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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파자마를 입은 타조

한연희
2019년 07월 31일
  
 

방금 파자마를 입은 타조
 

출구에서 쏟아지는 아이들처럼 절대적 속도에 무관심할 것
 
달려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기분을
비집고 들어오는 흙먼지를
내버려둘 것
 
천적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구덩이에 머리를 처박은 후에 
잠을 청하는 타조와 같이 무모할 것  
 
덤불 옆에 눕는다 졸음이 쏟아진다 공원엔 어딜 가도 뛰는 사람들뿐이고 그 무리에 끼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몸에서 들개 냄새가 난다 불현듯 커다란 날개가 나를 스치곤 달려나간다 동그란 잠에 빠져들기 직전
 
타조가 날 수 있다고 믿습니까 타조는 날지 못합니다 아니 날지 않습니다 그것이 당연해서 타조는 눈을 감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영문도 모른 채 전속력으로 출구에 다다르고자 했으나
지구엔 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잠에 빠진 타조는 날개를 가슴에 묻어둔다 
기다란 다리는 빼둔다
죽음과 함께 머리만 구덩이 속에 있는다
 
공원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과 잠에서 빠져나온 무리가 뒤섞여 점점 어두워진다 쓰레기통 옆에서 얼굴이 뭉개져 곤죽이 된 들개를 본다 사체가 되기 위해 얼마 안 남은 잠을 흘리고 있다 
 
나는 파자마를 입고
아주 평온하게 안스리움 화분에 머리를 집어넣는다
 
 


파자마(pajamas) 「명사」
가끔은 내 대신 침대에 누워 있다. 흐트러진 모습을 꼭 안아주고 싶다. 나보다 더 사람 같아서 언젠가는 내가 침대에 눕고 나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더는 나를 돌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한연희
2016년 창비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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