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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보는 첫번째

강지이
2019년 07월 24일
 
 

이곳에서 보는 첫번째
 

이사를 했다 나무 소리만 들리는 동네로 불을 끈 후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첫번째 잠을 자고 일어나자 무언가 살짝 정수리를 긁었다 머리를 두는 벽 쪽에 얇고 긴 것이 자라나 있었다 
나뭇가지였다 

어제는 분명 없었는데 생각하며 그 가지를 매만졌고 자고 일어났을 때 어깨가 그다지 무겁지 않았으므로 발이 빠져 나오더라도 좀더 머리를 밑에 두고 자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번째, 세번째 잠을 자다 맞은편 벽에 발을 맞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바닥에 내려와 잠을 청했으나 무언가가 또 정수리를 긁었다 이제는 아예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잠을 잤지만 자고 일어나면 나뭇가지가 정수리를 긁고 또다른 곳에 머리를 대고 누워도 벽은 언제나 있어서 나뭇가지는 자라고 나는 밤에 불을 끄고 정 가운데에 앉아 사방에서 튀어 나온 나뭇가지들을 바라보았다 불을 껐는데도 이상하게 창밖이 환했다 창을 열자 별들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들은 나뭇가지에 하나씩 자리를 잡은 채로 나가지 않았다
나는 이제 밝은 방에 앉아 있다
 
 


나뭇가지[나뭇-가지] 「명사」
하늘에 피어난 산호(珊瑚)



강지이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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