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SHARE
2

밤의 마피아

조온윤
2019년 10월 16일
  



밤의 마피아
 
 
아침이 되었습니다
간밤엔 이름 모를 선량한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도시는 다시 밝아지고
아침이 되면 도시는 다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희생양을 찾아 헤매고

오늘은 내 옆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컴컴한 잠이 수상하다
우리는 밤이면 늘 잠만 자는데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어떻게 아는 걸까
잠에서 깨었을 때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알려주던 그 목소리는
누구일까

누구일까
죽은 개구리가 헤엄치는 검은 연못의 주인
꺼지지 않는 회색 화면처럼 바깥을 지우는 빗소리
힘센 빗소리
숨죽여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울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돌을 던지는 아이들
피 흘리며 걸어가는 수세기 전의 언덕과
잠든 사이 누군가 머리맡에 놓아두고 간 몰래 꽃의 꽃말,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 잊지 말아주세요

내가 찾아 헤매는 건 누구일까
밤의 마피아들?
몰래 꽃의 주인들?
이 모든 것으로부터 결백한 사람들?
누구일까
내가 죽은 뒤에도 죽은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그 사람들은

도시는 또다시 밤이 되었습니다
잘 지내고 있는지요……

나는 왜 자꾸 살아 있는 걸까요
염원과는 다르게
영원과도 다르게 
 

 
 


희생양(犧牲梁) 「명사」
게임의 규칙에 따라 게임 바깥으로 추방되는 사람들. 도시에 적당한 긴장과 함께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밤이 올 때마다 누군가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 마피아가 도시를 점령하거나 반대로 전부 사라질 때까지 희생자 지목은 끝나지 않는다. 경찰과 의사, 탐정은 시민의 편인 것 같지만 시민보다 자신의 목숨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긴다.

 


조온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