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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 나온다

이정훈
2019년 09월 04일
   
 


석유가 나온다

 
공룡은 어디서 뭘 하고 다녔기에 우리 집 뒷밭엔 석유도 없었을까 밤의 책상은 발굴현장 같네 오늘은 산 소를 묻으려 구덩이를 판다 소눈깔 깊고 그윽해 지금도 먼 섬 우주를 엿보는 기분 구약의 무드셀라는 천살 가까이 살았다는데 부르셀라, 새끼를 유산하게 만드는 인수人獸공통 전염병 샐라, 샐라 침출수 막으려 비닐 깔아놓은 구덩이 안으로 우리 노인네 두살배기 암소 끌고 입장하시고 가축병원 원장님 빛나는 유리주사 한방에 풀썩 꺾이던 소의 무릎에 대해 쓰네, 쓸어보네 트랙터 바퀴와 삽날 붕붕, 흙먼지 날리는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걸어 소가 울고 공룡이 울고 내가 울리네 발자국 끝에서 문장은 문장을 낳지 못하고 오, 이런 셀라, 천불 끓어오르는 밤낮을 또 구덩이에 던져넣는다 세월이 흐르면 드디어 손바닥에서 내가 싸돌던 검정 백지 위에서
 
 

 


셀라 「고유명사」
요술 지팡이를 휘두르던 공주의 이름은 샐리, 셀라는 샐리의 이복오빠다. 주로 삽자루를 휘두른다.
  



이정훈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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