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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사는가

이정훈
2019년 09월 10일
   
 


무엇으로 사는가

 
토브룩 시장에서 말 한필 샀네 냄비 하나와 모포 한장도 어디로 가세요? 두꺼운 책을 뒤적이다 모포로 하늘을 뒤집어씌웠지 등은 서쪽에서 꺼줄 것

이것이 무엇일까, 말라버린 오아시스의 두레박 끈일까 책갈피에 말을 붙들어 매던 노끈일까 한때는 밧줄로 여기기도 했지만

토브룩 골목에서 사람들이 다투었네 한 사내는 눈이 빨랐고 다른 사내는 발이 빨랐다 그럼 사막여우는 누구의 소유?

젖꼭지 옆 세가닥 털을 가만히 당겨보네 양이 한마리 말이 한마리 한마리는 낙타, 언덕 위에 어둠을 말리며 토브룩 사람이 말했지

그믐 밤 세가지 짐승의 털을 꼬아 밧줄을 만들면 어떤 것이라도 잡아올 수 있소, 밤의 꼬리를 슬쩍 만지던 상인처럼 이불 속에서 헤아려보는 털 하나

나 하나, 한낮의 거리를 지나다 셔츠 속에서 누가 날 잡아당길 때 있네 그건 지난밤 말뚝에 묶어둔 걸 잊었기 때문
 
 
 

 


별 「명사」
하늘에 어둠을 걸기 위해 꽂아놓은 핀. 이 말은 여기에 없다.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이정훈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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