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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김엄지
2018년 08월 07일
 

 

점심에 짜장면을 시켜먹었고. 저녁에는 비빔국수, 콩국수를 먹었다. 
아침에는 밥에 날계란, 간장을 비벼먹었다.
같은 사람과 같은 식탁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먹었다. 
먹고 사는 게 뭔지.
먹고 사는 게 뭐니?
같이 밥 먹던 사람에게 물어보았는데.
의식주 기본,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것저것 먹고 밖으로 나가니 아직도 밝아 사진기로 하늘을 몇장 찍었다.
하늘보다는 예쁘지 않은 것 몇장 남았고. 해가 길기도 길지만 짧기도 짧아서.
 
기분이 괜찮아진다.
기분이 괜찮아진다.
기분이 괜찮아져.
 
어제는 목표에 대한 대화가 오가기도 했었다. 
목표가 있다면. 목표라는 게 있다면.
그러면 우리 밤을 새우자.
어 우리 밤을 새우자.
우리는 밤을 새우기로 했고 둘 중 누구도 밤을 새우지 않았다.
 
아침이 되었을 때, 왜 우리 어제 잤지?
왜 잠들었는지는 몰라. 모르고 깨어났다.
아침부터 삶은 계란은 싫어서 날계란을 먹었을 뿐이고.
 
내가 무언가 놓치지 않았을까?
너는 다 놓쳤지.
오늘은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몸이 적응한 지 오래 같은데 아직도 더워서
더워서 그랬다 내가.
 
더워서 그랬어요, 제가.
마음을 열고 몸을 열어도 계속해서 덥고 더 더울 예정이라고 하니.
지난여름에도 이런 날이 있었겠지. 
 
뭐야 네가 시작했잖아. 밤 열시 십칠분이 되자 그런 말을 들었다. 
밤 열한시가 되면 치킨 집으로 가지 않을까?
 
먹고 사는 게 기본이라면.
새로운 얼음 얼리자.
얼음 틀에 물을 붓는 동안
가장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지나갔다.
밤이고 여름이니 여름밤이겠지.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멀지 않은 겨울에
멀지 않은 이듬해 봄에 또 이듬해 여름에.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이상한 말을 들은 밤에.
이 여름의 시작은 3월부터였다.
아니 2월부터였다.
끝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보다 이상한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작되지 않은 여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알 수 없고.
알고 싶지 않은 일들만 알게 되는 여름이 있었다.
나만 모르게 지나간 여름이 있었다.
얼음 틀 속에서 물이 어는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김엄지
소설가.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장편소설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 에세이집 『소울 반띵』(공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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