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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낮음(작가의 말)

장류진
2019년 06월 27일
   
 
 
 
「다소 낮음」은 밴드 이스턴사이드킥의 1집에 실린 동명의 노래를 듣고 쓴 소설이다. 마지막 연재 때 밝혀두었지만, 소설 속 밴드와 인물들은 이사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노래를, ‘엉성히 붙어 있는 부엌 아래’라는 구절을 수없이 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제각기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가 생겨났을 것이고 그중 하나인 나는 이런 이야기를 짓게 되었다. 지금은 이사킥이 없지만 이사킥이 없었다면 이 소설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어쩐지 아득한 기분이 된다.
 
나는 이 곡이 실린 1집 앨범 『the FIRST』를 늘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 순서대로 듣곤 했다. 트랙 목록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거기 나열된 모든 단어들을 좋아했다. 다소, 낮음, 무지개, 싸움, 떡, 흥, 노래, 쉬는 날, 자연풍, 백열램프, 화난 수탉, 목마른 개, 오다, 가다…… 분명 원래 알고 있던 단어들인데도 새 단어를 공책에 새로 적는 기분이었다. 묽은, 식은, 땀, 낮, 밤, 쇠, 이빨, 장사, 당진, 서울, 도시, 만화, 흑백…… 이 단어들이 이런 종류의 감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사킥이 한창 ‘슈퍼루키’로 각광받을 무렵, 나는 회사에서 ‘주목할 만한 신인’류의 콘텐츠를 만드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의 추천으로 이사킥이 뽑혔고 인터뷰와 라이브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그때까지 인터뷰는 서면으로, 촬영도 촬영팀만 가는 식으로 해왔지만 이번에는 직접 만나서 하고 싶다고 팀장에게 부탁했고,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나는 세시쯤 가방을 싸고 와하하하 웃으면서 회사를 빠져나와 홍대로 갔다. 내 질문에 멤버들이 즐겁게 투닥거리며 대답하던 것, 촬영 때 텅 빈 공연장에서 나 혼자 관객이 되어 라이브를 들었던 것, 끝나자마자 제비다방에서 이어폰을 꽂고 녹취를 풀던 일, 콘텐츠가 업로드되었을 때 댓글을 유심히 보던 일이 아직도 기억난다. 물론 페스티벌과 클럽에서의 수많은 라이브들도. 송라이터였던 고한결 님의 트위터를 열심히 보던 날들도. 누군가에게 음악 좀 추천해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거 아니? 하며 의기양양하게 「다소 낮음」을 틀어주던 날들도.
 
3년 전 이맘때, 갑자기 공지가 떴다. FF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활동을 접는다고 했다. 해체 공연이었다.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그날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고, 그래서 ‘그 공연’에는 가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군가 ‘그 공연’에 갔었느냐고 물으면 나는 여태까지 계속 그렇게 답해왔다. ‘그 공연’은 야근 때문에 못 갔고, 그래서 아쉬웠다고. 하지만 나는 후기를 쓰려고 앉아서야 내가 나를 속여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나는 애초에 ‘그 공연’에 가기 싫었다. 마지막 공연. 그런 건 너무 슬프니까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후기를 쓰기 전, ‘그 공연’의 영상을 찾아봤다. ‘그 공연’이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잠깐 재생했다가 누군가 무대에서 울고 있는 장면을 보고 황급히 창을 닫은 이후로, 처음이었다. 내가 듣던 순서대로 차례차례 한 무대씩 봤다. 원래 「화난 수탉」은 기타가 세대. 그날은 두대였다. 이때 이미 무언가 빠져나가고 있었겠구나, 그 자리가 저 자리일지도 모르겠네, 그런 생각들을 했다. 연체된 슬픔을 다 정산한 후에 나는 이렇게 후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원곡자에게, 당신이 만든 세계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세상에 없던 것을, 당신이 힘을 내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무언가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연재를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다종다양한 창작물을, 크게 마음 쓰며 좋아하던 나는, 얼마 전부터 창작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말인즉슨, 혼자 쓰고 혼자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단 한명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가닿는다는 뜻이다. 무섭기도 하지만, 오래 바라왔던 일이다. 그곳에, 닿는 곳에 있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장류진
소설가. 2018년 창비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7월에는 서현경 소설가의 「로라의 동문서답」이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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