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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직도, 지금까지 그곳에 있는지 알아주세요

강정주
2017년 10월 16일
  

지난 6월의 어느날, 길고 긴 가뭄으로 연일 TV에 쩍쩍 갈라진 논밭 영상이 나오며 비를 애타게 기다리던 그런 날 중 하루였다. 누군가에게는 ‘단비’ 같았을 비가 쏟아졌다. 그 순간 나와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 인도에 있었다.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이하 공투위) 소속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 인도에서 생노숙을 한 지 일주일이 조금 넘은 날이었다.
 
하필이면 밥을 먹어야 할 시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냥 굶을 수는 없는 노릇. 농성장에 연대하는 한 시민이 만들어온 밥과 4~5개의 반찬, 된장국이 뷔페처럼 차려졌고 우리는 비를 맞으면서 줄줄이 서서 배식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모습이었다. 어디 마땅히 앉을 곳도 없어 인도 한편에 그릇을 놓고 밥을 먹었다. 반찬이야 그럭저럭 먹어치웠는데 국그릇은 먹어도 먹어도 줄기는커녕 내리는 빗물 때문에 다시 새 그릇으로 가득 차는 신기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끼리는 그래도 웃으며 식사를 마쳤다.
 
내가 먹은 그릇을 치우고 돌아섰을 때 한 노동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지금도 그 모습이 유독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든 비를 피하려고 큰 우산을 한쪽 얼굴과 어깨로 받치고 쭈그려앉아 밥을 먹던 사람. 20년을 강원도 삼척에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돌을 깎고 실어나르던 노동자, 이제 정년을 채 몇년 남기지 않았는데 해고되어 2년 넘게 거리에서 농성하고 있는, 이 나라의 산업역군 중 한명인 그의 저녁식사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희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거리로 쫓겨나고 탄압받은 노동자들입니다”라는 구겨진 피켓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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