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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찌

이해준
2018년 02월 14일
 
 
 
하필 난자 채취를 하는 날 은겸은 재호와 다퉜다.
 
세번이나 시험관 시술을 받은 언니 나겸에게 이야기 들었을 때는 실험실의 개구리가 떠올랐지만 황급히 머릿속 이미지를 지웠고, 실제로 수술실의 환한 조명 아래서 다리를 벌리고 눕자 긴장과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재호는 계장에게 사정을 말하고 겨우 연차를 썼다고 했다. 2주 전 정자 채취할 때와는 달리 어제는 사무실에 말해보겠다고 하면서도 뒷말을 흐렸다. 지난 구제역으로 피해를 본 농가를 지원하느라 바쁜 시기여서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병원에 와서도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은겸 옆에서 여러번 사무실에서 오는 전화를 받았고 통화를 끝내고 나서도 대기실을 서성댔다. 은겸은 은겸대로 채취 전부터 초조했다. 인터넷에서 새벽까지 후기들을 읽었기 때문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 중 제일 고통스럽다는 과정이었다. 볼펜심만 한 굵기의 긴 바늘로 수차례 난소를 찌르고 어쩌고 하는 후기들을 눈이 빠지게 읽고 나서 생각했다. 읽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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