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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미래

김지연
2019년 11월 27일
 



얼굴의 미래 
 
 
우리는 풍등을 날리고 소원을 빌었다
공중에서 잠시 정지했다 커지던 불빛이 멀어지는 것을 봤다
 
정말 좋은 징조일 거야
다녀오면 새집을 찾아보자
 
올해는 아주 먼 곳으로 휴가를 가기로 했다
 
강 근처의 오래된 동네에 새로 지은 아파트를 구경하러 갔던 적이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면 발이 땅에 붙어 있다는 실감이 멀어졌지 네모반듯한 모서리와 파란색 테이프가 붙은 샷시 탁 트인 전망을 가졌다는 창 너머로 흙먼지가 이는 붉은 언덕이 펼쳐져 있었어 포크레인과 부서진 액자 조각들 버려진 우산과 짝을 잃은 신발들
 
우리는 한 단어를 초과하고 싶지 않다
주민센터나 은행 앞에서도
 
우리는 매일 같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같은 햇빛에게 얻어맞으며 깨는 아침 우리는 아침빛에 왼쪽을 맞으면 오른쪽을 내어주는 뺨 그 빛 아래에서 몰랐던 털의 존재를 알려주는 얼굴 우리는 같은 습도로 눅눅한 티셔츠 단어를 흘러넘치는 우리는
 
그릇은 물에 담길 수 있다 물이 그릇에 담기듯이
 
(가족당 한부의 신청서만 작성하면 됩니다.) "가족"이란 '같은 가정'에서 함께 살고 있으며……
 
조금 더 무거워진 가방과 두 사람이 들어서는 하나의 문
이것은 휴가의 끝에 대해 종이 한장과 두 사람이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장면
 
해운대구에서는 풍등 판매와 날리기를 금지했습니다 야생동물에게 심각한 위험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막 위로 까맣게 그을린 갈매기가 해변에 누워있는 장면이 지나간다
 
손끝에 묻은 검은 가루는 새에 비해 너무 부드럽고 가볍다

 


가족 「명사」
성별, 혈연, 결혼 여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당사자 간의 의사에 따라 맺을 수 있는 공동체. 법의 보호와 지원을 받는다.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행복주택, 마일리지 합산, 법적 보호자와 상속자. 이런 단어들 사이에서 얼굴의 미래를 헤아려 볼,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주어지는 시간의 이름.
 


김지연
201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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