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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개

홍지호
2019년 04월 24일
          
 

검은 개
 
 
개들에게 물어볼 수 없다 정말 노래 부르고 있는 것인지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앉아서 새가 내는 소리와 공사장에서 공사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

정말 미안한 일이 있었다 
어릴 때 생활이 어려워져서

키우던 개를 시골 할머니 댁에 두고 온 적 있었다
할머니는 검은 개를 묶어 키웠다

검은 개가 죽고 나서 나는 대학에 갔다 
겁이 많은 아이였다는 것은 최근에 생각났다

검은 개가 죽었다는 것은 전화로 들었다 
검은 개를 두고 올 때 차를 타고 떠나며 일부러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은
최근에 생각났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던 것도 
잊고 있었다는 것도 

두고 왔다 겁이 많은 너를 돌아보지 않았다
개가 짖으니까 다른 개들이 같이 짖는다 

잊지 않을 거라는 말은 거짓말이 된다
가끔씩 생각날 거라는 말은 진심이 된다
나는 순수했던 적 없다는 말도

검은 새가 대신 울어주고 있다는 말은 거짓이 될 수 있고
개들에게는 물어볼 수 없다

아침이라 공사가 재개되었다

간밤에는 정말 미안한 일이 많았다 
 


노래 「명사」
잊지 않을 거라는 거짓말



홍지호
2015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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