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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

노국희
2019년 05월 15일
             
 

파수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의사는 물었다
사람을 만나고 말을 많이 하세요 
처방을 들고 스치는 나무에게 안녕, 
안녕—  
걷다보면 
사라지는 사람들 다른 세계의 파편에 부딪힌 것처럼 
곳곳에서 사물들이 얼굴을 내민다 

일주일째 풍선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경계를 허물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귀가 열릴 거야
잎자루가 빛의 방향을 맞춘다 

환히 켜진 하루, 내부가 보색 대비된다 
노래를 불러줄 걸 그랬다
새로운 가난으로 떠난 사람에게 

잘 지내요
단정한 인사가 돌아온다 
어둠의 돌기라면 익숙하지만 너의 어둠이라면—  

취약하니까 우리는 
우리에게   
판독할 수 없는 점자처럼 웅크리는 날들

오늘도 빛을 낭비했지만 
일몰에 관한 한 전문가이고 싶다 
떨어진 곳에 
다시 떨어져 멍들어가는 

기대었던 
얼룩을 이마에 새긴다
 


일몰(日沒) 「명사」
쓰이지 않은 색채를 누군가 자루에 담는다



노국희
201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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