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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

류진
2019년 01월 30일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
 
고통이 나를 향하도록
그의 스텝 두번째  

 
하여간 잠시라도 틈을 주면
금세 헛소리로 비좁게 한다
타조 폭설 왈츠 오랜 내 망령이여
 
러시아에선 타조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타조가 블라지보스또끄로 살아갑니다
 
러시아에선 택시가 블라지보스또끄로 살아갑니다 러시아에선 
블라지보스또끄와 내가 갑니다
러시아에선 구타가 당신에게 갑니다 눈물은
 
눈물은 당신의 강설로 대체되었습니다
 
눈물? 여름날 푸른 살구 열매에서 그것을 보았습니다
주인이 울로 나무를 칭칭 감았고, 나는 다가가지 않기로 맹세했지요 맹세했는데
 
눈물?
 
들어봐요 당신
이놈의 신발끈은 맨날 풀려 막대 앞에서 
주춤합니다 때문에 망가진 신
벗었으니 잘됐지 나는 림보를 잘하고 때문에 내 한계는 낮아지고 
조금만 더 목에 막대가 닿았어도
 
외쳤을 것이다 알아요! 태양!
코로나! 또 또 그것도 알아요
태양의 검은 점, 알아요 심장 속의 우박
이놈의 바람은 맨날 풀려 꽃으로 망가진 후박
나무 끝에서
 
진심! 굶주릴 때면 늘 흩날리던 그것이었습니다 
 
몰라요, 풀섶에서 튕겨 나온 꿩
그 마음 구찌한테 물리곤 투덜거렸지 “하 참, 왜 나한테만!”
나한테만 침 흘리는 게 
 
죽음인 줄 알았지 러시아에선
너의 시야에선
폭설 같은 타조의 깃 속에선
 
주인인 줄 알았지 목줄 매인 저 사람
구찌도 착각을 합니다 구찌도 멍멍
삶을 잘못 고릅니다 꿩!
꿩꿩 씹고도 잘도 헤매지? 분필 하나로 칠판 앞에 선 그애도
 
삼각형을 그립니다
도형 안에서 제일 먼저 고독한 수
삼이지요 내가 그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대야 속으로 미끄러진 비누처럼, 멍멍히
너는 수학을 애도합니까? 서서 마냥 울기엔 회초리가
너무 밝습니다 넘어진 태양
 
무너진 나의 양 러시아에선 왈츠가 나를 무대에 돌립니다 삼박자로
눈발을 앉힙니다 때문에 내 음악은 비좁다 러시아에선
 
영혼 같은 건 블라지보스또끄의 타조보다 널렸다 아무도
 
안 살려고 하네요 팔리지 않네요
그중 한 삶을 내가 삽니다 내가
살 겁니다 내게 감사하십시오
 


림보(limbo) 「명사」
 
초심자는 다자이 오사무의 교본을 참고하는 편이 좋다. “혹시라도 내 동상을 세우게 된다면, 오른쪽 발을 약간 앞으로 내밀고 몸을 살짝 뒤로 젖힌 상태에서 왼손은 조끼 주머니 속에 넣고 오른손으로는 잘못 쓴 원고를 구겨쥔 동상을 만들어주시오, 그리고 머리는 붙이지 말아주시오, 별다른 의미는 없소.” (다자이 오사무 「잎」, 『만년』) 이 점을 새겨두면 림보를 수월하게 익힐 수 있다. 림보는 발밑에 있지 않다. 우리는 매일 허리를 구부려 입장한다. 
 


류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밴드 '선운사주지승'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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