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SHARE
0

로라의 동문서답(작가의 말)

서현경
2019년 08월 01일
  
 
 
 
내가 로라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자, 너는 왜 그런 마음을 먹게 되었냐고 물었다. 나는 로라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말해주었다. 로라를 알게 되면 내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너는 한참 듣고 있다가, 내가 아는 로라가 아닌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도 나는 로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는데, 그때부터는 사실 변명이었다. 로라를 위해서 그래야만 했다고 말하려다보니, 로라는 나를 그렇게 하도록 몰고 가는 사람이 되었고, 결국 내가 알고 있는 로라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좋은 마음으로 그랬을 거야. 네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궁금했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 그런 마음은 대체 어떤 것인지. 
 
지나, 한국어를 그대로 프랑스어로 바꾸는 거 고쳐야 한다니까.
내가 쓰는 문장을 고쳐주며 로라가 많이 했던 조언이었다. 사전이나 단어장으로 외운 단어들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이상한 문장인데도 로라는 잘 알아들었다. 하지만 가끔 전혀 다른 대답을 했고, 로라에게 내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주려면 한참 설명해야 했다. 작은 낙차를 줄이기 위해 많은 말을 쏟아내다 보면, 외국어라고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로라를 이해시키지 못한 문장들이 있었다. ‘의도’에 관한 말들이었다. 내 프랑스어 수준 때문이라기보다는, 의도를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로라의 동문서답」은 이런 ‘나’의 시선과 목소리를 빌려 쓴 소설이다. 소설을 쓰면서 알지 못하는 언어를 쓰는 가상의 인물들에 대해 생각했는데, 주로 그들에게서 사라진 것들에 관해서 생각하다보니 소설 연재가 끝이 났다. ‘나’는 아직도 제 몫이 아닌 일을 누군가를 위해 떠맡고 살고 있다. 매번 좋은 의도는 아니다. ‘나’가 솔직하게 살기를 응원하고 있다.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서현경
소설가. 201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8월에는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시블리의 「이 바다는 모하메드 알 카티브의 것이다」가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