳곳에 있는 딸들이 엄마들에게 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요즘에 많이 하는 고민 내지는 생각이, 무엇을 같이한다는 게 내게 어떤 의미일까거든요. 제가 얼마 전에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을 다녀왔어요. 일주일 동안 제주도 반바퀴를 걸으면서 제주 곳곳에 있는,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평화에 대한 이슈들에 대해서 사람들과 같이 대화하고 목소리 내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제게는 그 일주일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본 첫 경험이었어요. 제게 아주 구체적인 첫 경험이 생긴 셈인데, 그후로 다른 텍스트나 영상, 일상 경험에서도 계속 같이 산다는 것, 함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도 심지아 시인의 작품이 더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 싶어요.

 

3 말씀하신 경험이 심지아 시와 어떻게 연결될까요?

 

김유미 엄마에게 “가려움을 꺼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처음에는 무슨 의미일까 하고 시를 읽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딸이 계속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뒷부분에서 이러한 몸부림이 “내 혀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혀를 지킬” 것이라고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내가 이렇게 몸부림하는 건 엄마를 위해서이기도 하다고요. 제가 한참 촛불시위 참여하러 광장에 나가고 하면 할머니가 되게 싫어하셨거든요. 그런 데 가지 말라고. 제가 다칠까봐 염려하시느라 그러신 거죠. 이해가 돼요. 할머니의 마음이, 어쩌면, 아니 당연히 많은 집의 할머니들이, 엄마들이, 딸들을 걱정할 거라고 생각해요. 네 혀나 지키라고, 나서지 말라고, 앞에 서 있지 말라고. 그때 제가 할머니한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할머니, 내가 더 오래 살아! 여기서.” 이렇게 얘기했는데, 시 읽으면서 그런 장면도 떠오르고 했던 것 같아요.

 

권나무 재미있네요. 이렇게 다르게 읽을 수 있구나. 이것 때문에 좌담 하는 것 같네요.

 

3 네. 경험이 다르면 다르니까 읽히니까요. 권나무 씨는 어떠셨어요? 자기소개도 부탁드립니다.

 

권나무 아, 네. 저는 권나무입니다. 음악을 하고 있구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방금 하신 말씀 들으면서 진짜 시 읽은 감상을 자기 경험과 연결해서 이야기하신 것 같아서 좋았어요. 저는 그냥 텍스트로 봤을 때는 같은 시에서 “나를 벗어나 전개되는 전개를요/나를 벗어나 전개되는 폐쇄를요” 이 두 문장이 좋았습니다. 저는 「가가호호」 읽으면서 그냥 밤이 떠올랐어요. 저는 엄마와 나의 관계로 읽지는 않았고 그냥 밤에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혼자 하는 생각으로 읽었어요. 그렇게 생각에 휩싸이다보면 나를 벗어나는 이야기를 공상하기도 하잖아요. 미운 사람들 한번 죽여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나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사실 내 안에 갇히고 하는 장면이 저는 떠올랐어요. 또 가려움이라는 것, 이건 제 경험인데 저도 가려움증이 좀 있어요. 관련 약품을 먹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이 시가 좋았어요. 가려움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거거든요. 가려우면 긁어야 돼요. 참는다고 참아지지도 않거든요. 그런 걸 알고서 엄마에게 내 “가려움을 꺼”달라고 말하는 첫 문장을 읽을 때부터 크게 다가왔어요. 그러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 절박함이 혼자서 밤에 떠올리는 이야기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 속에서 새롭게 전개되면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외부와 부딪히며 생기는 어려움처럼도 느껴졌어요. 그것이 다른 사람들과 지낼 때의 어려움일 수 있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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