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SHARE
5

대불호텔의 유령(마지막회)

강화길
2019년 08월 20일

 
 
 
3부

1
 
이후 어떻게 됐냐는 내 질문에 할머니는 물을 한모금 마시더니 대답했다.

“별거 없었어.”

경찰이 와서 지영현을 잡아갔고, 셜리는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게 전부예요?”

나는 재차 물었다. 할머니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듣고 있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

“별거 없긴 뭐가 없어. 지영현이 고연주의 시체를 계단 밑에 숨겼어.”

그리고 두분은 싸웠다.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할머니가 피식 웃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이게 무슨 공포 영화인 줄 아냐며 그런 건 다 헛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시체 냄새 때문에 중화루 손님이 완전히 끊겼던 거 몰라? 차오가 직접 올라가서 찾아냈잖아.”

온 동네가 시끄러워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체포되던 날 지영현이 고연주의 녹색 재킷을 뻔뻔하게 입고 있었지.”

하지만 할머니는 바로 그게 헛소문이었다고 말했다. 지영현은 그날 바로 잡혔고, 셜리 잭슨은 다른 숙소로 옮겨서 며칠을 지내다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영현이 셜리 잭슨을 가둬놓고 소설을 쓰게 했다고 말했다. 소설이 완성되면 그걸 훔쳐 달아날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밑천삼아 새 출발을 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실패했고, 그 소설은 난리 통에 사라졌다고 했다. 두분은 인천 중구에서 같은 해 태어나 스물세살에 결혼한 동갑내기였는데, 이렇듯 기억하는 것이 완전히 달랐다. 두분은 각자가 옳다고 우기다가, 아주 오래 전 서로 잘못한 일화를 들먹이며 말다툼을 벌였고 끝내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들의 이야기는 비슷하면서도 달랐기에 나는 오히려 어떤 부분이 비어 있다고 느꼈다. 혹시 두분이 나를 믿지 못해 진실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조심스레 되묻기도 했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정말로 각자가 기억하는 ‘진짜’를 내게 건넸던 것이다.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방법은 경찰서에 가서 1955년에 ‘중화루’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실패했다. 경찰이 내게 그런 사건의 진위를 알려줄 리가 없었다. 나는 포털사이트의 ‘옛날 신문 보기’ 페이지를 계속 뒤적거리며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사건이 있는지 찾아다녔다. 하지만 중화루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기사는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나에게는 그 점이 충격이었다. 혹시 지금껏 지어낸 이야기를 들었던 건가. 물론 당대의 모든 사건이 기사화되는 건 아니고, 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으니 언론의 활동을 기대하기가 어렵기는 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사실이었고, 나는 집착을 내려놓지 못했다. 아마 이야기 속의 셜리 잭슨과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야기가 완전히 진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내가 느낀 감정이 진짜이기를 원했으니까. 그 수치심과 외로움, 착각과 비열함, 절박함이 오직 나만의 상상으로 비롯된 게 아니기를 원했다. 고민하던 나는 그날, 내가 그 여자를 목격한 날로 되돌아갔다. 기억을 계속 복기했다. 혹시 놓친 것은 없는지, 단서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을 두고 오지는 않았는지 계속 돌이켜봤다. 그런 일은 없었다. 다만, 그날 내가 당황한 나머지 ‘생활사 박물관’을 둘러보겠다는 계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달 만에 다시 찾은 인천은 당연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대불호텔 터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사는 조금 더 진행되었을지 모르지만 내게 그걸 알아챌 능력은 없었다.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전 나는 잠시 쇠창살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여자도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종종 그때를 떠올려보곤 했다. 느닷없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나는 시련이 사람을 강하게 해준다는 말을 별로 믿지 않는다. 시련은 시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시련 이후 단단해지는 마음이나 강인한 판단력 같은 것은 그렇게 생각할 만한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찾아온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계속 시련 속에서 고통 받을 것이다. 무엇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드는 지는 잘 모르겠다. 물질적인 안정일 수도 있고, 정서적인 휴식일 수도 있고, 새로이 닥쳐온 또다른 고난일 수도 있고. 아무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여유란 모두에게 찾아오지는 않는 것 같다. ‘불행히도’라는 수식어는 아마 이럴 때 쓸 수 있겠지. 이 말을 꺼낸 까닭은, 그 박물관에 들어간 순간 내가 절대 알 수 없을, 어쩌면 지속되고 있을지 모르는 누군가의 시련을 엿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많은 물건들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마치 어느 한때가 끝난 듯이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모든 일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때때로 나는 소설을 쓰는 일이, 한때의 그런 감정을 봉인하는 주술을 거는 일 같다고 느낀다. 책을 펼치는 순간, 사람을 그때 그 상태로 잡아당기니까.

박물관의 진열품들은 식민지시대 무렵부터 근현대까지 시대적 배경의 폭이 꽤 넓었다. 가치가 있다 싶은 물건들을 모두 진열해놓았기 때문인지 특정 시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대불호텔’의 물건들도 있었다. 이후 이 물건들은 대불호텔이 재증축된 뒤, 호텔의 진열대로 옮겨졌다. 대부분 호텔이 성황을 이룰 때의 물건들이었다. 커피를 내리는 옛날식 기구, 일지, 축음기, 시계, 찻잔, 그리고 피아노가 있었다. 지영현과 고연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체념했다.

박물관을 빠져나오던 찰나, 나는 안내데스크에서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쇠창살 틈을 들여다보던 나를 나무랐던 바로 그 직원이었다.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 앞으로 다가갔다. 나를 알아본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데스크에 놓인 안내책자를 집어들자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못 알아본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저기, 대불호텔이랑 중화루에서요.”

그녀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혹시 이전에 중화루에서 살인 사건이 난 적 없었냐고, 그때 일에 대해서 혹시 알고 있는 바가 없냐고 말이다. 그녀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렇게 대답했다.

“살인이요? 자살 사건이 아니고요?”

이야기는 이랬다. 지영현이 그 호텔에 기거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녀도 지영현의 이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숙박일을 했던 건 아니었고, 세입자였다. ‘차오’는 중화루의 사업을 정리하면서 2층과 3층을 모두 월세로 내놓았다. 숙박 영업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지영현은 그곳에서 석달 정도를 살다가 쫓겨났다. 한번도 월세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차오는 약간 물러터진 사람이었다. 지영현이 돈을 곧 주겠다고 애원을 해서 석달을 질질 끌었다고 했다. 사실 차오는 지영현을 더 봐줄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불쌍한 여자애를 거리로 내쫓을 만큼 냉정하지 못했다. 바로 그 성격 때문에 중화루는 결국 문을 닫았고, 월세는 번번이 떼먹혔다. 하지만 결국 차오는 그녀를 쫓아냈다. 사건이 있었다. 그녀가 원래 얹혀살던 친척을 만나 사연을 들은 것이다. 지영현은 전쟁 통에 식구를 잃고 그 친척집에 얹혀살았는데, 알고 보니 친인척이 아니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솔깃했다. 내가 들은 이야기와 겹쳐지는 부분이었으니까. 실제로 그녀는 내가 비었다고 느낀 부분을 채워주었다.

대불호텔에 머물렀던 그 여자는 진짜 지영현의 식구가 피난을 가던 길에 만난 소녀였다. 지영현은 그 소녀를 가까이했다. 그랬으리라고 다들 추측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했을 리가 없고, 그래서 그 소녀가 지영현의 가족들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었을 테니까. 피난길, 그들은 포탄을 맞아 모두 죽었다. 살아남은 소녀는 지영현의 삶을 훔쳤다. 그녀는 지영현의 친척이 있는 인천에 찾아와 무려 오년 동안이나 머물렀다. 들킨 이유는 간단했는데, 그녀가 할아버지의 제삿날과 아버지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영현 혹은 지영현이 된 소녀는 항변했다. 그걸 기억할 수는 없는 거라고.

“나는 지영현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의심은 더욱 깊어졌고, 결국 그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중화루였던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차오는 지영현을 쫓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무른 성격이었지만, 정직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봐주고 싶지는 않았다. 지영현은 차오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차오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그날 밤, 지영현은 계단 난간에서 몸을 던졌다. 그녀는 2층 난간에 허리를 부딪쳤고, 1층으로 곧장 떨어졌다. 목뼈가 부러졌다.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겹쳐지던 이야기가 다시 확 벌어졌으니까. 나는 직원에게 지영현 한 사람만 살았던 거냐고, 혹시 고연주라는 여자와 셜리 잭슨이라는 외국인 여자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빙그레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 그 소문을 듣고 온 모양이시네요.”

“소문이요?”

“네, 다 소문이에요. 떠도는 이야기죠.”

나는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왜 그런 소문이 난 거죠?”

“글쎄요. 그 여자가 죽기 전에 한 말 때문일 거예요.”

지영현은 차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돼요. 여기에는 저만 있는 게 아니에요. 소리들이 있어요. 그리고 누군가 있어요. 그 사람들, 그 여자들이 있어요. 그들은 이 집에 스며들어 있어요. 제가 이 집에 영원히 갇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저는 나갈 수 없어요. 그러면 저는 이 집을 영원히 나갈 수 없을 거예요. 저는 남아야만 나갈 수 있어요. 만일 억지로 나가게 된다면 저는 정말로 영원히 여기에 갇히고 말 거예요.

이 이야기는 일전에 들은 것보다 훨씬 더 해괴하고 뜬소문 같았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이야기가 진짜고 나머지는 다 가짜라고 말했다. 나는 그 확신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했으나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사실 이 이야기에 대한 모든 부분이 그랬으니까. 분명하게 존재하는 건 이름과 희미한 인상뿐이었다. 모두 자신들의 말로 이야기를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지영현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2

이후 나는 「니꼴라 유치원」을 완성했다. 이때의 경험이 특별히 어떤 영감을 주었느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 어린 시절부터 드문드문 겪은 일들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그 소설을 쓸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역시, 모든 것이 끝난 상태에서 하나의 시련을 돌아보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저 소설을 시작하기가 겁이 났던 게 아닐까. 과정을 반복하고, 고민하고, 어떤 질감을 느끼기 위해 애써야 하는 일에 몰두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건 아닐까. 그래서 핑계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어떤 물성을 부여하기 위해 온갖 애를 썼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만들어내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내 감정을 봉인하는 일뿐이고 그마저도 늘 불완전한데.

그래도 한가지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다.

가을 내내 나는 그 단편을 쓰며 보냈고, 추워질 무렵 결말에 들어섰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어떤 잡지에 실린 셜리 잭슨에 대한 에세이 한편을 읽게 되었다. 새로 출간된 셜리 잭슨의 전기소설에 대한 리뷰였다. 그때의 충격과 놀라움이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있다.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읽어야만 했고,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고백하겠다. 「니꼴라 유치원」의 결말은 바로 이 경험에 빚지고 있다.


이것이 전부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전부이다.


 


강화길
소설가. 소설집 『괜찮은 사람』, 장편소설 『다른 사람』이 있다.




지금까지 「대불호텔의 유령」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