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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 ‘통역’이 될까요?

김수희
2018년 02월 14일
 
 
 
학교에서 학생들과 지내다보면, 분명 같은 한국어를 쓰지만 ‘통역’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주로 마음이 급해 충분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거나 단어 선택을 잘못해서 이야기의 맥락이 어그러진 경우이다. 물론 말을 논리적으로 혹은 유창하게 하지 못하거나 어휘력이 풍부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 친구가 하고 싶은 말이 그게 다가 아닌데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가 생기거나 혹은 계속 진행되어야 할 대화가 진전되지 못할 때 종종 교사로서 ‘통역가’의 역할을 할 때가 있다. 대부분 ‘통역’을 진행한 후 원래 하려던 이야기가 맞느냐고 물으면 아주 시원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는데 이는 내가 말을 잘해서라기보다는 그들과 오래 함께 지내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맥락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 고려해서 각각의 특성에 맞게 말을 하면 더 잘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쉽고 자세히 설명해주어야 하는 친구, 예를 들 때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를 말하면 더 잘 알아듣는 친구, 이성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친구 등. 그런데 듣기도 말하기도 참 어려운 친구들이 있으니 그건 바로 발달장애 학생들이다. 내가 독심술이 생기면 가장 먼저 마음을 읽고 싶은 친구들이기도 하다. ‘엄마’ ‘아빠’ 같은 아주 쉬운 단어 외에는 발화가 없는(무발화, non-verbal) Y, 말더듬이 있어 말을 전달하는 것이 어렵고 특히 긴장하면 더 심하게 말을 더듬어 알아듣기 어려운 P, 끊임없이 자신이 그린 캐릭터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는 I. 말을 하지 않는 Y와 달리 I는 말을 너무 많이, 빠르게 해서 알아듣기가 어렵다. 게다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창의적인 스토리들이 마구 엉켜 부분적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해도 도무지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자주 들을수록, 자주 함께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I가 창조한 캐릭터는 인터넷의 세계에서 활약하는 히어로로, I는 유기농 덕질 분야를 창조하는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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