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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댐

정성은
2019년 02월 18일
 


그날 밤엔 댐을 부수러 다녀왔어요
 
손에서 물이 흐르도록 댐을 부수러 다녀왔어요
 
오는 길에 보인 공사장에서 훔쳐 온 벽돌은 던지는 것마다 부서졌죠
 
댐은 생각만큼 크고 높고 튼튼하게 잘 울었어요
 
살아 있지도 않은 게 잘 우는구나 제 몸 부서지는 벽돌보다 더 아픈 듯이
 
댐에 벽돌 부서지는 소리가 좋았고 벽돌을 부수는 댐 소리도 좋았어요
 
나는 너를 부수고 돌아갈 거야
 
훔쳐 온 벽돌이 전부 깨져서 던질 게 남아 있지 않아도 끝은 없어요
 
나는 댐에 등을 보이고 달렸죠 돌아서서 댐을 향해 달리려고
 
땅바닥에 맨발이 갈려요 발바닥에서 물이 새나 봐요
 
댐은 벽돌을 부수지만 나를 부수지는 못했어요
 
벽돌보다 완벽해 부서질 때까지 계속할 거야
 
댐에서 물이 흐르게 할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 물을 흐르게 하면 돼요
 
바닥에 쓰러지는 게 지겨울 때쯤 멀리서 빛을 든 사람이 누구냐고 소리쳤어요
 
완벽한 둘의 밤이죠 난 소리 높여 웃으며 마중을 나갔어요
 


정성은
'인스턴트 노-북' 마켓 전시에 시(28번, 102번)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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