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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소설 중계)

문학3
2018년 02월 14일
 

3 〔문학3〕 소설 중계에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편하게 작품 읽고 들었던 생각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돌아가면서 가장 재미있게 읽으셨던 작품이나 전체적인 인상을 얘기해볼까요? 박채은 감독님부터 말씀해주십쇼. 자기소개도 부탁드릴게요.

 

박채은 안녕하세요. 박채은입니다. 현장과 결합한 다큐 작업을 했었고, 지금은 미디어 정책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은 지 참 오래됐다는 생각을 새삼 했어요. 사실 저는 영화를 더 많이 보는 편인데, 영화와 소설이 서사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면이 많은 장르잖아요. 서사를 접하고 싶을 땐 영화를 보며 해소했던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오랜만에 소설을 읽게 돼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시간이었고요. 저는 네편 다 나름의 장점도 있고 흥미로웠는데, 아무래도 특히 첫번째 작품인 김정아의 「감독판」이 눈에 제일 많이 들어왔습니다. 예전에 김정아 작가의 『가시』(클 2017)를 읽은 적이 있어요. 김정아 씨가 인권운동가이기도 하고, 저도 제 작품을 인권영화제에 출품한 적도 있어서 작품집이 출간된 뒤에 관심을 갖고 읽어봤는데요, 그때 사회적 주제를 인물을 통해 풀어내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이번 소설 「감독판」도 보호감호제의 문제를 다큐 제작이라는 에피소드로 연결시키더라고요. 소설이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 같은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다큐멘터리는 극영화와 다르게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내야 하는데요. 이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거든요. 이 작품에서 ‘이남수 선생’ 스스로 카메라 앞에서 고해성사하듯이 내뱉는 이야기가 「감독판」의 엔딩 격으로 나오는데 인상적이었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홀로 카메라 앞에서 하는 그 장면의 이미지가 기억에 오래 남네요.

 

한진금 네, 저는 지금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는 한진금입니다. 한국근현대사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고요. 작품 잘 읽었습니다. 〔문학3〕을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어서 반가웠어요. 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궁금한 건 지금 작품들이 기존의 단편소설보다 분량이 짧은 건가요? (아, 네, 맞아요.) 일부러 기획하신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저는 그게 좀 아쉬웠어요. 독자 입장에서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더 있는데 작가는 그냥 딱 자기 할 말만 던지고 도망가버리는 느낌?(웃음) 네 작품 다 그런 것 같아요. 좀더 이야기를 많이 해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래도 네 작품이 각양각색이라 다양한 맛이 있었어요. 가장 좋았던 건 「듣고 싶은 말」이었는데 저는 원래 윤성희 작가 팬이기도 해서 신작을 보게 되어 기본적으로 좋았는데, 따뜻한 소설이었어요. 다른 작품들도 짧게 언급하면, 「감독판」은 작품의 배경이나 여러 장면들이 시각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영화 같은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고, 「Karmic castle」은 보이는 그대로 전시 같은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팔찌」는 읽는 내내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박혜원 안녕하세요? 박혜원이라고 합니다. 작년 문학몹 자리에서 제가 이 ‘중계’ 좌담을 비판한 적이 있어요.(웃음) 그런 제가 여기 참여하고 있으니 좀 모순적인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후로 『문학3』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긴 했거든요. 그래서 준비하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듣고 싶은 말」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윤성희 소설을 읽다보면 빠르게 지나가는 사건들을 속수무책으로 서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항상 묘하게 심장이 빨리 뛰는 것도 같고요. 이번 작품은 특히 아홉수 얘기도 나오고 해서 더욱더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다 읽고 나서 새삼 제목을 보니 ‘듣고 싶은 말’이었는데, 주인공이 듣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리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제목과 감정의 간극이 느껴지는 게 윤성희 소설이 좋은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분명히 힘들고 슬픈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나는 힘들고 슬프진 않은? 화자가 텍스트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옆에 서서 함께 텍스트를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요. 화자조차 자신의 불행을 관조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황현진 안녕하세요, 저는 황현진이라고 합니다. 주로 소설을 쓰고 읽는 생활을 합니다. 저 역시 세분 말씀해주신 데 공감하고요. 아까 「감독판」에서 이남수 선생이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말씀해주셨는데, 「팔찌」를 뺀 나머지 세 작품에서 저는 그러한 카메라의 시선을 느꼈어요. 「듣고 싶은 말」은 화자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시선 자체는 굉장히 객관적이잖아요. 가령 슬픈 이야기를 슬픈 감정에 빠져 말하지 않는 것, 아마도 주인공이 자신의 삶에 어느정도 거리감을 두고 서술해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화자의 시선이 일종의 카메라인 거죠. 「Karmic castle」은 말할 것도 없이 관람객의 시선으로 쓰고 있잖아요. 「감독판」도 보호감호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그걸 영화화하려는 감독의 이야기다보니까 카메라 같은 시선과 거리가 당연히 생기게 되는 걸 텐데요. 처음 읽었을 때는 저도 「듣고 싶은 말」이 좋았는데, 말씀을 듣다보니 「팔찌」가 그런 거리감이 안 느껴져서 오히려 용기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얼리티를 떠나서 그 사건과 상황에 화자가 오롯이 들어가 있는 소설 같아요. 그래서 새삼 새로운 감동이 드네요.

 

3 그럼 「팔찌」에 대해서 좀더 얘기해볼까요? 방금 황선생님이 말씀하신 관점에서 혹은 다른 부분에서 말씀해주실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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