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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구르기

윤다혜
2019년 01월 09일
 
뒤구르기
 
 
 
모르는 사람의 
보라색 체육복을 빌렸다 
크고 냄새나는 
운동화 속에 팔을 끼워넣는 기분이었다
 
뒤구르기를 할 때 
머리카락이 다 엉켰다 
철봉에 매달려
멋쩍게 웃는 동안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다 
 
매트리스에 앉아
거짓말을 했다
너를 좋아해 
걔가 그걸 믿을까 
오는 길에 야채죽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나는 많이 먹어야 한다
 
택배박스 안의 설명서를 읽었다 
직사광선은 틸란드시아를 빨리 건조시켜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외웠다
직사광선은 틸란드시아를 빨리 건조시켜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30센티 자로 손바닥을 맞고 
뒤로 나가 벌을 섰다
나는 졸았는데 그걸 모르고 있다
아 재미있다
 
뒷문에 서서 까치발을 들었다 친구는 
먼저 집에 갔다고 했다
뒤구르기를 연습하려는 걸까
 
짝은 시도 때도 없이 만화를 그리고 그는 만화가는 되지 않는다
 
뒤구르기를 언제쯤 그만둘 수 있을까
그만두게 해주세요 하나님아버지부처님 
 
책상서랍에 두 손을 넣었는데 
 
그 자세로 잠들었다
 


체육복 (體育服)[--뽁] 「명사」
 
누군가는 아직도 체육복을 빌리러 교실 뒷문을 서성이는 꿈을 꾼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는데도 여전히 체육복을 빌리지 못하는 꿈을.
 


윤다혜

『문학3』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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