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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예배

정재율
2019년 08월 28일
   
 

가정 예배

 
눈은 언제 뜨는 것이 옳을까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신념이 생겼다 중얼거리는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마음을 묻어두는 것 같았다 천천히 느리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처럼 나무를 생각하지 않고는 식사를 할 수 없었다

나무 냄새가 나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내가 앉은 의자에는 빛이 있었다 식탁에선 기도를 하는 사람과 끝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등이 없는 의자보단 등을 맞댈 수 있는 의자가 좋았고

오늘만은 서로를 너무 믿지 말자

식탁에는 사람이 모자랐으므로 잠시 동안 우리는 식사를 멈추었다 컵에 담긴 물이 엎질러졌다 반의 반의 반 컵이 된 물 컵 숟가락은 말이 없었다 입천장이 까졌다 먹은 것도 없는데 입술이 하얗게 부풀어올랐다
 
거기 물 좀 주세요

도마 위에 죽어가는 것들처럼 동그랗게 말린 혀 벌레를 죽이면 나뭇잎 냄새가 났다 마주 앉아 미래를 생각하고 죽고 또 죽은 다음 다시 살아난 자리처럼 내가 앉은 의자는 이곳에 너무 오래 살았다 천천히 먹자 체하지 말고 나는 오늘 새로 산 도마와 오래 살고 싶다
 
 
 


예배(禮拜) 「명사」
눈을 뜨면 사라지는 믿음.  



정재율
2019년 현대문학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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