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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숲

조온윤
2019년 10월 23일
   



그림자 숲
 
 
나무가 아닌
나무의 그림자가 우거져 있었다
우는 건 새가 아닌 새의 마음이었다
 
숲으로 가 숲을 보는 대신
눈을 감고 숲의 고요를 떠올렸다
잠을 자려다 문득
내가 원하는 건 잠이 아니라
잠 속의 산책이 아닐까
행복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숲의 그림자와
그림자의 숲
잠 속에서 나는 어딜 걷고 있는 걸까
 
새는 안 보이는데 자꾸 새의 그림자만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갔다
누군가 날아가는 새떼를 가리키는데도 여전히
발밑에 떨어진 그림자만 보고 있었다
거기서 새의 마음을 찾으려는 것처럼
 
눈을 뜨지 않아도
눈꺼풀 너머로 원하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새를 기르지 않아도 새를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림자 「명사」
시끄럽고 환한 곳에 가면 내 등 뒤로 숨는 것들. 빛을 피해 끝나지 않는 숨바꼭질을 한다. 빛을 등지고 돌아올 때에야 마주 볼 수 있다.

 


조온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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