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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에서

이다희
2019년 09월 18일
 



까페에서

 
그녀는 빨대로 얼음을 저었다. 얼음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유리잔 안을 돌아다녔다. 커피를 다 마셔도 아직 남아 있는 얼음을 보며, 물에서 얼음까지 가는 시간을 생각했다. 
 
까페 안 조명은 밝지 않았다. 큰 도로와 가까워 이따금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에 의해 환해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가져온 책을 읽기에는 어두운 공간이었다. 그녀는 책을 포기하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예상치 못하게 쿠션이 있어서 등을 받쳐주었다. 분명 처음 와본 까페인데 언젠가 한번쯤 왔던 곳 같다. 의미 없이 유리잔을 잡고 돌렸다. 남아 있던 커피가 유리잔 내부를 타고 흘렀다. 등 뒤에 있던 쿠션을 빼서 탁자 위에 올렸다. 
 
큰 도로에 트럭이 지나가자 쿠션의 그림자가 과장되어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 까페의 인테리어 중 일부는 큰 도로를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그림자였다. 쿠션 위에 얼굴을 파묻자 머리카락이 쏟아졌다. 완전한 어둠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뒷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이런 나르시시즘으로도 작은 위로가 되었다. 가끔씩 환해지는 통유리가 영화관의 조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뒷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다. 
 
그녀는 입안에 얼음을 넣고 녹이기 시작했다. 얼음이 녹는 데도 시간이 걸리다니. 벌떡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그녀는 시간에 빠지지 않기 위해 까페를 나와 큰 도로로 걸어나왔다. 
 
큰 도로에 온통 그림자가 낮게 깔려 있었다. 가방 안에 있던 책을 만지작거렸다.  

 


얼음「명사」
얼음은 특정한 조건에서만 머무르는 상태입니다. 가령, 저는 얼음을 손에 오래 쥘 수 없습니다. 얼음이 녹거나, 손이 시려서요. 시가 시작되고 시가 끝나는 동안 얼음이 녹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얼음에 빠지지 않기 위한 혹은 얼음이 되지 않기 위한 그녀의 고군분투를 썼습니다. 

 


이다희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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