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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온의 밤(6회)

김초엽
2018년 11월 05일
 


그날 이후 승희는 설아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새벽 시간에 가끔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눈을 떠보면 옆 침대에서 짧게 잠을 자고 나간 흔적만 있었다. 교정을 걸어가는 설아를 멀찍이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설아의 표정은 어딘가 어두웠고, 깊게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전과 달리 친구들과 함께 있지도 않았다.
 
하루는 설아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편지봉투를 보았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종이 편지였다. 읽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겉면에 크게 적힌 글씨가 눈에 띄었다. 설아에게, 언니가. 삐뚠 글씨였다. 다음날 아침에는 어디론가 치웠는지 사라져 있었다.
 
졸업이 다가왔다. 승희는 유퍼스의 생태연구소에 지원서를 냈다. 그곳에서 3년쯤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고 했다. 파견 연구진만 거주하는 행성이어서 환경은 험난하지만 다른 곳보다 짧게 머물러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합격 통지는 금방 날아왔다. 연구소에서는 승희가 졸업 절차를 끝내고 바로 유퍼스로 갈 수 있도록 수송선 예약을 잡아주었다.
 
설아를 다시 보게 된 건 수송선에 오르기 한달 전이었다.
 
거주신고서를 접수하러 가던 길에 교통 통제로 도로가 막혔다. 에어카를 타고 공중도로를 타는 방법도 있었지만 승희는 근처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길을 점거한 사람들이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달온시 개발 축소 발표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카메라가 한 남자를 촬영했다. 그는 달온 이주권을 받았던 기술자로, 1차 개척 이주민으로 떠나는 대신 지구에 남을 노부모의 생계를 보장받았다. 달온시 개발이 중단되고 연구단지로 축소되면 그는 달온에 갈 수 없었다.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구에서는 그가 일할 곳이 없다고 했다.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요구사항은 제각각이었다. 달온시 계획을 계속 추진하라는 주장도 있었고, 달온시 설립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우주거주지로의 이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어쨌든 그들 대부분은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승희가 잘못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저 밖 우주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 남을 이유를 찾지 못한 것뿐일지도.
 
승희는 건너편의 또다른 무리를 보았다. 그중 어색하게 서 있는 설아를 발견하고 승희는 군중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들은 열명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이쪽의 수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규모가 너무 작았다. 홀로그램 스크린이 없었다면 모여 있는 줄 알아채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들 중 한명이 마이크를 잡았다. 소리가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연구단지 설립 계획을 전면 폐기하라는 요구 같았다. 증폭된 목소리가 말했다.
 
―무인 테라포밍의 실패를 인정하십시오. 달온은 인간을 위한 위성이 아닙니다. 희생자를 만드는 연구단지 설립을 중단하십시오.
 
이쪽의 누군가가 건너편 무리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험한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설아의 표정은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승희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바론 박테리아 연구를 졸업에 맞춰 끝내느라 자주 밤을 새워야 했다. 담당 교수는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고도 실험실 근처에 머물 수 있도록 휴게실을 내주었다.
 
해가 점점 짧아졌고, 밤은 길어졌다. 찬 공기에 겨우 익숙해질 무렵에는 이미 지구를 떠나 있을 것임을 승희는 직감했다. 행성과 행성 사이를 몇번이나 옮겨 다녔으니 다른 계절에 적응하는 것도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떠나기 직전에는 늘 속에 무언가 걸려 움츠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유퍼스로 가기 사흘 전, 승희는 기숙사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오늘 짐을 다 빼고 내일 수송선이 뜨는 도시로 출발할 계획이었다. 이번에는 수레가 필요 없었다. 전에는 몰랐지만 학교에서는 짐을 옮겨주는 로봇들을 대여해주고 있었다. 첫날 짐수레를 끌고 나타난 승희에게 설아가 요즘 누가 그런 구시대의 유물을 쓰냐며 웃으며 가르쳐 준 서비스였다.
 
짐을 척척 옮기는 로봇들을 보며 승희는 설아에게 전화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설아를 우연히라도 만났다면 진작 유퍼스로 간다고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비상시를 대비해 연락처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사적인 연락을 하는 사이는 아니었고, 떠난다는 말을 선뜻 하기에도 망설여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폐기할 물건을 쓸어담은 로봇이 막 기숙사를 떠났을 때 승희는 복도에서 설아를 마주쳤다.
 
설아는 급하게 온 것 같았다.
 
“아까 새 룸메이트가 배정됐다는 연락을 받아서……”
 
몰아쉬는 숨 사이에 망설임이 섞여 있었다.
 
“네가 간다고 담당 직원이 말하더라.”
 
“응. 내일 가게 됐어.”
 
설아는 “아.” 짧게 대답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어색한 침묵이었다. 승희가 말했다.
 
“잠깐 같이 걸을래?”
 
기숙사를 나와 십분쯤 걸었다. 울타리가 쳐진 길 끝에 도달할 때까지 설아는 말이 없었다. 승희도 무어라 화제를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겨울의 끝물이었고 나무들은 앙상했다. 모퉁이를 돌아 그늘진 산책길로 들어섰을 때 찬 바람이 불었다. 승희는 몸을 움츠렸다. 지구에서는 이제 마지막 겨울이 되리라는 생각에, 어느 때보다도 바람에 날이 선 것처럼 느껴졌다.
 
설아가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는데?”
 
“유퍼스로 가게 됐어. 학생연구원으로.”
 
유퍼스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설아가 승희보다 더 잘 알 터였다.
 
“이제 떠나면 지구에는 다시 안 와?”
 
“아마 그렇겠지. 너는?”
 
승희는 되묻고 나서 잠시 후회했다. 혹시나 일이 잘 안 풀렸다면. 다행히도 설아의 말을 들어보니 그런 건 아닌 듯했다.
 
“내년에 시작하는 탐사 프로젝트에 들어가려고. 첫 일년은 지구에서 일을 좀 배우고, 그런 다음에는 외우주로 나갈 것 같아.”
 
“그래. 잘됐다.”
 
승희는 묘하게 침울해진 설아가 신경 쓰였다. 무슨 일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떤 관계는 단 한번 교차하고 다시 만나지 않는 직선 같았다. 설아를 만날 일은 이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퍼스에선 뭘 해?”
 
“연구소에서 버텨봐야지. 해양 생태계가 특이해서 재미있는 연구주제가 많대. 그만큼 사람도 많이 필요하고. 거기서 몇년 정도 버티면 장기 계약으로 다른 행성에 정착할 수 있어. 테뉴어도 가능하고.”
 
“평생직이라니…… 그런 건 치열할 것 같지는 않은데, 승희 너라면 지금 바로 지원해도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럴 리가. 사람들이 안정적인 걸 얼마나 갈망하는데. 네가 특이한 거야. 나도 이사를 너무 많이 다녔더니 지겨워 죽겠고.”
 
승희의 말에 설아는 픽 웃었다.
 
“그럼 나중에는, 어딘가에 오랫동안 발붙이고 살겠다는 거지.”
 
“맞아.”
 
부모님은 승희가 자신들을 따라 여행자로 살기를 바랐다. 의학을 공부하라는 요구를 따르는 대신 외계생물학을 전공한 건 어느정도 타협이었고, 일시적인 눈속임이었다. 승희가 보기에도 부모님의 삶은 고결해 보였다. 평생 진공 사이로 떠나며 타인을 위해 일하는 삶이라니.
 
승희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떤 그리워할 장소도, 어떤 오래된 사람에 대한 기억도 없는 삶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변치 않는 것을 다루고 싶었다. 일종의 절대적 진리. 수백년이 흘러도 제자리를 지키는 자연의 법칙 같은, 보다 근본적인 것들을.
 
“최종 정착지는 어디로 하고 싶은데?”
 
“사실 어느 행성으로 가든 연구소 생활은 나쁘지 않아. 대우가 괜찮거든. 하지만 이왕이면 가지고 놀 만한 게 많은 곳이 좋겠지. 지구에서 멀고, 화려한 풍경이 아니면 더 좋겠어. 그럼 지구 사람들이 ‘생애 첫 성간여행’ 같은 걸 하러 와서 시끄럽게 굴지 않을 테니까.”
 
설아는 웃었다.
 
“그리고?”
 
“정원을 만들 거야. 오랫동안 자세히 들여다볼 가치가 있는 것. 그리고 인간과는 아주 다른 것. 그런 것들을 관찰하고 싶어. 한 30년쯤, 조용히 지내다보면 또달리 하고 싶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했을 때 둘 사이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승희는 잠시 긴장했고, 시선을 발끝으로 떨구었다.
 
시시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인생 다 산 노인 같은 꿈이라니. 그동안 설아가 말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미발견 외계구역들, 아직 탐사되지 않은, 알려진 세계의 너머. 그건 승희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지만 비교하자면 그쪽이 더 멋지다고 생각했다. 변치 않는 것에 관한 탐구라니, 그런 건 수도사 멘델의 시대에도 낭만이 아니었을 텐데.
 
“좋은데.”
 
고개를 들었을 때 승희는 다시 설아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럼 나는 네 정원에 들러야겠다.”
 
설아는 미발견 외계구역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처럼 말했다. 그럴 때 설아는 확신에 차 있었고, 이미 그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
 
문득 승희는 설아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설아는 무사히 떠날 수 있는지, 다시 만나자는 말은 정말로 실현 가능한지. 고향에 남겨졌다던 언니에게서 온 편지는…… 그러나 승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꼭 와야 해.”
 
지구의 중력이 무겁게 발목을 잡아도 설아만큼은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기를 바랐다. 그리고 만약 그게 실현된다면, 아마도 다시 만날 수는 없을 테니까.
 
설아와의 마지막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
 
유퍼스에서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행성 시몬으로 오라는 허가서를 받은 무렵이었다.
 
승희가 있던 연구실에서 화재가 났다. 폭발 때문에 팔을 크게 다쳤다. 유퍼스의 의료 수준으로는 회복이 쉽지 않았다. 의사는 손을 의수로 대체할 것을 권했다. 수술은 금방 끝났지만, 재활 훈련으로 다시 작업을 하게 되기까지는 몇달이 걸렸다.
 
유예 기간을 최대한으로 써도 시몬으로 향하는 마지막 수송선에 오르지 못했다. 시몬은 승희가 원하던 조건을 모두 갖춘 연구행성이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였고, 지구에서도 멀었다. 그래도 이미 놓친 기회를 계속 아쉬워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새로 지원서를 내면 되겠지. 승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겉보기에 의수는 진짜 손 같았다. 다만 부자연스러운 손동작이나 떨림은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길게는 몇년, 심한 사람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건 수술이 다 끝난 후에야 알았다.
 
화면 너머의 면접관들은 그걸 날카롭게 눈치 챘다.
 
“아무래도 의수를 쓰면 손끝의 세심한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평생 쓴 팔이랑은 다르잖아요. 이쪽 직무는 현장에서도 일하는 편이고, 아시다시피 우주에는 많이 훈련된 사람이 필요하고요. 다음에 재활이 다 되면 그때 하시는 게. 저희가 무슨 차별하고 이런 건 아닌데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다들 트집이라도 잡힐까 짐짓 그 말을 붙였다. 하지만 손끝의 세심한 감각이라니. 그런 말을 하는 면접관들은 직접 실험도구를 잡아본 적이나 있을까.
 
부모님은 상심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재활 훈련을 지원해줄 테니 지구에 머물다가 때가 되면 본인들이 있는 행성으로 오라고 했다. 승희는 알겠다고 대답하면서, 한손으로는 연구보조 인력을 뽑는 구인공고를 정렬하고 있었다.
 
그 무렵 달온 연구단지의 추가 구인공고가 떴다. 달온 프로젝트는 수천명 규모의 최소 인력만으로 꾸려진 초라한 사업이 되어 있었다. 이주권을 신청했던 초기 연구진 중에서 빠진 사람들이 많았다. 달온 개발 관리본부는 달온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했다. 이미 무인 테라포밍에 투자된 금액이 엄청났다. 실패를 선언하지 못한 데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다. 모행성의 풍부한 자원과 터미널에 근접한 위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라도 사업을 지속하기에는 충분한 요소였다. 변경된 계획은 연구단지를 설립하고 연구진을 파견해 무인 테라포밍에서 실패했던 생태계 개조를 재시도한다는 것이었다.
 
승희는 여러곳에 지원서를 냈고 세군데에 붙었다. 모두 연구보조직이었다. 그중 굳이 달온을 선택한 건, 달온의 계약기간이 가장 짧아서였을 뿐이다.
 
가장 먼저 출발하는 수송선을 탔다. 달온으로 향하는 수송선에는 어린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조용했고, 지쳐 보였다. 터미널 통과를 앞둔 수송선이 급격히 속도를 줄였다. 깜빡이던 빛이 멈추었다. 성간이동의 열기가 몸을 덮쳤다.
 
―진입 개시. 강제 수면이 시작됩니다.
 
눈을 감으면서 승희는 또다시 무언가가 반복되고 있다고 느꼈다. 이번에도, 떠나는 삶으로부터 단 한발짝도 멀어지지 못한 것이다.
 
*
 
생태연구소는 부산스러웠다. 정비사가 돔에 갇혀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모두에게 퍼진 듯했다. 설아와 친한 사이였다는 직원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원래 오늘부터 재개되어야 하는 복구작업은 기계들을 사용할 수 없어 정체 상태였다.
 
온실에 직접 가서라도 보호막을 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승희가 생각하기에도 그 말이 맞았다. 장비를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 상황이 더 악화될지도 몰랐다. 생태연구소에서 공동관리하는 식용 작물 재배지와 이제 막 연구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합성작물 타워가 가장 피해가 컸다. 시설들이 망가져 온도와 대기 조성이 통제되지 않은 채로 벌써 며칠째 방치되어 있었다. 연구 샘플들도 문제였지만, 식용 작물들이 썩기라도 하면 뮤른 사태가 재현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담당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들어갈 테니 출입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승희는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대책반에 전달했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회의가 계속되는 것 같았다.
 
구조대가 정말로 진입에 성공했는지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 달온에는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방송이나 라디오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단지는 돔으로 모두 덮을 수 있을 만큼 작은 거주지이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곳곳이 단절되어 있다. 승희는 초조하게 기다리다 다시 복도로 나왔다. 직원 한명이 승희를 따라왔다.
 
“강팀장님, 방금 대책반에서 연락이 왔어요. 팀장님 의견이 필요하대요. 곧 화상회의로 연결하겠습니다.”
 
승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이 송출기를 설치하기 위해 복도에 연결된 작은 방을 열었다.
 
사람들은 묻고 있었다. 정비사는 왜 돔에 올라갔는가. 정말로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는가. 그는 도시를 구한 영웅인가. 아니면 섣부른 판단을 했을 뿐인가. 만약 그가 어설픈 영웅심리로 폐를 끼치고 있을 뿐이라면, 많은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서까지 그를 구해야 하는가.
 
하지만 승희는 그런 게 궁금하지 않았다. 승희는 설아의 선량함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때로 그것은 무모하다고 할 만했지만, 그 의도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승희는 다른 것이 알고 싶었다. 너는 왜 달온에 왔을까. 왜 하필 우리는 여기서 만나게 됐을까. 이곳은 네가 원하던 그런 세계가 아닌데. 우주의 경계도 지식의 최전선도 아닌, 지구를 흉내내보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한 장소일 뿐인데.
 
그래도 너는 이곳마저 결국 좋아하게 되었을까.
 
설아를 구할 수 있다면, 그런 걸 물어보고 싶었다.
 


김초엽
소설가.
 


7회에서 계속됩니다.
(매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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