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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저녁에

이다희
2019년 09월 25일
 



목요일 저녁에

 
그녀는 종종 두시간 삼십분이 넘는 지루한 영화를 찾아다녔다. 외국어가 필요했다. 눈을 감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귀를 놓아두었다. 해변의 돌이 각질 시간이 없듯이, 귀가 서서히 마모되는 것을 느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파도쳤다. 파도가 계속 일어나는 와중에 물그림자로 그녀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어젯밤에는 조카와 놀아주었다. 아직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의 아이와 초등학교에 대해서 떠들어댔다. 아이는 옆에 누운 그녀에게 산타는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놀림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는 진지했다. 옆에 누운 그녀의 표정과 감정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아이의 눈동자는 그녀에게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는 들은 것은 모두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소라에 귀를 대면 파도 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듣고 끝끝내 해변에서 소라를 찾아 귀에 가져다 대는 아이였다.
 
그녀는 어젯밤 꿈을 꾸었다. 산타가 굴뚝을 타고 내려와 집안을 걸어 다니다 물을 마시러 나온 그녀와 마주치는 꿈이었다. 그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지만 진짜로 비명을 지르진 못했다. 비명은 꿈을 통과하면서 나지막한 잠꼬대로 바뀌었다. 그녀의 집에는 굴뚝이 없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그녀는 햇빛에 눈을 감았다.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밝음은 그녀를 배려하지 않았고, 그녀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놓여 있기를 바라왔던 것 같았다. 그녀가 영화관에 앉아 있거나 아이가 소라를 귀에 가져다 댈 때 나란히 휩쓸리는 해변의 돌처럼 잘그락거렸다.
 
그녀는 눈을 감고 아이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녀가 눈을 감자 아이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녀는 영화관을 나와서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꼭대기 층이 마치 구름에 감긴 것 같은 아파트를 발견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기가 우는 소리인지 고양이가 우는 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아기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닌 것이 그 틈에 소리를 내는지도 몰랐다. 마주 본 아파트는 그녀의 보폭에 의해 가까워지다가 다시 멀어졌고 그녀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자 그대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미래(未來) 「명사」
아이의 질문에 대한 기다긴 대답을 그녀 대신 내가 썼습니다. 이 시의 사물은 미래인데, 시 속에서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와 그녀의 미래가 멈추거나 덜컹거릴 때, 이 시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내가 사는 집에도 굴뚝은 없습니다.

 


이다희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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