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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동과 기본소득

박정훈
2019년 06월 20일

 

주목: 일×존엄을 상상하기


 

알바도 직업이야~ 알바를 RESPECT! 

쌈디의 충격적인 외침이 TV 속에서 흘러나왔다.1) 청년유니온, 알바노조의 알바노동 운동이 단 30초의 광고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알바를 바라보는 인식은 더디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고, 알바 중개업체가 국가나 사회보다 빨리 변화를 감지하고 TV광고로 만들어버렸다. 그만큼 알바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고민되는 지점도 있다. 까페의 알바가 알아듣기 힘든 손님의 복잡한 주문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커피를 만드는 장면이나, 비슷한 분홍색 립스틱 속에서 딸기우유 핑크 립스틱을 골라내는 장면 뒤에 “알바도 능력이야”라고 외치는 것은 ‘능력주의’에 갇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아무리 알바라도 능력 있는 알바라면 존중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현실에서의 ‘능력’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능력이 없다면 존중받을 수 없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이 남기 때문이다. 가령 의사 경력 10년이면 사회적 인정을 받지만, 배달 경력 10년이면 능력을 인정받기는커녕 10년 동안 배달이나 했냐고 무시당하기 일쑤다. 육체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심한 한국에서의 능력은 쉽게 ‘학력’으로 치환되며, 요즘은 자산의 소유라는 결과가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능력에 따른 보상이라는 능력주의는 성공한 자에게 모든 이익을 몰아주고, 실패한 자에게는 능력 부족에 따른 불이익을 감당해야 한다는 ‘정의론’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알바도 직업이야’와 ‘알바도 능력이야’는 상호충돌하는 철학으로 볼 수 있겠다. 
 

한편, 알바몬의 광고와 달리, 알바천국의 전소미는 열심히 일하라는 사장에게 “아니 그건 님 생각이고!”라고 외친다. 그리고 뒤이어 “약속한 시간만 딱! 약속한 일만 딱! 알바는 딱 알바답게”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동안의 노동윤리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외침이다. 열심히 일하고 능력이 있으면 보상이 따른다는 통념에, 최저임금 받는 알바에게 뭘 그렇게 많이 바라냐는 일침을 날리는 것이다. 
 

하지만 쌈디가 공격적이고 진취적으로 “알바도 능력이야” 외치는 반면 “약속한 일만 딱”이라는 전소미의 말은 살짝 얌체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두 상반된 슬로건의 광고모델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것은 젠더역할에 따른 고정관념을 반영한다. 이는 ‘이기적이다’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한다’라는, 알바노동 현장 속 여성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노동윤리와 알바에 대한 관념이 최소한 TV에서만큼은 바뀌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변화가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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