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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라졌어요

김기형
2019년 10월 02일
 



나는 사라졌어요

 
길게 자른 나무토막을 쌓고
그 안에 개와 고양이, 이제 같이 살 것들을 키워요
천장을 보고 누워
함께 잠이 드니까 우리는 코가 닮아갑니다
같이 기어요
그런데 왜 사라지고 있다고 믿는 것일까요
이것은 기분에 관한 것
가장 확실한 것을 찾는 방법

내가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요
어세 오세요,라는 표정을 건네며 그러니까 이제
개와 고양이의 발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한발로 서지요
지워진 부분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길러지는 것들이 모이면 집이 될 수 있어요
좋은 상상은 벽에 걸려요
등을 맞대고
작은 발들을 보며 어디로 걸어갔을까
이전의
더 이전의
공간을 다닌 사람
개와 고양이를 끌고 다닌 사람

뜨겁게 심장을, 정말 그런 것을 창에 둔

온 정성으로 달라진 아침을
 

 
 


아침 「명사」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공간을 후비고 다니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돌연히 집 밖으로 나선다.

 


김기형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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