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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 동물(마지막회)

박솔뫼
2019년 04월 30일
            


친구는 책이 말하는 많은 사람들의 여행이 말하는 베를린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나의 길은 친구의 길에 겹쳐지다가 우리는 같이 커피를 마시며 걷다가 공원에 담요를 펴고 눕는데. 하늘을 보면 약간 구름이 낀 하늘이 보이고 고개를 돌리면 친구의 얼굴이 보이다가 가끔 나의 머리카락 사이로 얼굴을 알 수 없는 그러나 손을 뻗어 만지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누군가는 내게 말을 걸었다. 영어로. 그리고 나와 친구는 가져온 담요와 음료수를 가방에 넣고 공원을 빠져나가고 공원 입구의 망아지들이 자라는 우리로 가 말똥 냄새를 맡으며 망아지를 구경했다. 나는 길을 걷다가 길을 몰라서 점점 사라지고 친구는 이미 외운 길로 뚜렷하게 걸어갔다. 나는 눈앞의 친구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 자고 있었어?
 
─ 아냐 무슨 소리야. 눈 뜨고 책 보고 있었는데.
 
나는 자기 전에 열심히 아직 남아 있는 길들을 내가 떠올려볼 수 있는 길들을 걸어볼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일을 하고 친구는 책을 보고 나는 잠깐 잠을 잤다. 차미는 침대 끝에서 잠을 잤다. 나는 모르지만 그 사이 친구는 점점 더 확실해진 베를린의 거리를 걷고 또 걸었을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나 옷을 걸치고 친구를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장을 보고 친구와 피에르네서 눈을 바라보았던 것을 잠깐 떠올렸다. 내일이 오는 것이 무섭고 우리는 생각을 안 하고 사는 것을 한다. 문을 열자 차미가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책상다리에서 침대 다리로 바닥에서 바닥으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차미를 처음 만난 것은 2년 전의 일로 그때 차미는 한 손바닥에 들어오는 작은 쥐 같았다. 요즘 생각엔 차미는 잠을 많이 자고 나는 자는 것을 좋아하니 자미라고 속으로 불러볼까? 장 본 물건을 정리하고 냉장고에 넣고 뒤를 돌았을 때 방은 여전히 좋으며 방은 어느새 스스로를 복원해 저녁의 방에 어울리는 방으로 회복되었고 그 사이를 차미가 뛰고 있었다. 침대에서 바닥으로 담요에서 바닥으로. 탐정 고양이 차미는 내가 잠깐 방을 비운 사이 해결한 문제를 내게 설명해주었다. 나는 옷에 팔을 걸친 채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로 우리의 문제와 누군가의 해결을 들었다. 탐정 고양이 차미는 어려움에 처한 직업 탐정 사람을 도왔다. 탐정 사람은 꽤 프로였던 것 같지만 사람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뒷골목과 지붕과 구석과 담장을 탐정 사람이 얼마나 알겠어 나는 맞장구를 쳤다. 차미는 탐정 사람의 팔 옆에 고개를 묻고 딱딱하고 먼지 냄새가 나는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자고 나는 그런 차미를 안아 나의 침대로 옮겼고 옮기는 찰나 차미는 또 팔에서 침대로 바닥으로 책상 의자로 움직였다. 의자에서 먀 나는 몸을 돌려 차미를 보며 해결된 문제들은 한편 다른 문제를 불러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탐정 사람은 살아가고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은 언제나 사무실에 물건처럼 연필깎이처럼 존재한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끝까지 없앨 수 없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 
 
베를린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길을 매일 걷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 베를린에서 어떻게 이 방으로 찾아왔는지 도달했는지 그것은 잠으로 연결되었는지 어쩌면 가능한 이야기이다. 해가 바뀌자 시간은 가속도를 밟으며 흘러갔고 연말은 왠지 먼 옛날 같았다. 회사는 우울했고 나는 내가 탐정의 사무실 연필깎이 같다고 생각했다. 해결이 안 된다. 그런데 계속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상한 것 같다. 나는 실제 연필깎이처럼 말을 하지 않았고 차미에게도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가끔 친구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욕을 하며 울기는 했다. 그게 말을 하는 건가? 말을 하는 것 이상이지. 울다가 어딘가에 가봐야겠다고 무언가를 정말로 물체처럼 덜어서 서랍에 넣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잠을 잤다. 잠이 정말 좋았다. 
 
나는 다시 또 공항철도에 올랐고 피에르는 여전히 할 일이 무척 많고 할 일이 전혀 없는 사람 같았다. 그는 유람선을 촬영하는 일을 하는 자신의 형 이야기를 하였다. 피에르의 형제는 모두 직업 같지 않은 직업을 갖고 있었고 나는 거기에 아무런 감정을 가지지 않으려 했고 실제로 피에르가 향이 좋은 홍차와 부드러운 초콜릿을 갖다 주자 이제 부럽지 않군 생각했다. 그의 형이 찍은 유람선 내부와 바다를 보다가 이런 영상은 시간이 십년 이십년 흘러도 화질 외에는 거의 아무런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피에르는 그렇지 않다고 바다 풍경만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유람선 실내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도 많다고 했다.
 
─ 그런데 무슨 말인지는 완전히 이해해요. 당장 우리 집 앞 같이 사람이 별로 안 지나다니는 골목을 반복해서 찍어도 유람선을 찍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겠죠.
 
─ 그런 말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게.
 
나는 그의 형은 어쩌면 다른 곳에서 유람선 실내를 만들고 있겠군 생각했다. 어디라도 상관  없을지도 모르지만 부산이라면 더욱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포동과 영도대교 사이 여객 터미널 근처 오피스텔 초인종을 누르면 피에르의 형이 우리를 안내하고 우리는 유람선에 탄다. 나의 친구는 멀미를 하는 사람 나는 눈을 감고 잠을 자버리는 사람. 바다 냄새를 맡고 있다고 어디까지 나의 후각을 믿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며 잠에 빠져들 것이다. 
 
─ 형이 부산에 사는 것은 맞아요. 형은 저와는 달라요 완전히. 형은 제대로 회사에 다니고 휴가를 받을 때나 촬영을 하는 사람이에요. 아마 실제로 만나면 아주 다르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오피스텔에 사는 것은 맞다고 말하며 웃었다. 거기에는 유람선이 있을까? 화면은 싱가포르에서 유람선을 타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홍차를 새로 우려 한잔 더 마시고 일어나 기내에 탑승했다. 어쩌면 두시간 후면 하네다 공항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모노레일을 타고 시나가와 역까지 갈 것이고 거기서 또 숙소를 향해 지하철을 한두 번 갈아타고 오늘은 어깨에 멘 가방이 다이므로 가벼운 자세로 조금 걸어도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걷게 될 것이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이곳이 어디이고 지금은 몇시인지 스스로를 흔들어보는 시간을 갖다가 실제로 감은 두 눈을 떴을 때 이곳은 도쿄에 들를 때면 늘 묵던 오래된 호텔이었고 약간 낡았지만 깔끔하게 세탁된 시트 위였다.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자랑하듯 내 침대에서 차미와 함께 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차미는 먀 차미는 먀 먀먀 가볍게 침대에서 내려와 꼬리만 짧게 보였다. 나는 기내를 만들어낼 능력은 없고 지금은 여권도 없고 영사관에 들르고 사정을 말하고 그러나 나에게는 출국기록이 없을 것이다. 나는 본의 아니게 이곳에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고양이는 어떻게 존재하게 되지? 우리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늘 여러 생각들을 해보고. 나는 어떻게 있는 거야? 그건 내가 해결해야 하지만 탐정 고양이 차미, 내가 사는 나의 방에 내가 나타나게 도와줘! 나를 해결해줘! 그리고 나는 가운을 벗고 편한 옷을 걸치고 조식을 먹으러 갈 것이다. 중요한 모든 것은 방에서 나타나고 사건은 방에서 사실도 방에서 벌어지고 발생하고 문을 닫고 나가 우리의 할 일을 하고 다시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을 때. 나는 기억 저편 루소를 잠깐 떠올렸고 모든 방은 스스로를 복원하며 방 바로 그 자신이 될 것이다. 그렇게 드러나는 방에 나는 나타날 것이고 모두가 나를 기다리기를 바라며 몸을 일으켰다.     
 


박솔뫼
소설가.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가 있다.
 


지금까지 「고요함 동물」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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