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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상투적인 삼청동

홍지호
2019년 04월 17일
         
 

너무 상투적인 
삼청동 
 
 
사랑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다짐들
헤어지지 않고는 적을 수 없는 예언과

미치지 않고서야
미칠 수 있었겠는가 

견디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희망이라는 생각

거품처럼 거품같이 
겨울처럼 겨울같이

걷다보면 걷게 된다 예언 속을 

생각하다보면 
생각의 끝에 도착할까 
죽지 않는다고 한다면
살아갈 수 있겠는가

삼청동 길을 걷다가 문득 
여기에 살고 싶다 살 수 없겠지
말했을 때 

말에는 힘이 있다 
살 수 있다 말해보라고
말해준 사람은 너였지

귀신들이 
하는 말을 듣고 도와준다고 한 사람은 너였지

삼청동에 살고 싶다 삼청동에 살 것이다 
미친 사람처럼 말하며 우리는 크게 웃었다 

말에는 힘이 있다 
말해준 사람은 너였는데 
나는 삼청동에 살고 있다 

지금은 어디서든 삼청동에 살고 있다
 


예언(豫言)[예ː언] 「명사」
귀신이 어쩌다가 들어버린 말



홍지호
2015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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